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화석연료 대비 높은 효율을 가져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부상 중인 수소에너지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궁금한 THE 이야기> 연재를 통해 자세히 풀어낸다.
국제사회가 함께 공동으로 노력하는 최초의 기후 합의가 무엇일까? 바로 2016년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전 지구적 합의안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를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이후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100여 개가 넘는 나라에서 ‘2050 탄소중립’을 앞다퉈 선언하며 주요국 중심으로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EU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 감축목표를 기존 40%에서 55%로 상향 조정해 법제화했으며,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파리협약 재가입과 함께 청정에너지 및 저탄소 인프라에 2조 달러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탄소중립 선언 이후 해상풍력, 수소 등 주요 분야의 목표와 계획을 포함한 그린성장전략을 발표했으며, 중국은 206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향후 5년간 저탄소 경제 기초를 다지기 위한 산업 및 에너지 구조조정을 실시해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탄소중립 공식 선언 후 그 해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 공정 전환이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의 탄소중립이 핵심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2018년 기준 제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순으로 이들 4개 산업이 산업부문 내 온실가스 배출의 약 76%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한국경제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제조업의 온실가스 감축만을 강조하기보다 산업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 신성장력 창출의 기회로 만들 탄소중립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철강산업의 도전과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부적으로 저탄소 제품에 대한 요구와 수요가 매년 높아지는 추세이며, 내부적으로 공정전환, 원료전환 등 탄소 저감을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 및 대규모 설비 투자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고로 공정에서의 탄소 저감을 위한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바로 철광석의 환원에 사용되는 코크스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환원기술’이 철강산업의 대표 감축 수단이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 기술개발을 앞당겨 탈탄소화 목표 달성과 동시에 혁신설비 솔루션 글로벌 공급자로 도약하고 있다.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인 HyREX(Hydrogen Reduction) 공법은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하여 쇳물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어떤 원리로 철이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생산되는 것일까? 바로 이름에 답이 있다. 수소‘환원’제철이라고 하는 이유는 수소(H2)가 철광석(Fe2O3)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Fe2O3 + 3H2 → 2Fe + 3H2O) 이 과정을 통해 물(H2O)과 함께 철(Fe)이 생성되는데, 이를 직접환원철, 전문용어로는 DRI(Direct Reduced Iron)라고 한다. 다시 말해 그린 수소를 투입해 유동환원로에서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하고,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로에서 직접환원철(DRI)를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것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제로(0)가 된다.
현재 환원제로 쓰고 있는 것은 바로 ‘석탄’에서 발생하는 가스, 즉 일산화탄소(CO)다. ‘고로’라고 불리는 큰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1500°C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CO)가 발생해 철광석(Fe2O3)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반응(Fe2O3+ 3CO → 2Fe + 3CO2)이 일어나는데, 이때 이산화탄소(CO2)가 다량 배출돼 기후 변화를 촉진시킨다.
탄소중립 이행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HyREX 기술은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다만, 포스코가 2050년 HyREX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연간 370만 톤의 그린수소 및 3.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력의 공급이 필요하다. 철강의 탄소중립 비전이 달성될 수 있도록 국가 인프라 구축에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각국은 수소경제로의 전환, 즉 수소의 안정적 생산·저장·운송에 필요한 모든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내는 경제산업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수소경제 규모가 2조 5,000억 달러(약 3,000조 원)에 달한다. 수소위원회도 전 세계 수소 소비량은 매년 증가해 2050년에는 수소에너지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8%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132억 6,000만 배럴의 석유를 대체하는 규모로, 수소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게 할 게임체인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수소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수소 활용 기술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특히, 수소차 분야 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소차 보급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량을 늘려 공급가액을 낮추는 등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 이런 목표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20년 7월 수소 경제 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수소 경제 위원회는 경남과 호남, 중부, 강원 등 4곳에는 중규모 수소 생산기지를 설치하고 전국 곳곳에 소규모 수소 생산기지 40곳을 추가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수소 모빌리티, 연료전지, 액화 수소, 수소충전소,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비 등 수소 경제에 필수적인 5대 분야에서 소재, 부품, 장비 개발을 추진해 2030년까지 수소 전문기업을 육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해외기술 및 설비에 의존하던 생산방식에 벗어나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기후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수소의 환경적, 경제적 이익을 먼저 선점할 필요가 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제조공정 혁신을 일으켜 기술사업화로 추진한다면 세계로 뻗어나가 저탄소 설비를 공급하고 수출하는 글로벌 선도기업 및 국가로 발돋움할 기회가 올 것이다.
1편 : 수소는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어 낼까?
2편 : 탄소 없는 삶, 수소로 실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