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과 일요일, 한적해야 할 주말에 더 북적이는 사옥이 있다? 바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포스코 사옥 ‘포스코센터’ 이야기다. 포스코센터에서는 주말이 되면 평소보다 더 격식 있게 차려입은 직원들은 물론, 고운 한복 차림의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평범했던 사옥의 로비와 아트홀은 금요일 오후부터 예식장으로 변신한다. 포스코의 ‘작은결혼식’ 때문이다.
포스코의 작은결혼식은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꼭 필요한 하객만 초대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올리는 결혼식을 칭한다. 익히 알고 있는 스몰 웨딩과 그 의미를 같이한다. 포스코는 국내에 스몰 웨딩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전부터 작은결혼식 문화를 도입해 직원 복지 프로그램으로 운영해왔다. 2012년을 첫 시작으로 올해 7년 차를 맞아, 그간 작은결혼식을 통해 화촉을 켠 커플이 무려 1,063쌍이라고 한다.
포스코, 포스코 그룹사 및 협력사 직원들이라면 본인 혹은 자녀 결혼을 위해 회사에 작은결혼식을 신청할 수 있다. 회사는 포스코센터, 송도 포스코건설 다목적홀, 판교 포스코 ICT 사옥, 포스코 포항 본사 대회의장 등 지역별로 지정된 장소를 예식 홀로 제공하고 예식 비품도 지원한다. 직원들은 작은결혼식의 취지에 맞게 준비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허례의식 없는 예식을 준비하고 하객들을 맞이한다. (관련기사: 포스코 작은결혼식,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기여)
포스코 작은결혼식은 일부 직원들의 특별한 선택이 아니다. 이 복지 프로그램은 포스코는 물론, 그룹사와 협력사 임직원들 사이에서 일반적 결혼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포스코 직원들은 왜 작은결혼식을 올리는 것일까?
l 사내 커플로 인연 맺은 일터에서 결혼까지… 더욱 의미 있는 결혼식
포스코에 근무 중인 장홍철, 안솔 씨는 다가오는 12월 작은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회사에서 서로 앞자리에 앉게 되며 인연이 시작됐는데, 1년의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평소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서 집값이나 살림에 좀 더 투자하는 게 좋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주변의 적극 권유가 작은결혼식을 고려하게 된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작은결혼식의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는 장홍철 씨. 그는 작은결혼식의 최대 장점으로 ‘여유로운 식 진행’을 꼽는다. 한 식장에서 여러 건의 예식을 치르며 쫓기듯 진행될 수 있는 일반 결혼식에 비해, 회사 사옥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앞뒤 시간 여유가 넉넉해 온전히 식을 즐길 수 있다. 작은결혼식을 올린 포스코 임직원 대부분이 가장 큰 장점으로 언급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렇다면 일터에서의 결혼이란 어떤 느낌일까? 일터는 ‘일만 하는 곳’이라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회사에서의 결혼식. 장홍철 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저희는 사내 커플이기 때문에 회사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공간이에요. 이렇게 의미 있는 공간에서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입니다. 또 부모님께서 지방에 계셔서 회사를 오실 기회가 없으셨는데, 결혼식을 계기로 아들과 딸이 일하는 공간에 오시는 것도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l 그룹사 · 협력사도 함께 하는 작은결혼식 “포스코 일원으로 자부심 느껴”
포스코ICT 한기정 씨는 지난 9월 자녀가 작은결혼식을 올렸다. 평소에도 호화로운 결혼식보다는 스몰 웨딩을 선호해, 자녀들에게 먼저 권유했다. 교회 결혼식과 포스코 작은결혼식 사이에서 갈등하던 차에 자녀들이 회사에 방문해 다른 직원의 작은결혼식을 직접 보고 마음을 굳혔다. 혼잡하지 않아 하객들이 여유롭게 예식에 참여할 수 있어 진정성 있는 결혼식 진행이 가능했다. 넉넉하고 편리한 주차장 시설도 놓칠 수 없는 장점 중 하나였다.
“예식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지인들이 모두 인상 깊은 결혼식이라고 하더군요. 하객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환경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부러워했습니다. 이전보다 회사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자부심도 절로 생겼지요.”
작은결혼식의 혜택은 포스코, 포스코 그룹사 뿐만 아니라 포스코와 함께하는 협력사에게도 돌아간다. 포스코 협력사 아이랙스(기계설비공사, 냉난방 공조설비 등 전문 기업)에서 근무하는 임우성 씨도 3년 전 포항 포스코 본사 대회의장에서 작은결혼식을 올렸다. 평소 화려하고 값비싼 결혼식보단 작지만 행복한 결혼식을 원했고, 아이랙스에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먼저 작은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보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그는 작은결혼식의 최대 장점으로 비용 절감을 들었다.
“아무래도 금전적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요즘 결혼식하면 다들 비용 걱정을 하잖아요. 저희는 작은결혼식으로 인해 그 부담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포스코 협력사 직원으로써 이런 복지 혜택을 받게 되어 정말 좋았죠. 지금도 결혼식장을 가끔 지나가면 아내와 함께 ‘우리가 결혼한 곳’이라며 추억을 떠올립니다. 앞으로도 이런 복지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l 작은결혼식의 가치를 빛내는 직원들의 자발적 나눔도 이어져
보여주기, 허례의식을 버리고 본질의 가치를 찾는 작은결혼식. 이 가치를 더욱 빛내는 직원들의 자발적 나눔도 이어지고 있다. 1년 전 작은결혼식을 올린 포스코 이주웅 씨는 결혼식에 사용된 꽃을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하는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결혼식을 화사하게 밝혀준 꽃에 다시 새 생명을 불어 넣어 호스피스 병동 암 환자, 미혼모, 어르신, 보육원 등에 전달해 기쁨과 행복을 나눴다. 그는 이외에도 결혼식의 필수 코스라 여겨지는 ‘스드메(스튜디오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중 스튜디오촬영을 생략하고 그 비용을 기부하기도 했다.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을 위해 작은결혼식을 선택했어요. 그 의미를 더욱 빛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꽃 기부 프로그램을 발견했죠. 특별한 절차 없이 신청만 하면 소외된 이웃에게 꽃을 보내드릴 수 있어요. 또 스튜디오촬영을 생략하는 대신 그 금액을 부부의 이름으로 기부하고, 유명 캘리그래퍼 강병인 선생님께서 직접 작성해 주신 가훈을 받을 수 있어요. 특별한 날을 더 의미 있게 보냈죠.”
일생의 한 번인 결혼식을 좀 더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르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전혀요! 오히려 더 간소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드네요.”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참여한 기부 프로그램들을 앞으로 작은결혼식을 올리는 다른 임직원들에게도 소개해, 더 특별한 결혼식을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포스코는 ‘With POSCO(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라는 새로운 비전 아래, 작은결혼식이 전하는 가치들이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최근에는 각종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비품들을 최신화하는 한편, 본식을 진행하는 웨딩업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더욱 힘쓰고 있다. 포스코가 추구하는 검소하지만 건강한 결혼식 문화가 포스코 임직원에게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일깨움과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