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개최되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는 마치 혁신을 이끄는 기업들이 뛰어드는, 최신 기술이 넘실대는 바다와 같다. 올해 CES 2022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렸는데, 포스코호(號)를 비롯해 포스코그룹과 육성 벤처기업들이 꾸린 연합 선단이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다. 사흘에 걸친 포스코그룹의 열정적인 항해기를 소개한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CES 2021은 온라인으로 개최했지만, 올해는 다시 라스베이거스 행사장에서 관객을 맞이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협회(CTA: Customer Technology Association)의 게리 샤피로 회장은 올해 CES에서 주목해야 할 기술 트렌드로 디지털 건강, 모빌리티, 우주 기술 등을 뽑았다. 이밖에도 지속 가능한 식량 산업, NFT 상품이 새로운 기술 카테고리로 추가됐으며 메타버스, 로보틱스 기술도 대거 참가했다.
CES 2022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기술 발전의 현주소를 한눈에 보고,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다양한 무지갯빛을 펼쳐 보이듯, CES 2022에서 전 세계 혁신기업들이 선보인 기술들을 만나보자!
F (Food Tech) 푸드 테크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은 기후, 기술, 자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생산과 소비에는 항상 불균형이 발생한다. 식량 대량 생산에 필요한 경작지, 목초지 개발은 보통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은데, CES 2022에서 올해 첫 선을 보인 푸드 테크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식물성 재료를 활용하거나 동물의 근육세포를 추출 후 기르는 대체육, 배양육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이젠 맛과 영양까지도 기존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막이나 실내에서도 작물을 길러낼 수 있는 자동화시스템은 병충해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면서 기존 경작지보다 에너지와 물, 대지가 훨씬 적게 들어 친환경적이다. 2027년에는 푸드 테크 시장이 3,42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CTA는 전망하고 있다.
H (Digital Health) 디지털 건강
인간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초고령사회 진입, 코로나19 등 의료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만나 이제 더욱 많은 사람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직접 몸에 착용해 실시간으로 몸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시 의료진에 자동으로 연락을 취하는 웨어러블 기기, 채혈 없이도 혈당, 젖산 등 주요 신체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 기술,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의 효과를 원격으로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인공지능 기술들이 CES 2022에 출품됐다. 의료 서비스에 있어 지리적, 경제적 장벽을 허물고 인류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R (Robotics) 로보틱스
이번 CES 2022의 간판스타 중 하나는 영국 엔지니어드아츠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아메카’였다. 마치 사람처럼 관람객과 대화를 나누고 상황에 맞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인간과 너무 흡사할 경우 생기는 불쾌감(불쾌한 골짜기: uncanny valley)을 우려해 제작사에서 일부러 기계부품을 노출시켰다고 하는데, 해마다 인간형 로봇은 공중제비를 돌고 기계 팔을 자유자재로 돌리는 하드웨어적 발전과 더불어 머신러닝, 인공지능으로 점점 ‘똑똑해지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앞으로는 사람을 모방하고,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점점 노련해지고 사람의 삶과 맞닿아있는 로봇으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S (Space Tech) 우주기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재활용 가능한 우주선 기술을 실현시키며 이제 우주 사업의 주요 축으로 민간 회사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올해 CES에서 주최 측인 CTA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분야에도 우주기술 분야가 포함돼있으며, CES 역사 최초로 실물 사이즈의 우주선 모형이 출품됐다. 시에라스페이스사의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인데, 승객은 10여 명, 화물은 6톤에 달하는 무게를 우주로 실어 나를 수 있고, 15회에서 최대 30회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 시에라스페이스사는 블루오리진사와 합작해 우주용 주거시설인 라이프(LIFE) 모듈도 개발 중이다. 2023년 1월 드림체이서의 첫 비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국가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우주여행이 우리의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M (Mobility) 모빌리티
일본기업 소니(SONY)하면 으레 카메라, 플레이스테이션 등 가전,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CES 2022에서 소니가 출품한 대표작은 바로 전기 콘셉트카인 ‘비전 S-01’이다. 향후 자율주행기술이 완전히 무르익으면 운전자는 이동 시간 중 운전으로부터 해방돼 업무, 엔터테인먼트 등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고, 자동차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 공간이 될 것이다. 소니, 애플, LG전자 등 자동차와는 인연이 없어 보이던 회사들이 잇달아 모빌리티 진출을 선언하거나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이다. 그런가 하면 현대자동차가 로봇 기업인 보스톤다이나믹스를 인수하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처럼, 이제는 모빌리티라는 뜻에 걸맞게 경계와 업종을 넘나드는 새로운 개념의 ‘이동’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M (Metaverse&NFT)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 : Non Fungible Token)
CES 2022의 또 다른 새 물결, NFT도 주목할 만하다.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개별 토큰 별로 고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NFT는 진위 여부가 중요한 콘텐츠 분야의 거래와 디지털 자산의 보안, 위변조 방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CES 2022에서 삼성전자는 TV에서 NFT콘텐츠를 구매해 감상할 수 있는 NFT플랫폼을 공개해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자산을 거래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NFT에 항상 제기되는 의문이지만, 엄연한 하나의 글로벌한 현상에 기업들은 발 빠르게 기준과 플랫폼 선점에 나서고 있다.
미래의 다양한 모습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CES 2022의 프리즘(FHRSMM), 포스코그룹도 미래의 색채에 다양함을 더했다.
이번 CES에서는 코로나로 참여기업 수가 줄어든 와중에도 한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포스코그룹도 최초로 CES 현장 부스를 준비해 큰 호응을 받았다. 포스코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텍, RIST와 함께 공동 전시관을 꾸렸다.
전시관은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엑스포(Venetial Expo)에 마련된 테크웨스트(Tech West)지구에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통로 가까이 자리 잡았다. 포스코는 △산•학•연•관 협력 벤처플랫폼과 주체별 주요 인프라 소개 △벤처밸리, 벤처펀드 운영 현황 △포항•서울 체인지업그라운드 △벤처밸리 전경 등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벤처 육성 노하우와 결과물을 담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CES에는 포스코가 벤처플랫폼을 통해 발굴하고 키워낸 벤처기업들이 전시관에 함께해 더욱 뜻깊었는데, 포스코 육성 벤처기업 6개사, 포스텍 창업 벤처기업 5개사, 포스코인터내셔널 보육 2개사, 총 13개 벤처기업이 참가해 번뜩이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전시에 참가한 벤처기업들은 모두 신기술 제품화와 사업 기회를 찾고 투자처를 확보하는 데 있어 국내외 홍보가 시급한 경우가 많은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CES야말로 벤처기업들에게 가장 좋은 기회이다. 포스코그룹은 벤처기업에 전시물과 부스 제작 비용과 전시공간을 지원해 벤처기업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포스코그룹과 벤처기업 통합 부스에는 CES 2022 행사기간 3일간 총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또한 관람객이나 기업 방문객이 부스를 내방해 구매, 판매 등 사업 협의를 하거나 전시 후 추가 상담을 진행하는 등 약 1000건이 넘는 유효상담으로 연계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국내외 유망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다지고 포스코그룹의 미래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했다.
포스코벤처플랫폼의 발자취는 포스코그룹 전시관 바깥에서도 이어졌다. CES에서는 매년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선보인 제품을 선정해 혁신상을 수상하고, 혁신상 수상 제품 중에서도 혁신성, 심미성, 기술성을 두루 심사해 두각을 드러내는 제품에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다.
올해 휴대폰 사진 촬영으로 반려동물 건강진단 서비스를 선보인 에이아이포펫(대표 허은아, IMP 19기)이 혁신상을, 반려동물 비문(코무늬)으로 신원확인•특징정보 취득 인공지능을 개발한 펫나우(대표 임준호, IMP 21기)가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두 회사는 반려동물에 특화된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 외에도, 모두 포스코아이디어마켓플레이스 인큐베이팅과 투자를 받은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펫나우뿐이며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펫나우가 최고혁신상을 받은 유일한 사례이다.
포스코그룹과 벤처기업들이 성공적으로 CES 2022 첫 전시관 운영을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은 오랜 시간 다져온 벤처플랫폼의 탄탄한 산학연 협력관계가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숨은 진주를 찾아내 길러낸 시간들이 쌓여 마침내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다.
CES 2022 이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