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흘러가는 명장의 일상에서 투철한 직업관과 장인정신이 묻어난다.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현장의 창의적 개선활동으로 회사 발전에 기여하기까지,
명장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그들이 흘린 땀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이경재 명장은 무엇이든 속속들이 알아야 하고, 시작하면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런 자신의 성향이 계측제어라는 분야의 업무 특성 때문에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설명한다.
“계측제어 분야는 날로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분야로, 당장 지금 아는 것이 있다고 해서 만족하면 곧 뒤처집니다. 늘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분야에서도 고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라. 그리고 모르면 물어보라’라고 강조한다. 이런 ‘이경재’라는 사람의 투철한 탐구정신과 집념은 어느 정도이며, 포스코 현장을 어떻게 바꿨을까?
심지어 취미에서조차 그는 건성건성 하는 법이 없었다. 일본 유학시절 배드민턴의 매력에 빠졌는데,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도 배드민턴을 계속하고 싶어 경주, 울산의 클럽으로 운동을 하러 가곤 했다. 당시에는 포항에는 배드민턴을 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7년, 배드민턴을 혼자만 즐기지 말고 ‘포항시민을 위한 생활체육 종목으로 활성화하자’는 다소 거창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천신만고 끝에 송도의 송림초등학교 다목적 체육관을 개방해서 12명의 회원으로 포항시의 첫 번째 클럽을 만들었다. 클럽명은 포항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구속이 가장 빠른 배드민턴 모임이라는 의미를 담아 ‘포스피드’라 지었다. 이후 학교, 사설체육관 등 체육관 시설이 있는 곳마다 찾아가 배드민턴을 할 수 있게 장소를 개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02년까지 포항에 배트민턴 클럽 수가 8개로 늘어났다.
그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다시 이 클럽들을 엮어서 생활체육배드민턴 연합회를 만들었다. 지금은 연합회에 속한 이러한 클럽이 31개까지 늘어났고, 회원 수는 무려 3000여 명에 달한다. 지금도 이경재 명장은 이 포항시 배드민턴협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쯤 되면 그가 배드민턴이란 운동을 포항에 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강한 집념과 책임감, 승부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경재 명장은 이렇게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너무 나간 거 아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나이 50이 넘은 언젠가 한 번은 아내가 제게 ‘노인 10계명’이란 게 있는데 아느냐고 묻더군요. 그게 뭐냐고 했더니, 그 계명의 첫 번째가 ‘일일이 알려고 하지 마라’이고 두 번째는 ‘이것저것 묻지 마라’라고 알려줬습니다. 아마 ‘적당히 좀 해라’라는 말을 돌려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취미 생활을 넘어 포항시 체육회 수준으로 개인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아내와 배드민턴 관련한 일로 옥신각신하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아내에게 미안해 다시는 배드민턴 안 친다고 다짐하면서 라켓을 부러뜨리기도 했다는 이경재 명장. 그러나 일을 시작한 이상 중간에 그만둘 수 없어 애꿎은 라켓만 열 개 넘게 버렸다고. 그의 이런 꾸준함과 끈질김은 배드민턴 코트보다는 제철소 현장에서 더 빛을 발했다.
계측제어 전문가인 그는 ‘계측제어’를 이렇게 정의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떠올려보세요. 운전자는 자동차 속도계나 네비게이션에 표시된 속도를 보고 더 빠르게 갈 것인지, 천천히 갈 것인지 순간순간 결정하며 운전합니다. 여기서 계기판에 표시된 속도가 ‘계측’이라면, 속도를 내거나 줄이는 게 ‘제어’입니다. 우리 일상은 알고 보면 이렇게 ‘계측과 제어’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주유소에서 주유를 할 때도 기름의 양을 숫자로 표시하고,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도 저울의 눈금을 봅니다. 체중계에 올라서서 몸무게를 잴 때도 표시된 숫자를 체크합니다. 그러나 일상과 산업현장의 ‘계측제어’는 매우 다릅니다.”
산업현장에서는 일상보다 더 흔하게 ‘계측’이 일어난다. 제철소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와의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장의 계측은 극도로 정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측정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또 품질경영의 대가로 불리는 에드워드 데밍(Edwards Deming)은 “모든 것을 측정하라. 측정이 어려운 것은 측정이 가능하게 하라”라고 주창했다. 경영, 특히 품질을 중시하는 제조업과 관련된 경우에 계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말이다. 이경재 명장은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계측기를 ‘사람의 신경세포’에 비유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다.
“계측기는 사람의 신경세포와 같습니다. 포항제철소에는 이러한 신경말단, 즉 계측기가 무려 4만 5859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안전, 품질, 생산, 에너지, 환경 등과 밀접해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중점 계측기는 8887대나 됩니다. 이 모든 계측기가 정밀하고 적확한 계측을 해야 하고, 그에 따라 제어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기준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엄격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계측제어’에 대한 이경재 명장의 철칙이다.
이경재 명장은 이런 철칙에 입각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집중적으로 ‘계측기 정도관리 시스템’ 개발에 매달렸다. 포스코는 이에 힘입어, ISO가 제시한 기준보다 더 엄격한 계측제어 기준을 세워 운영 중이다. 2022년 7월 현재 기준으로 볼 때 ISO가 제시한 관리목표는 99.5%로 오차 0.5%인 데 반해, 포스코 자체기준은 99.7%로 오차 0.3%를 기준으로 한다. 이 말은 포스코가 현장에서 계측 결과 ‘100’을 계측했다면 그 계측의 오차는 플러스 마이너스 0.3까지만 인정한다는 뜻이다. 즉, 포스코가 100이라고 계측한 것의 실제 값은 아무리 달라도 위로는 100.3, 아래로는 99.7까지의 범위 내에 있다. ISO에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이 값은 100.5에서 99.5까지의 범위 내에 있으면 허용되지만 그보다 한층 정밀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엄격한 기준이고 방법이기 때문에 한국수력원자력, GS칼텍스, SK에너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에서 앞다투어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이경재 명장은 ‘계측제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는 아직 아쉬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계측이 잘못되어 오차가 크더라도 당장 그 영향을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운전화면에는 조업기준에서 설정한 데이터에 맞게 지시되고 있거든요. 가령, 계측의 오차로 인해 특정 재료가 들어가야 할 양보다 더 들어갔거나 덜 들어갔어도 그 순간에는 알 수가 없죠. 보통 그 결과는 최종 제품의 품질에 결함이 생겼을 때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데, 그래도 계측이 원인이라고 장담하지 못합니다.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최종 제품의 품질 결함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고 데이터는 오차를 포함해 설정한 값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계측이 잘못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지만, 그 영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측의 오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정도 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계측 분야는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서 금세(今世)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제철소도 이러한 신기술은 빨리 접목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은 이러한 변화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 안정적 조업이 확보된 상황에서 불안정성을 내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익숙함과 결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이를 위험요소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경재 명장과 같이 계측제어 분야를 이끌어가는 전문가는 ‘계측제어 수준 향상’이라는 본업에 더해 몇 가지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더 있다. 첫째는 계측제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이며, 둘째는 현업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신기술 접목에 대한 거부반응을 없애는 것이다.
그는 이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경재 명장은 탁구, 배드민턴 등과 같은 건강한 취미 활동으로 사람들과 더 쉽게 어울리고 소통하며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경재 명장이 잊지 못하는 또 하나의 계측제어 분야 성과는 냉각수 밸브의 제어특성을 자체적으로 변경해 제어에 성공해 조선용 특수강 생산을 가능케 한 일이다. 2016년, 조선업이 활황을 구가하자 후판 수요가 급증했다. 당시 포스코는 조선용 일반 후판은 생산할 수 있었지만, 컨테이너선 격벽이나 갑판에 사용되는 후판 400㎜ 특수강 주편 생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불량률이 무려 9%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보통 수요자는 일반적 후판을 구매할 때 원하는 특수강을 묶어서 일괄 구매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포스코는 반드시 특수강을 제대로 생산해 내야 했다.
문제는 냉각수 밸브였다. 특수강 주편은 연주공정에서 생산하고 있었는데, 이는 일반 제품과는 달리 냉각을 천천히 해야 한다. 그러려면 냉각수를 더 소량 분무할 수 있도록 냉각수 밸브를 제어하고, 냉각수 양도 정확하게 계측해야 했다.
“운전, 정비, 기술부서가 모여서 대책을 검토했습니다. 분석해 보니, 기존 밸브는 일반 조업에 최적화해서 밸브 동작범위를 15~80%에 맞춰 제작했고, 그 범위 내에서 냉각수 양을 조절하도록 돼 있었어요. 그런데 특수강 조업을 하려면 밸브 동작범위가 5~10%일 때 냉각수 양을 계측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했지요. 설비제작사에 방법을 문의해 봤지만, 그들은 고개를 가로젓더군요. 그런 범위에서는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결론은 밸브를 전부 그 사양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건 해답이랄 수도 없는 거였죠. 밸브가 무려 84대여서 비용도 비용이고, 교체하는 동안 조업도 못하니까요.”
여기서 이경재 명장은 포기하지 않고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기존에 15~80%였던 냉각수 제어밸브의 동작범위를 5~60%로 바꾼 것이다. 동작범위란, 냉각수 양을 제대로 계측하고 제어도 할 수 있는 범위를 말한다. 즉, 동작범위가 15~80%인 냉각수 제어밸브는 밸브를 15% 이하로 열거나, 80% 이상 연 경우에 냉각수 양에 대한 계측과 제어가 부정확해진다는 뜻이다. 이 문제 밸브의 동작범위를 자체 변화시킴으로써 해결됐다. 밸브를 5% 이상 60% 이하로 연 상태에서도 계측과 제어의 신뢰도를 높인 것이다. 60~80%의 구간에서의 계측은 실제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써 특수강 생산에 필요한 동작범위를 확보했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했지요. 설비메이커도 두 손을 들고 안 된다고 하고, 밸브 교체만이 답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래도 전 명확한 이론과 밸브의 구조적 특성을 알고 있었기에 밸브의 동작범위를 바꾸고 별도의 제어로직을 구성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밀어붙였지요.”
다들 포기했을 때, 이경재 명장만은 아무도 해보지 않았지만 ‘밸브특성과 제어특성을 합치면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냈다. ‘관심을 가지고 알아내려고 노력하며, 모르면 묻는다’라는 그의 평소 지론이 만든 성과일 것이다.
그런데 이경재 명장은 자신의 지론에 한 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알아가는 과정’에도 그만의 방식이 있는데, 항상 ‘이론부터 먼저 파고들라’는 것이다. 일례로 제철소에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 분산제어시스템)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경재 명장은 설비관리를 하면서 시스템의 하드웨어를 완전히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수리 때, 운전실에 있는 HMI(Human-Machine Interface)와 제어스테이션의 FCS(Field Control Stations)를 완전히 분해했다. 그 상태에서 시스템 구성을 분석하고 수리방법과 취약점을 파악한 후 다시 조립을 해 놓았다. 그러고서는 엄청나게 혼이 났다.
“사실, 당연한 꾸지람입니다. 수억 원이 넘는 시스템을 망가뜨리기라도 하면 그 결과가 참혹하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행동이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설비제작사 엔지니어 못지않은 노하우를 습득했습니다.”
이경재 명장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론부터 철저하게 습득한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정비는 조업 요청을 받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기본인데, 그는 고장이 난 것을 고장 나기 전의 수준으로 되돌리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고장이 자주 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했고,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과정에서 설비가 현재보다 개선된 상태로 거듭나기도 했다. 이런 도전과 성취의 비결을 묻자, 이경재 명장은 ‘동료들과의 소통과 협업’을 최고의 비결로 들며, 그에 관한 경험 한 가지를 들려줬다. 자주관리대회에서 전국대회 동상을 수상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이경재 명장은 어린 시절 몸이 약해 ‘약골’로 불렸다. 태어난 지 백일만에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매자 동네 어르신들이 “저 아이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 그만 포기해라”라고 까지 말할 정도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신장염으로 온몸이 퉁퉁 부어 신장제거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적도 있다. 몸이 약하고 가정형편도 어려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힘이 부쳐서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포철공고에 입학하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기숙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선후배와 함께하는 공동체 생활을 자연스럽게 경험했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도 차츰 터득했다.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달았고, ‘소통과 협업’을 중요시하게 됐다. 소통과 협업은 때로는 그에게 놀라운 결과를 안겨주기도 했다.
“1989년, 입사한 지 5년 정도 됐을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제강 탈가스공정의 설비들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개선 사항 한 가지를 발굴했습니다. 담당하고 있는 설비 중에 진공 속에서 용강성분을 조정하는 공정이 있었습니다. 용강성분을 조정하는 설비가 진공상태여야 하다 보니 이곳에 3~8 종류의 합금철을 넣을 때도 바로 넣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별도의 용기를 두고 이곳에 합금철을 넣은 뒤 그 용기를 진공상태로 만들고, 다시 용기의 입구를 열어 진공상태인 설비에 합금철을 넣어야 했죠. SF영화 같은 걸 보면 우주비행사가 우주선에 진입할 때 중간단계로 거치는 감압실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중간단계 용기를 진공상태로 만들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조업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니 다양한 종류의 합금철을 한 가지씩 넣어가며 작업을 여러 번에 걸쳐서 진행하고 있더군요. 저는 이 상황을 살피다가 ‘야금학적 반응에 영향이 없다면 중간 용기가 담을 수 있는 만큼 한꺼번에 담아서 작업을 진행하면 작업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곧장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아이디어대로 하면 기존 21분 걸리던 작업시간을 17분대로 줄일 수 있었지만, 현장의 반대는 극심했다. 본래 설비를 설비제작사에서 만들 때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이경재 명장은 ‘본래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말을 그냥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는 직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대화하고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소통해 결국 그들의 동의를 얻어냈고 개선도 이뤄졌다. 그 후 새로운 작업방식은 현재까지도 인용되어 17분대의 조업이 현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이 ‘소프트웨어 개선’ 사례는 자주관리대회 전국대회에까지 진출했다. ‘하드웨어 개선’이 주류인 자주관리대회에 전국 최초로 본선에 오른 ‘소프트웨어 개선’ 사례였다. 그리고 마침내, 이경재 명장은 이 개선으로 대회 동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이경재 명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이론적 지식, 실전 노하우만큼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제철소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관계자가 힘을 모아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경재 명장은 그런 깨달음을 후배 사원들에게도 시간 나는 대로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5~6년 전부터 스마트팩토리 구축,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의 변화 이슈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나타납니다. 이런 이슈가 제기될 때 대부분은 고급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을 우선 떠올립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AI, 빅데이터라도 기초 데이터가 정확하고 신뢰성이 높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오차가 크고 수시로 변동이 생기는 데이터를 AI와 빅데이터에 활용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탄탄히 다진 기초 위에 집을 지어야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고급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집이고 새로운 시도라면, 기초가 바로 계측제어입니다.”
명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경재 명장은 이렇게 답했다. 항상 제철소 기술 변화에 촉각을 세워온 계측제어 전문가 다운 답이었다.
“계측제어는 안전, 품질, 생산, 에너지 등 모든 분야에서 워낙 기초이다 보니,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잘 보이지 않으니 관심 밖으로 벗어나기도 쉽죠. 하지만 보이지 않기에 더 중요합니다. 저는 현재 하고 있는 계측제어 분야의 발전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계측제어에 대한 인식의 저변을 넓히는 일에도 힘쓰려고 합니다. 그것이 저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사명입니다.”
이경재 명장을 보면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포스코의 과거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이 말은 기술인으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과 꼭 들어맞는다. 계측제어에 쏟은 이경재 명장의 땀과 눈물이, 조용히 포스코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포스코의길, 명장의道] 포스코명장 특별인터뷰 모아보기
1편 : 포항제철소 EIC기술부 손병락 명장
2편 : 광양제철소 제강부 조길동 명장
3편 : 포항제철소 열연부 권영국 명장
4편 : 광양제철소 냉연부 신승철 명장
5편 : 포항제철소 제선설비부 김차진 명장
6편 : 광양제철소 EIC기술부 김성남 명장
7편 : 포항제철소 후판부 이영춘 명장
8편 : 광양제철소 화성부 김제성 명장
9편 : 포항제철소 압연설비부 서광일 명장
10편 : 포항제철소 제강설비부 남태규 명장
11편 : 광양제철소 제선부 배동석 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