그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 배터리 시장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 산업의 핵심이 되는 2차전지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궁금한 THE 이야기> 연재를 통해 자세히 풀어낸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 조기달성을 위해 전기차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 연구를 인용해 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글로벌 판매가 약 780만 대에 달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전 세계에 팔린 신차 10대 중 1대는 전기차였던 것이다. 전기차 보급대수는 내연기관 완전 퇴출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30년을 기준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곧 전기차에서 배출되는 ‘사용 후 배터리’ 즉, 폐배터리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폐배터리는 외부 노출 시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고, 매립이나 소각 시에도 환경오염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처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한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리튬, 니켈 등 원재료 가격이 인상되는 상황에서 폐배터리 내 포함된 고가의 희유금속을 추출 및 재활용한다면 순환경제 차원에서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다.
l 배터리 순환경제의 필요성
배터리 순환경제는 폐배터리 내 금속을 추출해 신규 배터리 제조에 활용 또는 판매하거나 폐배터리를 기존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재사용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이다. 배터리 순환경제의 이점은 크게 세 가지다. △폐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과 고용 창출 △배터리 제조비용 절감 및 공급망의 안정성 상승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이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활성화되면 중국 등 배터리 자원보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국내 배터리 공급망 선순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배터리 원자재 채굴 및 정제 과정에서 온실가스 발생을 피할 수 없는데, 배터리의 순환형 생태계를 구축하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배출량은 2029년 기준 약 80,0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4,000억 원에서 2025년 3조 원으로 연평균 47% 성장한 뒤 2030년 12조 원, 2040년 87조 원으로 연평균 26%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급증하는 폐배터리에 대한 수거 및 재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유럽은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전기차 도입을 해온 만큼, 현 상황에 맞게 개정된 ‘EU 배터리 규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규제안은 아직 의무조항은 아니지만 추후 각국의 동의를 얻어 의무화할 예정이며. 앞으로 발생될 폐배터리를 국가 차원에서의 재활용·재사용 확대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U 배터리 규제안이란? 기존 2006년에 발표한 EU 배터리 지침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평가해 현 폐배터리 상황에 맞게 개정한 것을 말한다.
l 폐배터리 처리방식, 재활용(Recycle) VS 재사용(Reuse)
폐배터리는 잔존 수명과 상태에 따라 크게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의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된다. 재사용은 배터리를 다른 용도의 배터리로 다시 쓰는 방식이며, 재활용은 배터리에서 니켈, 망간, 리튬 등의 소재를 회수해 새 배터리 제작에 쓰는 방식이다. 특히, 잔여 충전 성능이 낮은 경우에도 폐배터리 속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제조 시 필요한 필수 광물을 회수할 수 있어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꼽힌다. 재사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ESS(전력저장장치, Energy Storage System)이다. 팩 단위로 묶인 여러 개의 폐배터리를 연결해 ESS를 구축해 전력을 저장해두고 사용하게 되면, 배터리를 새로 만들 필요 없이 전력 저장고를 구축할 수 있다. ESS로 재사용되는 배터리는 통상적으로 10년 이상 더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활성화를 위한 포스코의 노력
한국에서는 독자적인 기술개발이나 다양한 기업들과 리사이클링 협약 등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홀딩스는 2020년 12월에는 90억 원을 투자해 폴란드에 리사이클링 상공정*을 담당하는 이차전지 재활용 공장 ‘PLSC(Poland Legnica Sourcing Center)’을 세우고, 리사이클링 기술을 보유한 중국 화유코발트사와 JV(합작법인)를 통해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하공정**을 담당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해 생산역량 규모를 키우고 있다.
*상공정 : 배터리 생산과정 중 발생되는 스크랩을 수거해 분쇄하고 열처리를 거쳐 중간재인 블랙파우더를 제조한다.
**하공정: 블랙파우더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용매추출 공정을 통해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한다.
PLSC는 2월부터 양산에 돌입해 유럽 지역 이차전지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수거·분쇄한 블랙파우더를 연간 약 8000톤 생산한다. 포스코HY클린메탈도 올해 1공장 가동을 통해 PLSC 등에서 공급받은 블랙파우더로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양극재 원료를 추출할 계획으로, 연간 탄산리튬 2500톤, 니켈 2500톤, 코발트 800톤을 생산 가능하다.
포스코그룹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산업적, 사회적 변화 요구에 대응해 안정적인 폐배터리 확보는 물론 포스코의 미래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고자 재활용 관련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산업 중 하나이다.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산업 초기 단계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폐배터리의 명확한 기준 설정 △배터리 이력 관리 △회수 인프라 구축 및 세제 지원 △재활용 단계별 국가표준 제정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유럽을 필두로 2030년부터 이차전지 재활용 원료 사용이 의무화되기 때문에 앞으로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폐배터리 선점 및 재활용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활발한 논의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