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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직원들이 자꾸 밖에서 만난다

포스코 직원들이 자꾸 밖에서 만난다

2019/12/12

포항의 김 과장과 조 과장, 서울의 권 차장의 연락이 잦더니 자꾸 밖에서 만난다. 이들이 만나는 곳은 평택의 중소 고객사 ‘하피스(HAPIS)’. 행복(Happiness)에서 따와 회사 이름을 지었다는 하피스에서 이들은 무슨 공작을 벌이려는 것일까.

포스코 기업시민헌장에는 이런 말이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강건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 성공을 지원한다.” 세 사람의 포스코 직원들이 자꾸 회사 밖에서 만나는 이유다. 이들의 만남을 포스코 뉴스룸이 따라가봤다.

현장에서 밖으로 나가고 있는 네 명의 포스코 직원들


l 애프터 서비스는 옛말, 포스코의 지원은 스케일 자체가 다릅니다

시골길을 한참 달려 도착한 평택의 ㈜하피스. 현장 곳곳에는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피스는 포스코로부터 열연재를 공급받아, 건축 및 기계, 구조물 경량화를 위해 쓰이는 ‘경량 H형강’을 2010년부터 생산하고 있다. 경량 H형강은 폭이 좁은 열연 3개를 H모양으로 용접해서 제작하기 때문에 용접 기술이 제품 품질을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하피스에서는 기술자가 직접 용접을 하기도 하지만, ‘고주파 용접기’라는 용접 설비를 이용한 기기 용접에도 주력하고 있다.

고주파 용접기로 작업 중인 최종이 대표

▲ 고주파 용접기로 작업 중인 최종이 대표

하피스는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량 H형강 2인자로 나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사이에 국내 수요가 50% 이상 감소했고 선두주자와의 경쟁에서도 고전하며 판매량이 줄어드는 실정이었다. 일본, 미국 등 해외 신수요를 개척하고자 했으나, 제품 품질수준 문제로 번번이 실패했다. 최종이 대표는 막다른 길에 놓인 기분이었다고 한다.

“제품 개발을 하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이, 상대적이겠지만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거든요. 저 나름대로 별별 책을 다 모아서 읽어보고 공부를 했는데도 도무지 마지막 한 퍼즐이 안 채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막다른 길에 놓인 것 같았죠”

 (주)하피스의 최종이 대표가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주)하피스의 최종이 대표

최종이 대표는 포스코 마케팅실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량 H형강을 수출하고 싶은데, 일본 제품만큼 품질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찌 보면 막연한 호소였다. 그런데 그 이후 벌어진 3개월간의 일들이 지난 10년 묵은 체증을 한 방에 가라앉혔다.

포스코 강건재마케팅실에서 하피스를 담당하는 이준호 팀장과 권호진 차장은 그 길로 일본으로 갔다. 실제 일본산 경량 H형강 제품을 하피스 제품과 비교해보니 차이가 확연했다. 하피스에서 만드는 경량 H형강은 용접점 비드(Bead)*의 외관이 일본재에 비해 깔끔하지 못했다. 비드가 깔끔하지 못하면 보기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품에 도장이나 도금을 했을 때 비드 부분이 부식될 수 있어, 내구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비드(Bead): 철강재를 용접할 때 용접 부위를 따라 만들어지는 가늘고 긴 띠 모양의 쇠붙이

마케팅실은 곧이어 포항제철소의 설비기술부에 SOS를 보냈다. 경량 H형강은 고주파 용접기로 제작하기 때문에, 설비에 모든 답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렇게 포항에서 현장 엔지니어, 베테랑 테크니션들이 평택을 찾았다. 포항과 서울에서 각기 근무하는 이들이 계속 회사 밖 고객사로 출근해 만났다. 계절이 바뀌던 9월부터 11월, 이들의 3개월은 꽤 치열했다.

그 결과, 11월에 생산한 하피스의 경량 H형강 품질은 비전문가의 눈에도 확연히 달라졌다. 해외 바이어가 직접 방문해 확인하고 깜짝 놀랐을 정도라고.

(주)하피스의 경량 H형강 용접 비드 상태. 포스코의 솔루션 전, 후의 차이가 확연하다. 좌측이 전 우측이 후의 상태

▲ (주)하피스의 경량 H형강 용접 비드 상태. 포스코의 솔루션 전, 후의 차이가 확연하다.

“철강회사의 서비스라고 하면 보통 제품 공급 후에 클레임에 대해서 처리해주는 정도라고 생각들을 하죠. 그런데 제가 경험한 포스코의 서비스는 그 스케일이 다릅니다. 제품을 함께 개발해주고, 설비도 봐주고, 판매처까지 알아봐 주잖아요. A/S라는 ‘애프터 서비스’는 이제 옛말입니다. 우리 제품 품질의 변화처럼, 포스코의 지원 방식과 자세도 엄청나게 변했음을 느낍니다.”

l 고객사의 집념을 보니, 우리도 오기가 생겼다

이번 지원은 포스코에도 남달랐다. 고주파 용접 설비는 포스코에도 없는 것이기 때문. 제대로 다뤄본 적 없는 설비를 가지고 어떻게 3개월 만에 제품 품질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었을까? 이날도 어김없이 하피스를 찾은 포스코의 테크니션, 엔지니어, 그리고 마케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좌측부터 테크니션 김춘암 과장 포항 설비기술부, 엔지니어 조규현 과장 포항 설비기술부, 마케터 권호진 차장 강건재마케팅실

Q. 하피스에 대한 솔루션, 어떻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죠?

권호진 차장: 하피스는 해외 진출을 원하고 있었어요. 마침 저희 일본 법인 POSCO-JAPAN에서 한국산 경량 H형강에 대한 수요를 발굴했고요. 일본 바이어에게 하피스의 제품을 소개해주었는데 당시 품질 문제로 계약 성사까지 이뤄지지는 못했죠. 마케팅실에서는 “그냥 포기하지 말고, 품질을 높여서 다시 수주해보자” 한 거고요. 저희는 고객의 케이스에 따라 전사의 여러 부서와 협업합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용접 비드 개선’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면 되었기에, 설비기술부에 지원을 요청했죠.

Q. 설비기술부에서는 테크니션과 엔지니어가 함께 오셨네요.

조규현 과장: 마케팅실에서 고객과 꾸준히 만나면서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저희에게 지원 요청을 하면, 그 분야에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꾸려 현장을 방문합니다. 이번에는 고주파 기기라는 낯선 설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 경험 30년 이상의 베테랑 테크니션인 김춘암 선배님과, 선배님의 솔루션을 이론적으로 검증하고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일을 하기 위해 엔지니어인 제가 파견되었습니다.

Q. 처음 진단을 오셨을 때 가능성이 보였나요?

김춘암 과장: 사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한국에서 고주파 용접기를 사용하는 곳이 몇 군데 없거든요. 저희도 예전에 다른 고객사에서 몇 번 본 게 전부고, 정보가 많이 없는 상태였죠. 그런데 이곳에 와서 대표님을 만났는데, 그동안 혼자서 연구하신 자료가 엄청난 겁니다. ‘집념’의 산유물이랄까요. 그러면서 일본 제품을 보여주시는데, 솔직히 말해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일본에서 이만큼 만드는데, 우리가 왜 못해?” 그런 심정이요. 설령 가능성이 없어도 만들어야 했죠.

Q. 각오는 남달랐지만…그 과정이 꽤 어려우셨겠는데요.

조규현 과장: 저희 선배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죠. 거의 맨땅에 헤딩이었거든요. 도서관에서 일본 고서를 찾아 일일이 번역하며 공부하시고, 계속 최 대표님과 자료를 주고받으면서 열의를 불태우셨어요. 대표님도 남다르셨고요. 고객사 솔루션 지원을 다니다 보면, 포스코에 100% 일임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최 대표님은 계속 같이 연구하고 저희에게 자료를 제공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 저희도 더 열심히 하게 됐죠.

김춘암 과장: ‘포스코 현장 경력 30년이면, 척하면 척 아니야?’ 하시는 분들도 많죠. 그런데 저희는 부담이 큽니다. 저희가 드린 솔루션이 실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이익으로 이어져야 하잖아요. 특히 이번에는 저희 전문 분야가 아닌 고주파 용접기를 다뤄야 하다 보니, 사실 밤잠을 설쳤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에서 ‘이 고객사는 용접 비드만 개선되어도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하니,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설비를 확인하고 있는 두 직원

l 품질 비법은 찾았다, 진짜 솔루션은 이제 시작

Q. 오늘 제품을 보니 솔루션을 확실히 만들어내신 것 같은데요?

김춘암 과장: 용접 비드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이 참 많습니다. 전류의 양이나 용접 각도 등이요. 각 인자들에 대해 정밀 진단을 해보고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죠. H모양으로 접합하기 위해서 위아래로 녹여서 붙일 때, 융용점에 버(burr)*가 생기는데요. 우선 이 부분을 퍼징(purging)**하여 비드면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는 용접한 형강에 수용성 냉각수로 냉각을 시켰는데, 용접점에 냉각수가 많이 접촉되면 안 좋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냉각수도 물이니까 H2O가 분해돼서 수소(H)와 산소(O)가 나오면 용접성을 방해한다는 가설을 검증 중이에요. 그 이상은 고객의 핵심 기술이니까 설명 안 할게요. (웃음)
*버(burr): 금속 등을 가공할 때 생기는 얇은 지느러미 모양의 잉여 부분
**퍼징(purging): 용접 시 용접점의 산화 방지를 위해 산화방지 가스를 사용하여 산소의 유입을 차단하는 방법

 (주)하피스에서 생산한 경량 H형강

▲ (주)하피스에서 생산한 경량 H형강

Q. 그럼 이제 솔루션이 끝난 건가요?

권호진 차장: 아니요. 사실 이제 시작이죠. 제품 표준화를 시켜야 완벽한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목표한 품질로 생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제 100개의 제품을 만들 때 100번 모두 이 품질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게 ‘표준화’예요. 그래서 고객사가 저희 없이도 이 품질로 제품을 계속 만드실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저희 마케팅은 그 제품이 더 많은 곳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좋은 수요처를 발굴해드려야 하고요.

Q. 제품 품질 개선은 판매량 증대로 이어지겠죠. 그 외에도 기대효과가 있을까요?

조규현 과장: 고주파로 용접을 하는 방식이라 전력 사용량도 많았는데요. 개선안을 적용하고 전류 측정을 해보니까 용접 전류가 많이 낮아졌더라고요. 전류를 적게 쓰면서 용접할 수 있으면 생산비용도 저감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하피스에서는 한 달에 3천만 원 정도의 전기세를 내고 있는데 만약 전력 사용량이 10% 절감된다면 한 달에 한 사람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거죠.

l 고강도강으로도 계속 도전, 앞으로는 자신 있다

용접 방식 표준화에 대한 작업은 지금 이 시각에도 현재 진행형. 이들은 여전히 밖에서 만나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는데.

Q.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으로의 진출도 준비 중이시라고요.

최종이 대표: 전에는 우리 제품에 대해 100%의 자신감이 없어 두렵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우리 제품의 약점을 제가 알고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수출 판로 개척에 나서지도 못했죠. 그런데 이제는 우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미국 바이어가 왔다 갔는데, 전에 비해 크게 개선된 비드 모양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만약 고강도 강종을 용접했을 때도 이렇게 깔끔하게 용접이 잘 된다는 것을 증명하면 주문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래서 포스코와 함께 미국 바이어의 요구에도 충족할 만한 솔루션을 찾고 있죠.

하피스 대표:최종이 주력제품: 경량H형강, 포스맥C형강, 매출액: 176억(2018년), 직원 수: 약 30명, 포스코 마케팅실은 포스코 제품공급, 고객 지원 총괄, POSCO-JAPAN은 일본 내 수요 개발, 일본 고객사 니즈 파악, 포스코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는 고객 설비 진단, 교육과 고객 설비 솔루션 제공,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수출 판로 개척, 성약 추진

권호진 차장: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한국보다 용접 평가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엄격한 품질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포스코의 최고급 스틸 소재를 공급하고, 고강도 강에 적합한 용접 기술을 함께 연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선 저희가 목표로 했던 품질이 나왔기 때문에, 일본 바이어에게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고 이외에도 개선된 용접 비드를 확인하고 긍정적 신호를 보내오는 곳이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그룹사와 합심해서 꼭 계약이 성사될 수 있게끔 도와드려야죠.

Q. 포항과 서울에서 평택을 오가며 많이 고단하셨을 텐데, 소회가 남다르시죠?

김춘암 과장: 지금 소회를 밝히기엔 이르죠. 갈 길이 멉니다. (웃음) 그래도, 지난번 대표님과 인장시험을 하고 결괏값이 정말 좋게 나왔을 때 대표님이 말없이 악수를 청하시더라고요. 그때 ‘아, 이게 하피스에게 정말 중요했던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3개월간 저희도 고군분투를 했는데… 부끄럽지만, 성취감을 조금 맛봤네요.

조규현 과장: 올해 서른 곳 넘는 고객사에 지원을 나갔는데요. 고객사에 가보면 하피스처럼 엔지니어도 없고, 물어보고 싶어도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또 잘 모르니까 포스코에 선뜻 요청하지도 못하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팀은 이런 고객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고객과 포스코가 함께 win-win 하도록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도 많지만, 하피스에서 저희를 믿고 자신감을 보이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권호진 차장: 포스코의 마케팅은 이제 ‘철강재를 판매’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요. 저희 철강재를 구매한 고객사의 제품이 더 많이 판매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까지도 저희 업무로 보고 있어요. 그렇게 고객에게 도움을 드리면, 고객분들은 기존 중국재를 포스코재로 전환하는 등 화답을 해주시고요. 서로 신뢰를 쌓고, 서로 판매 확대를 이룰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국내 철강 경기가 장기간 침체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해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포스코가 강건한 철강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고객사, 협력사 등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업하고 있는 것은 이제 놀라울 것 없는 사실. 포스코는 중소기업이 자력으로 단기간에 해내기 어려운 제품 개발, 설비 점검, 판로 개척 등 여러 방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동반성장’, ‘솔루션’이라는 말은 실제로 포스코 전 부서에 걸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다.

하피스의 남은 과제들도 무사히 완수되어, 더 넓은 세계 속에서 하피스가 활약하는 기분 좋은 그림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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