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미술관이 2023년 하반기 초대 개인전으로 나무와 자개, 재를 활용해 심상의 근원을 ‘빛’과 ‘결’로 조형화해 온 김덕용 작가의 작업세계를 총망라한 <그리움, 결에 스미다>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생명’과 ‘순환’을 주제로 인간, 자연, 나아가 우주로 확장되는 무한한 생명의 순환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들과 2023년 제작된 신작까지 총 50여 점으로 구성했다.
나무판을 작업의 캔버스로 삼아 작품을 만들려면 나무의 결과 색을 자연스럽게 맞춰야 하는데,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화면이 만들어지면 작가는 그제야 비로소 단청 채색을 하고, 자개, 금박 등을 옻으로 이겨 붙이는 고도의 기술로 ‘결’을 만들어 나간다. 김덕용 작가가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그 어떤 수고도 감수하는 이유는 “삶이 힘들었기에 따뜻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전시장은 자개의 ‘빛’과 나무의 ‘결’이 만나 완성된 한국미의 자연스러운 선율로 가득 채워졌다. 각 작품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빛이 내뿜는 따스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안에서 작가의 삶의 여정에 깃든 ‘그리움’을 느껴보고 동시에 우리의 인생은 어떠한 그리움을 품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나뭇결이 여실한 맨살의 나무 위에 그린 그림에서부터, 작가의 작업에 자개가 도입되면서 나무 그림과 자개 그림이 공존하던 시기의 그림, 그리고 이후 자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근작에 이르기까지의 그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재료만 놓고 보면 나무에서 자개로 이행한 것인데, 작가는 서정에서 서사로 옮겨간 것이라고도 했다.
나무 재질의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이 서정성을 환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개 작업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생과 사가 순환하는 것과 같은, 특히 그 과정에서 재가 작업 속으로 들어오면서 빛과 어둠, 삶과 죽음의 양비론이 전면화하는 것과 같은, 그렇게 우주적 비전과 존재의 섭리가 강조되는 것과 같은, 거대 담론이 본격화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크게 보면 그렇지만, 그럼에도 여하튼 자개 작업이 서정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정이 서정인만큼이나, 숭고한 감정도 서정이다. 우호적인 서정과 격렬한 서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작가는 서정과 서사 사이, 재와 빛 사이, 빛과 어둠 사이, 삶과 죽음 사이에 이행하면서 순환하는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그 사이 어디쯤엔가에 존재의 원형에 대한 그리움, 그러므로 원형적인 그리움(어쩌면 그 자체 고독한 존재를 증명하는)을 풀어놓고 있었다……
– 김덕용의 회화 <재와 빛이 순환하는, 때로 그 사이에서 길을 잃어도 좋을>
고충환(미술평론) 中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