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일전기 박동석 대표는 핵심 소재를 공급해주던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기면서 수십 년간 거래해오던 미국, 유럽 등 태양광 발전 회사에 납품이 중단될 뻔한 당시의 아찔한 상황을 떠올리며, 먼저 포스코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l 산일전기, 변압기 핵심 소재 공급하던 포항제철소 침수로 납품 지연 위기 직면
산일전기는 태양광 풍력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특수변압기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특수변압기를 만드는데는 전력 손실이 적고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특수한 철인 ‘전기강판’이 필요하다. 전기강판은 만들기가 어려워 한국 일본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유일하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전기강판이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도 산일전기에 변압기의 핵심소재인 전기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던 포항제철소가 수해를 입은 것이다.
박 대표는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들렸고, 수입산 전기강판은 구매하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가격 또한 비싸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너무나 절망적이었습니다”고 당시 심정을 말했다.
산일전기는 포스코로부터 소재를 공급받지 못하면 글로벌 태양광 발전사에 공급키로 한 변압기 130여 대의 수출이 지연될 것이 자명했다. 변압기 납품이 지연될 경우 발전소 건설 중단으로 인한 지체 보상금 문제 및 수십년간 쌓아왔던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도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박 대표는 모든 직원을 불러모아 신규 수주를 전면 중단하고 9월말까지 포스코를 믿고 기다려보자고 다독였다. 이와 함께 고객사에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공급에 애로사항이 있을 수도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l수출 물량 내수 전환 등 포스코의 큰 결단으로 산일전기 창사 이래 최대 위기 극복
박 대표는 “포스코도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 저희까지 챙길 수 있는 여력이 없을 것 같아 차마 바로 연락을 해볼 수가 없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포스코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주겠다’는 뜻밖의 답변을 들었습니다”고 말했다.
먼저 포스코 판매담당 임직원들은 포항제철소 내려가 전기강판 공장 현황부터 파악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피해가 커 추가적인 생산은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 소재로 변압기를 만들어 글로벌 에너지사로 수출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납기 지연이 우려됐다.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포스코는 물론 국내 관련산업의 경쟁력도 저하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일단 포스코는 친환경 발전 산업의 국내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해외 고객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출대기 물량을 포함한 제품창고 대부분의 물량을 내수 판매로 긴급 전환해 이 중 일부를 산일전기에 공급했다.
이와 함께 기존 재고 중 표면에 일부 물기가 묻어 있지만 상품성이 있을 만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도 긴급히 검토했다. 전기강판은 일반 철강재와 달리 제품 표면에 코팅이 되어 있어 수분에 상대적으로 강해 일부 물기가 묻어도 사용이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전기강판을 품질 손상 없이 건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산일전기에 그 노하우를 공유했다.
포스코 전기강판판매그룹 송준호 팀장은 “냉천 범람 직후 제철소에 내려가서 본 광경은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제철소 피해도 상당했지만 실의에 빠질 고객사들을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철소에서 복귀한 직후 수출 물량을 전환해서 내수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긴급히 검토하고 관련부서와 협업해 고객사별 맞춤 솔루션을 모색했습니다”
이러한 포스코의 발빠른 고객 맞춤형 대응으로 산일전기는 미국 유럽 등에 수출 예정이었던 변압기 130여 대의 납기를 준수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고객과의 신뢰가 더욱 강화되었다.
박 대표는 “포스코가 전기강판을 해외로 직접 수출하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고객사를 포함해 우리나라 산업을 위해 큰 결정을 한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 들었습니다. 포스코가 발빠르게 대응해준 덕분에 창사이래 가장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냉천 범람 직후 국내 고객사 피해 최소화와 국내 철강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포항제철소 제품을 구매하는 473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수급 이상 유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이중 수급 문제 발생 우려가 있는 81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일대일 조치계획을 수립, 시행함으로써 고객사의 불안을 해소했으며, 이같은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1편 : 국내 유일 철광석 광산, 해외 수출 길 열다
2편 : ‘공장 가동 전, 원료 선구매’로 공급사 매출 감소 막다
3편 : 수해 입은 철강 생태계, 금융지원으로 보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