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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를 500미터 상공으로 쏘아 올리는 방법

콘크리트를 500미터 상공으로 쏘아 올리는 방법

2019/07/24

최근 포스코건설이 포스코의 월드톱프리미엄(WTP) 강재를 적용해 ‘콘크리트 압송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초고층 건물 건설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 중 하나로, 말 그대로 콘크리트를 상층부까지 올리는 기술을 말한다.

고공까지 콘크리트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잘 전달하는 것, 말로는 간단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포스코건설과 포스코가 팔을 걷어붙였다. 심지어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해 원가절감 효과가 큰 이 기술, 포스코 뉴스룸이 자세히 알아봤다.

 

l 콘크리트, 초고층 빌딩 위로 ‘스마트하게’ 날아 오른다

건설업계에서 펌프 압송에 의한 콘크리트 타설 공법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작업성, 신속성 및 경제성이 높기 때문. 최근 초고층, 장대형 건축물이 늘어남에 따라 콘크리트 압송 기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중 단연 핵심 기술은 압송 설비, 그리고 압송이 가능한 콘크리트 제조다. 이때 압송 설비에 쓰이는 배관은 압송 조건, 콘크리트의 종류와 품질, 단위 시간당 압송량 등을 고려해 배관의 직경 및 두께를 결정해야 한다. 배관의 직경이 커질수록 배관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콘크리트의 양이 늘어나지만, 너무 커지면 배관 자체가 무거워지고 비용이 증가하므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초고층 건물’은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인 건축물을 말한다(건축법 시행령 제2조 18). 하늘로 높이 솟은 초고층 빌딩들도 분명히 콘크리트로 지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저 위까지 콘크리트를 끌어 올리는 걸까?

초고층 건물을 건설할 때 콘크리트는 지상층부터 최상층까지 연결된 강관을 통해 이동한다. 수직으로 200m 이상 옮기기 위해 펌프가 지상에서 엄청난 압력으로 콘크리트를 쏘아 올린다. 건물 높이가 높아질수록 내구성이 좋은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최상층까지 콘크리트를 정확하고 안전하게 끌어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더욱이 콘크리트는 굳기 전에는 물과 달리 점도가 있는 꾸덕꾸덕한 상태이기 때문에 콘크리트가 올라가다가 뭉쳐버리면 배관이 좁아지거나 막힐 수 있다. 이는 공사 일정이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와 함께 콘크리트 막힘 현상과 시공성을 개선하는 해법을 내놨다. 전자기장(EMF)을 활용해 고강도 콘크리트를 원활하게 올려보내는 기술, 고강도·경량 조건을 갖춘 최적 크기의 배관, 그리고 콘크리트 압송 효율을 극대화해 줄 AI 기반 IoT 모니터링 기술. 이 세 가지 기술로 완성한 포스코 스마트 콘크리트 압송 시스템(POSCO Smart Concrete Pumping System)이 바로 그것이다.

(1) 전자기장이 만든 윤활층으로 막힘 없이 콘크리트 압송

콘크리트를 초고층까지 효율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도출된 아이디어는 전자기장(EMF)을 활용하는 것. 2017년 사내 창의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나온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전자기장을 통해 배관 내부에서 콘크리트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다.

배관에 전자기장 발생기(EMF Generator)를 붙이면 특정한 전자기파가 발생되고, 유체(배관 안에서 흐르는 물질)가 특정 방향으로 힘을 받아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전자기파가 유체 경계층 근처에 얇은 피막을 형성시켜 유체의 속도를 높여준다. 이 아이디어는 독일의 상하수도관에서 착안했다. 유럽의 물은 석회질이 많아서 수도관 안에 석회 스케일이 끼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활용하는 전자기장 기술을 벤치마킹한 것.

전자기장이라 하니 어려워 보이지만, 계란 프라이 만들기에 비교하면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부으면 계란이 프라이팬에 들러붙지 않는다. 자동차 앞유리에 발수제를 뿌리면 유리창에 코팅막이 생겨 빗물이 방울방울 굴러 떨어지게 만든다. 식용유와 발수제가 ‘윤활층’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콘크리트가 수백 미터 상공까지 계속 이동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이 윤활층, 즉 전자기장을 이용해 배관 내부에 형성시킨 ‘얇은 물 피막’ 덕분이다. 배관에 부착된 전자기장 발생기가 콘크리트와 배관 사이에 만든 물 윤활층 덕분에 조청처럼 점도가 높고 유동성이 좋지 않은 콘크리트가 배관에 들러붙지 않는 셈이다.

이렇게 전자기장 활용 기술을 적용하면 에너지를 10~20% 적게 쓰고도 같은 양의 콘크리트를 압송할 수 있으며, 콘크리트 타설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콘크리트 외에도 준설토 등 다른 재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

(2) 월드톱프리미엄 강재로 가격은 낮추고 퀄리티는 높이고!

좁은 1차선 도로보다 넓은 고속도로에서 더 많은 자동차가 원활하게 달릴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사실. 초고층 건물 건설에 필요한 배관도 마찬가지다. 압송관 직경이 넓을수록 더 많은 콘크리트를 고층부까지 전달할 수 있다. 이를 건설용어로 바꾸면 토출량, 즉 배관에서 단위시간 동안의 유체 배출량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토출량이 많아지면 공사기간 역시 단축된다.

초고층 빌딩의 경우, 직경 5인치의 배관을 사용하면 토출량이 적어 시공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관 내부가 넓지 않기 때문에 콘크리트를 고압으로 쏘아 올리는 펌프의 압력이 높게 전달된다. 이때 5인치 배관을 6인치로 바꿔주면 공기를 단축할 뿐 아니라, 배관 내 압력을 낮춰 시공을 안전하고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직경과 비용이 비례하지는 않는다. 보통 많이 사용하는 직경 5인치 배관을 6인치로 변경하면 가격이 약 5배 상승하는데, 이는 6인치 배관이 유럽산 수입재이기 때문. 더욱이 롯데타워 같은 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 6인치 배관이 필수적인데, 국내산 6인치 배관이 없다보니 국내 건설사들은 비싼 유럽산 배관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포스코의 월드톱프리미엄(WTP) 강재 P110이 해결했다. 바로 국내산, 고품질의 직경 6인치 배관 강재를 개발한 것이다.

포스코의 P110 강재로 생산한 6인치 배관은 유럽산과 경도(단단한 정도)는 같으면서도 항복강도(변형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강도)는 2.1배, 충격인성(흡수할 수 있는 충격의 크기)은 1.4배 높다. 유럽산보다 2배 가까이 높은 내부 압력도 견딜 수 있으니, 초고층 건물 공사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 원가는 40% 낮췄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께는 12.5mm에서 7mm로, 3m 길이 배관의 무게는 120kg에서 90kg으로 줄였다. 배관 무게가 줄었기 때문에 시공 시 운반이 훨씬 수월해지는 효과도 있다.

(3) 100층 높이 초고층 압송관 내부도 지상에서 확인한다

전자기장으로 콘크리트 압송 효율을 높이고, 배관 강재를 국산화해 원가를 절감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저 끝까지 콘크리트를 막힘 없이 완벽하게 전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관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콘크리트가 잘 흘러가고 있는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이 스마트 압송 시스템을 완성하는 마지막 방점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무선 센서다.

건설을 위해 콘크리트를 압송할 때는 배관 내부 압력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현장에서는 유선 센서를 배관에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건물 높이가 300m, 400m 이렇게 높아지면 모니터링이 어렵고, 단선(斷線)의 위험도 있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무선(無線)의 IoT 센서를 이용한다. 아무리 높은 빌딩이더라도 무선 IoT 센서가 있으면 지상층에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배관에 부착된 IoT 센서가 실시간으로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 폐색(Blockage, 막힘)을 예측, 방지하는 것이다. 300m가 넘는 수직배관 곳곳에 붙어있는 센서들이 압송관 속의 압력을 실시간 측정하면, 밸브 개폐시간(Stroke Time) 측정값, 외기온도·콘크리트 특성 등 압송관 외의 다른 인자들과 함께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배관 폐색을 예측한다. 마치 초음파 기계로 우리 몸 속 동맥경화를 찾아내는 것과 유사하다. 뉴럴 네트워크를 이용한 콘크리트 폐색 예측 시스템은 2016년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l 하늘로 높이, 글로벌로 널리 뻗어나가는 국산화 기술

전자기장 활용 기술과 WTP 강재, 무선 IoT 센서가 결합된 ‘포스코 스마트 콘크리트 압송 시스템’ 완성을 위해 포스코건설은 명지대학교와 함께 전자기장을 활용한 압송 기술을 연구하고, KTMG와 협력해 IoT 센싱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코는 강재 개발 후 세아제강, 세안 등 고객사 및 중소기업과 함께 강관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2년간의 연구와 테스트 끝에 국내 최초 6인치 국산 콘크리트 배관이 탄생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포스코건설이 시공 중인 부산 엘시티 더샵(101층, 411m)에 시범 적용되어 골조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의도 파크원(69층, 333m)에는 전자기장 활용 기술을 보완한 약액주입공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케미우스코리아와 함께 개발한 이 공법은 물 대신 콘크리트 혼화제로 배관 내벽에 윤활층을 만들어 콘크리트 유동성과 압송 효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청라 시티타워 조감도

해운대 엘시티와 여의도 파크원에서의 적용 성과를 바탕으로, 포스코건설은 내년 상반기 착공 예정인 인천 청라 시티타워(28층, 448m 예정) 건설에도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본 시스템의 성능이 입증된 만큼, P110 강재의 적용 범위를 직경 5인치의 일반 배관으로까지 확대해 일반 공동주택에서의 수요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시공성과 안정성, 경제성을 확보한 포스코그룹 특화 기술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더 나아가 국내 관련 기업들과 함께 압송관 제작과 기술 컨설팅을 패키지화하여 유럽 등지의 콘크리트 압송 장비 업체에 적극적으로 수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 경쟁이 전 세계에서 이어지는 요즘, 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고 원가절감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모델도 개척하게 된 셈이다.

 

국내 건설시장에서 초고층 건축의 증가로 해외 장비업체에 의존해온 지금,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국산화한 이번 스마트 콘크리트 압송 시스템이 지어올릴 앞으로의 마천루들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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