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검색어는 최소 두 글자 이상 입력해주세요.

[포스코명장 특별 인터뷰㉗] 화성정비의 베테랑! 혁신적 전기설비 개선으로 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다

[포스코명장 특별 인터뷰㉗]

[포스코명장 특별 인터뷰㉗] 화성정비의 베테랑! 혁신적 전기설비 개선으로 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다

2025/01/24

포스코의 길, 명장의 길 화성정비의 베테랑! 혁신적 전기설비 개선으로 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다 정원채 명장 광양제선설비부 화성정비섹션

포스코 현장 기술인 최고의 영예이자 롤모델인 포스코명장(名匠).
숨 가쁘게 흘러가는 명장의 일상에서 투철한 직업관과 장인정신이 묻어난다.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현장의 창의적 개선활동으로 회사 발전에 기여하기까지,
명장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그들이 흘린 땀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어떤 경지에 오른 과학자나 기술자를 만나면 그를 대표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만나게 된다. 포스코 현장 기술인 최고의 자리에 오른 포스코명장을 인터뷰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원채 명장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단어는 ‘CDQ’다.

“축하합니다, 그런데 CDQ가 뭔가요?”

“CDQ는 ‘코크스 건식소화’라고도 부르는데, 코크스 오븐에서 만든 뜨거운 코크스를 질소 가스를 이용해 냉각하는 기술과 그 설비를 말합니다.”

축하 인사를 건네자마자 바로 던진 질문에 정원채 명장이 눈을 빛내며 답한다. 오랜 친구를 소개하는 듯, 거침없는 설명에서 코크스와 울고 웃어온 세월과 연륜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광양제철소에 CDQ 설비가 도입돼 시운전하던 시점부터 참여했으며, 정확하고 신속하게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정비 시스템을 직접 구축했다. 화성정비계의 베테랑으로, 전기설비의 혁신적 개선까지 이끈 ‘살아있는 광양제철소 CDQ의 역사’, 정원채 명장을 만나본다.

 

CDQ, 공중에 가루가 날리지 않아 안전한 방식

정원채 명장이 팔짱을 끼고 웃고 있다.

“제철소에서 철강을 만들 때 첫 번째 공정이 쇳물을 만들어내는 거라는 것은 아실 겁니다. 그런데 고로에서 쇳물, 즉 용선을 만들려면 철광석과 코크스가 필요합니다. 코크스는 쉽게 말하면 석탄을 오븐에 쪄서 덩어리로 만든 건데요. 이걸 쪄내고 나면 다시 식히는 공정이 필요합니다.”

기존 공정은 석탄을 쪄서 물을 뿌리고 식히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습식’이라고 하는데 물을 뿌려서 식힐 때 가루가 공중에 날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CDQ(Coke Dry Quenching)는 코크스 가루가 공기 중에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CDQ는 여러 장점이 있죠. 첫째, 냉각과정에서 버리는 열을 회수해 난방이나 전력 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습식과는 달리 밀폐된 공간에서 냉각해 코크스 가루가 공기 중에 퍼지는 것을 막아 환경 오염 방지에 도움이 되죠. 무엇보다 큰 장점은 CDQ 방식으로 코크스를 만들면 저가탄 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와 개선사항 제시로 CDQ의 새역사를 쓰다

정원채 명장이 메뉴얼을 보면 무언가 말하는 모습이다.

뭐든지 처음은 어려운 법이다. CDQ의 시작도 그랬다.

“그러니까 1998년이었죠. CDQ 설비를 일본에서 들여왔는데요. 처음이다 보니 아는 게 없었죠. 매뉴얼을 봤는데 제가 찾는 내용이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CDQ를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일본은 우리보다 설비 가동률이 낮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설비 가동률이 어마어마하게 높잖아요. 그러니 그들에게 문제가 아니던 것이 우리에게는 무리인 부분도 있었죠. 설비가 못버티는 상황인겁니다. 그래서 설계 회의 때 1기 CDQ에서 드러난 설계상의 문제와 개선사항 200여개를 정리해서 제시했습니다.
일본의 반응은 한마디로 ‘안된다’였다. 일본은 운전과 정비 등 현장에서 다소 문제가 생기더라도 웬만해서는 설계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고착돼 있었다. 그래서 1기를 가동할 때도 그랬지만, 2기 설계 회의에서도 정원채의 제안은 그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대로 물러설 정원채가 아니었다. 제안의 근거를 꼼꼼하게 정리해 밀어붙였다. 이렇게 근거를 들며 개선을 요구하는데, 버틸 장사가 없었다. 일본도 결국은 그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건설한 CDQ 설비는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안정화됐다.

정원채 명장이 설비를 가리키고 있다.

일단 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 그러고 나니 충청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포스코에 입사한 이유가 궁금했다.

“제 시절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지만, 역시 가정 형편이 첫 번째 이유라고 할 수밖에 없겠군요.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던 거야 어린 나이에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제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조용히 말씀하시는 거예요. 고등학교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어떻겠느냐고 말이죠.”

그때 포철공고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일단 학비가 들지 않고, 졸업 후에는 포스코에 입사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였다. 그래서 친구 한 명과 입학시험을 보러 포항에 갔는데 친구는 중도에 포기해서 혼자만 끝까지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합격. 그렇게 정원채와 코크스의 긴 인연이 시작됐다.

“지금은 CDQ에서도 전기설비 정비 업무를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코크스공장 운전부서에 배치돼 2년가량 근무했습니다. 그러다가 정비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번에는 코크스 오븐 부문에서 일을 하게 됐지요. 그곳에서 7년을 근무한 뒤 CDQ로 오게 됐습니다.”

 

어린 아들의 사고로 애를 끓인 순간

정원채 명장이 후배 직원에게 조언하고 있는 모습,.

일이라면 모든 걸 내던지고 달려드는 정원채였지만, 일과 가족 사이에서 속앓이를 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2008년으로 기억합니다. CDQ 인버터 패널을 교체하고 있었습니다. 긴급하게 진행하던 작업이었습니다. 일본 야스카와사와 작업을 했는데, 본래 일정은 2주였습니다. 그런데 회사 사정상 3일 만에 끝내야 했죠. 그러다 보니 철야는 당연했고요. 빡빡하게,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일이 돌아가는 와중에 집에서 전화가 온 겁니다.”

평소에는 일할 때 절대 전화를 하지 않는 아내였기에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 7개월 된 둘째 아들이 많이 아프다는 거였다. 전날 놀다가 뒤로 넘어졌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어서 놀란 아내가 전화를 한 거였다.

앞이 깜깜하더군요. 얼른 병원으로 달려가 일단 진료를 맡겼는데 회사에서는 일본 슈퍼바이저를 포함해서 20여명이 제가 오길 기다리는 상황이었습니다. 할수없이 다시 회사로 가는데 마음은 병원에두고 몸만 가면서도 눈물이 어찌나 나던지...

회사 일도 팽개칠 수 없고, 아이의 상황도 어찌 될지 모른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짠해진다. 다행히 아이는 별 탈 없이 회복했고, 어릴 때부터 자기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인지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걸 잘한다고 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요. 집에 공구 하나가 없길래 물어보니 아들 녀석이 가방에 드라이버 같은 공구를 가지고 다니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교실 선풍기를 청소하려고 공구를 챙겼다는 거예요. 평소에도 이런저런 것들을 자주 뜯고 조립하더라고요. 기특하기도 했지만, 전기 관련 물건들은 위험해서 옆에 앉혀놓고 뭐가 위험하고 뭐를 조심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줬죠. 기분이 묘하더군요.”

 

누구나 고장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불러온 기술. 정원채 명장과 부서 직원들이 제철소 설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다시 CDQ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정원채 명장이 자랑하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CDQ 장입 크레인 스마트 메인터넌스 기술’이다.

한번은 평소처럼 CDQ 장입 크레인 고장 처리를 지원하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언제까지 내가 지원을 나갈수 있을까' 이 정도 고장은 누구라도 처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현장의 전기 관련 고장 처리 기술을 후배에게 전수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은 문제였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어서 데리고 다니며 현장 경험을 시키기도 쉽지 않고, 이론으로는 실감 나게 와닿지 않으니 실제 고장 처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역시 어려웠다.

현장에는 전기접점이라 할 수 있는 ‘릴레이(Relay)’가 무려 450여 개라고 한다. 이런 것들이 3개의 캐비닛처럼 생긴 ‘패널’에 모여 있는데, 이 중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그걸 일일이 들여보며 고장 원인을 찾아내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저는 이걸 시스템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우선 연관성을 따져서 이 릴레이들을 그룹별로 분류하고, 흐름을 그림으로 그려서 컴퓨터에 구현했습니다. 단순히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이상이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도록 만든 거죠. 기존처럼 이 작업을 한다면 450개 릴레이를 일일이 테스트기로 측정해서 이상개소를 찾아내야 하는데, 시스템으로 구현하니 정확하고 신속하게 이상 유무와 이상개소를 판단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얼마나 좋아졌냐고? 이런 정비는 평균적으로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정원채 명장의 기술로 30분 이면 정비가 가능하다. 생산 손실을 줄이는 효과도 2억6천만 원을 헤아릴 정도다.

 

문제가 생긴 보일러로 향하는 코크스 장입 과정을 멈추려면정원채 명장이 방염복을 쓴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크레인 오토 리턴’ 기술은 무엇인가요?”

“그것도 사고 때문에 생각하게 된 건데요. 한번은 4 CDQ에 보일러 폭발사고가 일어났던 적이 있습니다. 보일러는 열교환이 일어나는 장소인데요. 파이프에 파공이 생겨서 열교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보일러가 과열되고 코크스를 장입하는 상부로 화염이 솟구칩니다. 일종의 폭발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이때 상부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코크스 장입을 멈추지 않으면 위쪽 장입부에도 불이 번져 코크스 장입 크레인 케이블도 타는 2차 피해가 생깁니다. 보일러 과열에 따른 사고야 이미 생긴 것이니 어쩔 수 없다 해도, 코크스 장입은 멈춰서 2차 사고를 막아야 하는데 자동장치라서 뾰족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크레인 설계회사인 글로벌 철강사 중 한 곳에 개념을 설명하고 견적을 요청했다. 돌아온 견적가는 1기당 2억5천만 원. 총 14억4천만 원이었다.

예산을 그렇게 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까짓 거 자체 개발한다는 배짱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더군요. 크레인을 세우는 건 문제가 아닌데 급정지를 하면 관성으로 충격이 생기는게 문제였습니다. 설비공급사 매뉴얼을 뒤지다 보니 서서히 세울 수 있는 옵션이 있더군요. 옳다구나 싶었습니다

그의 생각대로 프로그램에 해당 작업을 입력하고 테스트를 하니 크레인이 서서히 감속하다가 정지하고, 자동으로 역주행해 빠져나갔다. 이때 기분이 정말 짜릿했다고. 이에 그는 하드웨어 기능 설명서와 프로그램 설명서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제 이 시스템은 6개 모든 CDQ에 적용돼 1기당 2억7천만 원이라는 손실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개선활동에 속도를 붙인 한 마디... "안전은 불편한 거라면서요?"정원채 명장이 후배 직원에게 조언을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원채 명장이 후배에게 ‘한 방 먹은’ 사건이 있다. 안전 이야기다. 본래 정원채 명장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안전만큼은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자부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9년 항만전기실에서 통전 중인 케이블을 방전시키다 아크(arc)가 일어나 화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전기 관련 감전 사고나 화상 재해를 쭉 분석해 보니 2021년까지 41건이었는데, 그중 무려 35건이 ‘작업자의 착각’ 때문인 걸로 나오더군요. 저도 현장에서 30여 년을 일하고 있지만, 중요하거나 긴급한 일을 하다가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생각이 거기에 꽂히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 통전 중인데 아닌 걸로 착각해서 실수를 할 수 있겠더군요. 착각에 의한 사고란 건 그런 거죠.”

어떻게 하면 착각에 의한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고압 패널이 통전 중, 즉 전기가 흐르는 상태일 때는 패널 도어가 열리지 않게, 잠겨 있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통전 중 도어 잠금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개선 계획을 보고하고 파트원들과 토론을 했는데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점검할 때 불편할 것 같다.”

그 역시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다’며 동의하려는 찰나 막내 직원이 말했다.

“안전은 불편한 것이라면서요.”

그 말은 제가 교육하면서도 많이 쓴 말이거든요. '안전이란 불편한 거다' 그런데 저 스스로 제가 한 말을 부정한 꼴이 돼버린거죠. 막내 직원에게 그 말을 듣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래서 부랴부랴 동료들을 설득해서 동의를 얻고 개선활동에 속도를 붙였죠. 그렇게 '고압 패널 통전 중 자동 로킹 장치'를 개발한 겁니다.

 

인공지능 예측 모델로 화재 위험을 알리다

정원채 명장이 사무실 자리에 앉아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전과 관련해 정원채 명장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보유기술은 ‘복수의 인공지능(AI) 예측 모델을 사용한 무인전기실 위험알림 기술’이다.

“우리 공장은 무인 전기실이고, 화재 진화를 위해 이산화탄소 소화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가 질식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다는 점이죠. 혹시라도 이산화탄소가 누출됐는데 작업자가 모르고 있다면 질식사고가 나는 겁니다. 이산화탄소 누출이 아니더라도 화재가 발생하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불이 나면 이를 빨리 알아차리는 게 중요합니다. 전기실에는 기본적으로 광전식 연기감지기와 차동식 열감지기가 있는데, 문제는 이 감지기에 감지될 정도라면 이미 화재는 꽤 진행된 상태라는 겁니다.”

그래서 정원채 명장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신속하게 화재와 사고를 감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추진력 강한 정원채 답게 우선 전문 업체를 찾아 견적을 요청했는데, 견적이 무려 1억6천만 원이었다. 이것도 스스로 해보자고 생각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으로 화재와 사고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오픈 소스 모델'을 적용해서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런데 정확도가 너무 떨어졌습니다. 많은 사진으로 학습을 시켰는데 막상 실험을 하면 사람이 넘어진 것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각해보니 학습에 쓴 이미지는 대부분 수평으로 촬영했거나 현장을 자세히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감지해야 할 이미지는 CCTV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도의 이미지였떤 거죠. 또, 학습에 쓴 이미지는 교통사고 현장이나 축구장, 학교, 가정 등 일반 이미지였던 반면에, 현장은 안전모를 쓰고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의 모습이라 많이 달랐던거죠.

그래서 자료 이미지를 다시 만들었다. 작업자가 안전모를 쓰고 넘어지는 영상을 녹화해 캡쳐 이미지를 사용하고, 찍는 위치도 CCTV 각도 등을 고려했다. 직원을 동원해 수십 번 넘어지면서 완성도를 높이던 중 전문가에게 한 가지를 배웠다.

“’포즈 추정 모델’이라는 것이 있더군요. 사람의 머리와 어깨 등 17개 키포인트를 가지고 움직임을 추정해서 어깨 높이가 무릎보다 100㎜ 낮아지고, 쓰러짐 학습모델과 일치하면 사람이 쓰러진 것으로 인정하는 예측 모델이었습니다. 2개 모델로 분석해 예측하니 정확도가 확 올라갔습니다.”

화재와 연기에 대한 감지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불이 난 상황을 연출해야 하는데 실제로 불을 낼 수도 없고, 연출하다가 실제 화재라도 나면 큰일 나니 안전방재그룹과도 협업했다.

“실제로 해보니 쉽지 않더군요. 토치에 불을 붙이고 설비 뒤에 숨어서 불꽃만 보이게 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인공지능이 불이 난 것으로 인식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노하우의 전수로 내 쓸모를 다하겠다는 명장의 다짐정원채 명장이 무전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원채 명장이 ‘CDQ 장입 크레인 스마트 메인터넌스 기술’을 적용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덧붙인 말이 인상 깊다.

사람을 그렇게 불러대더니 이 시스템이 돌아가니 부르지를 않더라고요. 내가 아주 쓸모가 없어지던데요.

명장의 궁극적 지향이 노하우의 전수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인류 문명이 이전 세대가 쌓아 올린 업적을 후대에 전수하고, 후대는 그 위에 또 다른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결과임을 생각할 때, 명장의 노하우는 단 한 점도 놓칠 수 없고, 놓쳐서도 안된다. 정원채 명장의 한 마디는 농담도 아니고, 서운함의 발로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진정한 명장’임을 증명한다.

 

 

정원채 명장은 1971년 충청남도 공주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포철공고에 진학하면서 포항에 발을 디뎠고 고교를 졸업한 1990년 포스코에 입사해 화성부 1코크스공장, 운전 부서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전기 정비로 분야는 바뀌었으나 코크스와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운전과 정비를 아우르는 긴 인연과 남다른 집중력 덕분에 이 분야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 실력자이다. 대표 발의 우수제안이 3등급 3건, 4등급 6건, 5등급 14건에 이르고, 공동 발의 우수제안도 3등급 1건, 4등급 5건, 5등급 27건이다. ‘복수의 인공지능(AI) 예측모델을 사용한 무인 전기실 위험알림 기술(A등급)’, ‘코크스 건식소화설비 순환계통 한계성능 구현기술(공동발의, A등급)’, ‘광양 3코크스공장 CDQ 장입 크레인 스마트 메인터넌스 기술(B등급)’, ‘설치가 간단한 고압 패널 통전 중 전기식 로킹장치(B등급)’, ‘코크스공장 CDQ 크레인 대기전력 저감을 위한 마스터 자동제어 기술(B등급)’ 등 특허도 A등급 2건을 포함해 5건에 이른다.      자격증에 연연하지는 않았지만 제강기능장, 제선기능장, 산업안전기사, 정보처리기사, 산업안전산업기사, 전기기기기능사, e-Test Professionals 1급 등 유수의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설비사고 예방’으로 정비과장표창(1995년)을 처음 받았고, 부장, 제철소장을 비롯해 ‘창립기념 모범사원’ 부회장표창에 이르기까지 수십차례 표창을 받았다.      후배 양성과 노하우의 시스템화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의길, 명장의道] 포스코명장 특별인터뷰 모아보기
1편 : 포항제철소 EIC기술부 손병락 명장
2편 : 광양제철소 제강부 조길동 명장
3편 : 포항제철소 열연부 권영국 명장
4편 : 광양제철소 냉연부 신승철 명장
5편 : 포항제철소 제선설비부 김차진 명장
6편 : 광양제철소 EIC기술부 김성남 명장
7편 : 포항제철소 후판부 이영춘 명장
8편 : 광양제철소 화성부 김제성 명장
9편 : 포항제철소 압연설비부 서광일 명장
10편 : 포항제철소 제강설비부 남태규 명장
11편 : 광양제철소 제선부 배동석 명장
12편 : 포항제철소 EIC기술부 이경재 명장
13편 : 저탄소공정연구소 한병하 명장
14편 : 광양제철소 압연설비부 김종익 명장
15편 : 광양제철소 도금부 손병근 명장
16편 : 광양제철소 냉연부 손광호 명장
17편 : 광양제철소 열연부 김용훈 명장
18편 : 포항제철소 STS제강부 김공영 명장
19편 : 포항제철소 EIC기술부 정규점 명장
20편 : 포항제철소 제강부 오창석 명장
21편 :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이정호 명장
22편 : 포항제철소 제선부 김수학 명장
23편 : 포항제철소 제강부 이영진 명장
24편 : 광양제철소 제강설비부 이선동 명장
25편 : 포항제철소 안전방재그룹 서정훈 명장
26편 : 포항제철소 EIC기술부 이원종 명장

관련 글 보기

URL 복사

복사 버튼을 클릭하면 클립보드에 복사됩니다.

공유하기

복사 버튼을 클릭하면 클립보드에 복사됩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