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라는 붓을 빛이라는 물감에 듬뿍 적셔 바람과 물이 그리게 한 사진전.” 함철훈 작가는 이 한 문장으로 이번 전시를 설명합니다. 포스코미술관이 7월 13일부터 8월 9일까지 그의 개인전 <풍류(風流)- 우리가 만난 바람과 물>을 열고 있는데요.
전시장에 시원하게 펼쳐진 그의 작품 사이사이를 거닐다 보면, 우리 눈으로 미처 알아채지 못한 ‘바람과 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사진가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함철훈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진정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Hello, 포스코 블로그와 함께 알아보시죠.
자연이 감춘 아름다움을 찾아
함철훈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바람(風)’과 ‘물(流)’이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만나 새롭게 태어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그의 사진 작품은 누구나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이자 창조의 숨결과 흐르는 생명을 담아내고 있죠.
전시장에 걸린 함철훈 작가의 풍류 사진은 처음엔 낯설게 보이지만, 찬찬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작가가 발견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데요. 특히 사진촬영 후 극적인 효과를 추구하는 그는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인위적 기법을 철저히 배제하고 섬세한 빛의 조절만으로 사람의 눈으로 도저히 포착할 수 없는 바람과 물 등 자연이 감춘 아름다움을 찾아냅니다.
위 사진은 ‘푸른 바람’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온갖 바람을 잉태하고 있는 몽골고원의 새벽을 담고 있는데요. 노출계로 셔터와 조리개 값을 계산해 탄생한 코발트색 풍경은 사람의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빛이며 색입니다.
마음을 변화시키는 사진의 힘
이번 전시에서는 풍류 사진인 ‘푸른 바람’ 시리즈 외에 인물사진을 영상으로 편집한 ‘about us’ 시리즈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영상 속 주인공들은 몽골·예멘 지역 사람들, 그리고 종교와 정치적 갈등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는 난민들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극도의 절망 한가운데 있을 법한 이 사람들의 얼굴은 어둡고 침울하기보다는 오히려 밝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인데요. 왜일까요?
함철훈 작가는 현재 비정부기구(NGO)인 V.W.I(Visual Worship Institute)의 대표로, 어려운 이웃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있는데요. 그는 ‘사진은 분명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단순히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과 삶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사진의 진정한 힘이라는 것인데요. 그의 영상작품 ‘about us’ 역시 그렇습니다. 난민이 결코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이며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사진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의 삶에 풍요로움이 깃들기를 바라는 함철훈 작가는 3년 전 몽골로 이주해 몽골국제대학교(MIU; Mongolia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진의 원리나 기술, 잘 찍는 방법을 넘어 사진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에 더 큰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풍류>전은 이스탄불(2011), 베이징(2012), 밀라노(2012), 홍콩(2016)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한 곳에 머물지 않는 바람과 물처럼 함철훈 작가의 전시 역시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진을 통한 그의 활약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전 세계를 누비며,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함철훈 작가.
그를 만나고 나니 잊었던 영감이 소록소록 피어나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