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디선가 ‘우유니 소금사막’이라고 불리는 사진을 보고 그곳은 내 인생의 꿈 또는 로망 같은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젠가 꼭 가야지, 가야지’ 라고 생각만 했지, 솔직히 진짜로 갈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죠.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이번 남미 여행에서 꿈을 이뤘습니다. ‘꽃보다 남미’ 여행기 4편은 이번 남미 여행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 입니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로 출발!
고산병 때문에 힘들었지만 가슴 가득 별을 안겨준 태양의 섬을 뒤로 하고 우유니 소금사막을 가기 위한 관문이자 볼리비아 수도인 ‘라파스’로 출발했습니다. 남미 여행에서는 도대체가 뭐 하나 편한 이동이 없습니다.
짐을 버스에 두고 배로 갈아탄 다음 다시 버스를 타기 때문에 어떤 것이 내 버스인지 잘 봐야 한다.
산 넘고, 물 건너고, 5시간을 달려야 나오는 라파스! 이놈의 남미, 땅덩이가 어찌나 넓은지 어디만 이동했다 하면 몇 시간은 기본입니다. 이제는 고산병에 대한 대응이 빠릅니다. 버스를 타자마자 현지 약 ‘소로치 필’을 먹고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자는 중에도 심해지는 두통이 해발 3,600m의 라파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다본 ‘공중 도시 라파스’. 높은 산기슭까지 빽빽하게 들어선 달동네 스타일의 집들이 남미 최빈국 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볼리비아가 남미 대륙 중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것은 라파스의 골목을 조금만 걸어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라파스는 치안이 정말 안 좋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했습니다.
라파스 ‘마녀 시장’ 골목에서는 라마 새끼 박제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이런 잔인한 사람들”이라고 욕하면서 그날 저녁 나는 라마 고기를 먹었습니다. 라마 고기는 양고기랑 맛과 향은 비슷하지만 매우 질긴 편입니다.
볼리비아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으로, 길거리에 쌓아 놓고 팔고 있습니다. 한 개에 50원 정도로 매우 싸지만,무척 맛이 없습니다.
그 다음 날 매우 이른 새벽. (남미 여행 일정이 짧으면 그만큼 잠도 짧아진다고 보면 됩니다.) 잠시 묵었던 라파스를 떠나 우유니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활주로에서 타고 내리고, 또 짐을 직원이 직접 들고 와서 이름을 호명해서 나눠주는 매우 원시적인 방식인 ‘아마스조나스 항공’ 비행기였습니다.
비행기로 1시간 정도걸려 도착한우유니. 기대와는 달리 우유니는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이었습니다. 평화롭다는 느낌보다는 황량하고 볼 것도, 즐길 거리도, 아무것도 없는, 그저 소금사막을 가기 위한 거처인 셈입니다. 동네 모습만큼 숙소도, 식당도 매우 낡고 시설이 좋지 않으니 여행을 하려면 이러한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소금사막 투어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위해 여행사들이 몰려 있는 거리로 가니, 여기가 볼리비인지 한국인지, 죄다 한국사람입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남미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주변에서 남미 여행경험자라고는 여행을 워낙 좋아하시는 우리 엄마, 중남미에 거주했던 친오빠 밖에 없어서 남미까지 온 내가 뭐라도 되는 양 우쭐한 기분이 (솔직히) 있었는데, 매우 편협한 생각이었던 것이죠. 여행 내내 나는 ‘정중지와(井中之蛙 :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우유니 소금사막을 혼자서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꼭 그룹 투어를 끼고 해야 하죠. 선셋 투어, 선라이즈 투어, 원 데이 투어, 별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우유니 소금사막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모두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5~7명 정도 팀을 꾸려 한 대의 지프차로 출발하고, 데이 투어 같은 경우는 점심도 제공해 줍니다.
※원 데이 투어 기준(10~19시)비용 :약 2만 원 (역시 이것도 부르는 게 값!)
마침내, 우유니 소금사막에 도착!
지프차를 타고 20분 정도 달렸을까. 흙바닥이 희끗희끗 해지는 것을 보니 그토록 원하고 원하던 소금사막에 가까워졌음을 알게 됩니다. 조금 더 달리니 광활한 사막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사막 초입에는 이미 도착한 다른 여행팀으로 북적였습니다.
오, 정말 소금입니다! 쌓여져 있는 소금을 밟고 올라서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데요. 이걸 다 팔면 얼마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의 소금 매장량은 무려 ‘100억 톤’ 이상, 매년 25만 톤의 소금이 채취되고 있으며,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 가량이라고 합니다.
다시 광활한 소금밭을 달려 도착한 사막 한가운데의 소금 조각. 그 앞에는 세계 각국의 국기들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자국의 국기를 찾아 같이 사진을 찍었고, 못 찾은 사람은 서운해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행히 태극기는 있었습니다. 없었으면 괜히 섭섭할 뻔 했습니다. 평소 국경일에도 국기를 잘 걸지 않던 나인데 지구 반대편에서 만나는 태극기는 왠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남극 세종 기지에라도 도착한 사람처럼 태극기를 펼쳐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소금 건물 근처는 바닥의 물이 말라있어 내가 원했던 모습이 안 나왔습니다. “Hey driver, go more, go!”를 외치며 더 깊숙이 멀리 들어가달라고 요청하니, 물이 찰랑이는 적당한 지점에 지프차가 멈췄습니다.
소금사막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미 넋을 잃고 맙니다. 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주는 감동에 너도나도 ‘우와, 대박, 말도 안돼, 장난 아니다, 오 마이 갓’ 등 저마다 알고 있는 모든 감탄사를 총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세상에, 이런 곳이 지구상에 존재했단 말인가!
사방을 둘러봐도 하늘과 구름뿐입니다. 저 멀리 흩어져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은 왠지 다른 세상 같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지평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하늘과 땅은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소금물이 닿은 두 발은 하얀 소금으로 사각거리고 쪼글쪼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즐겁기만 합니다. 맨발로 걸으면 소금 결정 때문에 정말 아프니, 잘 벗겨지지 않는 젤리슈즈나 아쿠아슈즈 같은 신발을 추천합니다. 여행사에서 레인부츠를 빌려주기도 합니다.
약속이나 한 듯, 각자 카메라를 들고 흩어져 사진을 찍습니다. ‘발로 찍어도 그림이 된다’ 라는 말이 우유니 소금사막에서는 100퍼센트 성립됩니다. 숙소에 돌아와 찍은 사진들을 찬찬히 보니 무엇 하나 버릴 사진이 없었으니까요.
티 없이 파란 하늘과 손에 잡힐 듯 낮게 떠 있는 구름, 살짝 물이 고인 바닥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만들어내는 장관에 조금 유치하지만, 하늘을 날아보는 듯한 사진도 한 장 찍어봅니다. 사진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도 이 곳에 오면 모델이 되고, 또 화보가 됩니다.
1. 피부는 소중하니까요
소금사막에는 어떠한 그늘도 없고, 작열하는 태양이 바닥에 반사돼 스키장에 온 것처럼 타기 쉽습니다. 챙이 넓은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 PA+++++ 정도 되는 선크림은 필수입니다.그리고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래쉬가드도 입으면 좋겠지만 사진 찍을 때 폼이 안 나니 이건 선택입니다.
2. 인생 사진 하나 건지고 싶다면
새하얀 소금사막 위에서는 파란색, 주황색 등의 원색의 옷이 잘 받고, 파란 하늘에 땅이 비치면 흰색 옷이 잘 받습니다. 머플러 같은 소재를 이용해도 좋고 나처럼 여러 벌 가져가서 갈아입는 것도 방법입니다. 유난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언제 또 여길 와볼 수 있을까요!
※그 외에도 데이 투어는 하루 종일 사막 위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실 물,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기면 좋습니다.
우리나라 경상남도보다 더 크다는 이 우유니 소금사막은 가는 곳곳에 따라 바닥의 모양이 다릅니다. 물이 고여있지 않으면 않은 대로, 고여있으면 고여진 대로 매력적입니다. 어떤 부분은 이렇게 바닥이 육각형으로 되어 있죠. 소금 결정체가 육각형이어서 그렇다는 과학시간 같은 사실!
처음에는 뭉게구름으로 가득했던 하늘이 어느새 흩날리는 구름 모양이 되며 더 몽환적인 모습을 연출합니다. 우유니 소금사막의대표 수식어,’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심지어 웨딩 촬영을 하러 온 커플도 있었습니다.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웨딩 촬영이라… 저 커플의 용기와 도전이 부러워지면서 나도 나중에 꼭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니 같은 지프차로 왔던 청년들이 갑자기 옷을 차례로 벗더니 태권도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알고 보니 이 청년들, 볼리비아에 ‘태권도 평화 봉사단’으로 파견 온 태권도학과 학생들이었습니다. 지금 한창 볼리비아 전 지역이 축제 기간이라 잠시 우유니로 휴가를 왔다고 합니다.
어느새 친해지기도 했고 핸드폰 하나 달랑 들고 온 친구들이라, 그들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나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습니다.
“이미충분히, 무척 많이찍은 것 같은데, 사진 못 찍고 죽은 귀신이 들렸니, 왜 이렇게 많이 찍니”라고 물어보니, “나중에 태권도장 차리면 걸어놓게요”라고 대답합니다.
부러웠습니다. 뚜렷한 꿈이 있다는 것이 부럽고, 내가 유럽 대륙을 돌아다녔던 나이에 그들은 남미 여행을 해버렸으니, 이제 어딜 가도 두렵지 않게 될 그들의 ‘경험’이 부러웠습니다.
수백 장 중에 건진 베스트 컷입니다. 마치 쿵푸팬더 같지 않나요?^^ 이렇게 사진을 찍다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면, 미리 준비해둔 장난감을 이용해 또 다른 콘셉트로 사진을 찍습니다.
우유니 소금사막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꼭 나오는 대표 사진들입니다. 공룡 인형, 빈 깡통, 신발, 먹다 남은 과일 등 쓰레기마저 이곳에서는 훌륭한 촬영 소품이 됩니다.
소금사막을 바라만 보는 것도 좋지만, 남는 건 사진밖에 없으니까요. 우유니 소금사막에서는 평소에는 찍지 못한 사진을 원 없이 찍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기에 이러한 원근법을 이용한 사진 놀이가 가능합니다. 이 모든 것은 드라이버가 리드하기 때문에, 재치 있게 사진을 찍어주고 또 많이 찍어주는 가이드를 만나야 합니다. B여행사의 J가이드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반사되는 성질을 이용해서 ‘UYUNI(우유니)’ 글자 만들기 놀이도 해 봅니다. 사람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나가는 다른 투어팀과 조인해서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놀다 보면 강렬한 태양이 하얀 바닥에 반사돼 얼굴이 스키장에서 탄 것처럼 추하게 타게 되죠^^
우유니 소금사막은 새하얀 스케치북과도 같아 시간대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반사의 대상인 하늘이 변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말 고되고 더웠지만 노을이 질 때까지 신나게 뛰어놀며 기다리기로 합니다.
선셋을 안 기다렸으면 어쩔 뻔 했을까요!
우유니 소금사막의 선셋, 그리고선라이즈의 모습은 1막이 끝나고 새롭게 2막이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이제 총 2주 간의 남미여행의 중간을 넘어섰습니다.
날이 갈수록 스펙타클해지는 ‘꽃보다 남미’ 여행기, 다음 편은 우유니 소금사막의 절정의 모습과 정말 힘들었던 볼리비아 2박 3일 투어가 시작됩니다!
맑고 투명한 우유니 소금사막에서의 여행기, 어떠셨나요? 한없이 신비로운 풍경들에 나 역시 소금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만 같이 느껴지는데요. 소금사막의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될 다음 편 여행기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