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석유 산업은 유가 하락으로 대표되는 불안정성과 끊임없는 정세 변화로 인해 늘 술렁이는 시장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과 투자 기회는 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석유 산업이 겪고 있는 변화 속에서, 천연가스와 같은 대체 연료 개발이나 그로 인해 증가하는 인프라 수요로 인해 철강 산업과 관련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겨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오늘 Hello, 포스코 블로그에서는 최근 포스코 글로벌 블로그 The Steel Wire에 소개된 미국 라이스 대학 에너지 관리학과 빌 아놀드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석유 산업의 변화 속에서 철이 갖는 역할과 기회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에너지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온 주요 사건들을 살펴보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 산업 속에서도 철강 산업이 얻을 수 기회는 여러 곳에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오늘 포스코리포트를 통해 다양한 산업이 어떤 역설적인 관계로 관련되어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l 미국 에너지 산업에 나타난 거대한 변화
미국 에너지 산업은 여러 차례 변화 과정을 겪었지만, 그중에서도 연관된 기타 산업 분야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몇 가지 대표적인 계기가 존재합니다. 먼저 셰일 혁명, 석탄 산업, 핵에너지, 그리고 가격 하락을 중심으로 그 타격과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꾼 셰일 혁명
셰일 혁명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셰일 가스를 추출하는 핵심 기술인 수평 시추법*과 수압 균열법*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소개된 공법이었지만, 미국의 기업가 조지 미첼이 이를 처음으로 상용화하며 에너지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오게 되었죠. 그 결과, 미국은 천연가스 수입국에서 파이프라인 가스(PNG)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출국이 되었고, 가스와 석유, 그리고 석유 제품 가격의 생산 단가를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석유를 수출하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석유 생산국은 물론, 수입국까지도 영향을 주었는데요, 이러한 변화는 자연히 석유와 가스 생산국들이 해외 진출을 줄이고, 국내 생산에 좀 더 집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쇠퇴하는 석탄 산업
가장 보편적인 에너지 원료였던 석탄은 훨씬 저렴한 천연가스의 등장 이후 마켓 셰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내 석탄 생산 지역을 대상으로 석탄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호응을 얻었지만, 사실상 쇠퇴하는 석탄 산업을 일으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일 뿐입니다. 비록 기존 친환경 정책을 철폐하는 방안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전력 생산에는 석탄보다는 경제성이 높은 천연가스가 선호되기 때문이죠.
핵에너지 산업의 여러 난관들
핵에너지는 천연가스와의 경쟁력 싸움과 함께, 시설의 노후화로 인한 위협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엄격한 규제 시스템 또한 핵에너지 산업의 축소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핵 발전소 중 상당수는 수명이 다 되어 대거 보수가 필요하거나, 가동을 중지해야 할 정도로 낙후되었는데요.
그러나 핵발전소는 규제 시스템을 갖춘 주에서만 건설할 수 있으며 상당히 큰 규모의 건설 비용을 필요로 하므로, 그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노후된 발전소에는 보수공사를 시행하여 향후 오랜 기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사실상 여러 핵 발전소가 중단되었고 더 많은 곳이 폐쇄될 예정입니다. 핵에너지는 저렴한 원료로 여겨지지만, 천연가스와 비교하면 현재 비용으로는 그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부 장관 릭 페리는 석탄과 핵에너지 산업이 풍력이나 태양광 에너지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기초 산업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를 보호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러한 규제책이 경제성을 능가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합니다.
하락하는 가격
마지막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 세계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가마다 관련 예산이 삭감되었으며, 특히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심해나 북극 같은 개척지에서의 작업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셰일가스를 산출하는 영역인 셰일 플레이에 투자했던 소규모 독립회사들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채굴권 대여에 과한 비용을 투자하여 대부분 파산하거나 자산을 매각하였습니다.
심지어 세계 최대 광산 업체인 BHP 빌리턴 조차 셰일 산업에 약 200억 달러를 투자하였지만 6년 만에 130억 달러의 손실을 보기도 했는데요. 월스트리트에서 여전히 상당한 자금 지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오로지 성장성에만 관심을 두었던 기존의 시선은 현금 흐름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렴한 천연가스와 변화하는 석유 산업이 철, 그리고 철강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었을까요?
l 저렴한 천연가스가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
천연가스와 원유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시추된 천연가스와 원유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에 대한 프로젝트가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 따라 환경 보호 단체의 거센 저항도 있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중지된 건설을 제외하고는 많은 파이프라인 구축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에 철강은 미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시스템의 중추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말 그대로 수천 마일의 파이프라인이 대륙을 넘어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그리고 멕시코와 멕시코만에 걸쳐 거대한 수송망을 따라 구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석유나 가스의 생산과 공급을 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파이프라인 덕분이라고 할 수 있죠.
해양 플랫폼
국내 해양 플랫폼 건설뿐만 아니라 공급망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근해 산업은 언제나 주요한 철강 수요원 중 하나였습니다. 최근에는 해양 산업에 예산 투입이 상당히 축소되어 산업이 다시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지만, 국제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 증가율이 낮아진다면 3~5년 내로 회복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규 천연가스 시설
수년간 미국은 가스 부족 현상에 대비해 약 40개에 이르는 천연가스 수입 터미널 건설을 계획해 왔습니다. 하지만 셰일 혁명의 영향으로 자체 수급이 가능해지면서 대부분의 건설을 중단하고, 이미 건설된 터미널은 LNG ‘수출’ 터미널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가치 체인 전반에 막대한 재정 투자가 필요했고, 미개발 지역에 여러 공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계획 중에 있습니다.
다른 예로,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입 터미널을 건설하였고, 세계 2순위 석유 회사인 쉘(Shell)은 남아프리카와 베트남과 같은 다양한 국가에서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건설 계획을 논의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인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에너지 사용을 중단했고 재개 또한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처럼 산악 지형이 많은 곳은 파이프라인이 광범위하게 구축되지 못해 24대의 수입 터미널에만 의존하고 있어, 새로운 시설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활성화된 석유 화학 산업
상대적으로 저렴한 천연가스의 등장과 함께 미국 석유 화학 산업도 재조명되었습니다. 이미 투자 완료된 텍사스와 루이지애나를 비롯해 현재까지 약 1천억 달러의 자본 투자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걸프만에 새롭게 건설된 석유 화학 시설과 더불어 지속해서 공급되는 저렴한 천연가스는 몇 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미국 경제 부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자연히 전력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일수록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전자 상거래 시장조차 이로 인해 거대한 유통 센터와 같은 인프라가 건설된다면 당일 배송까지 현실화하는 등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석유 수송선
2015년 미국은 자국 에너지 안보를 위해 지켜오던 규정을 철폐하고 40년 만에 원유 수출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현재 하루 약 2백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국 내 원유 생산량 또한 증가하면서 수송 방식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요, 한때 주요 대미 수출국이었던 나이지리아는 더 이상 미국에 원유를 수출하지 않게 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기업 사우디아람코는 쉘과의 합작회사인 모티바와 자산 분리를 결정하고, 미국 내 석유화학공업의 중심지 중 하나인 텍사스주 포트 아서에 미국 내 가장 큰 정유 공장을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미국 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여겨지는데요, 결과적으로 산업 내 다양한 변화가 새로운 수송선의 수요 또한 증가시킬 것이니 철강 산업엔 또 다른 기회의 문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많은 산업들은 서로 얽혀있고, 하나의 불황이 또 다른 곳에선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는 역설적인 관계를 지니기도 하죠. 현재 석유 산업이 겪고 있는 많은 변화에 대비하여 숨어 있는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이에 대해 포스코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게 될까요? 다양한 곳에서 기회를 잡아 불황을 부흥으로 바꾸는 포스코, 그리고 철강 산업의 활동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 빌 아놀드는 미국 라이스 대학교 존스 경영 대학원 에너지관리학과 교수로서 16년간 로얄 더치 쉘에서 중동, 라틴 아메리카, 북아프리카의 국제 관계에 관한 전문가로서 활동한 경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