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분야에 식량사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이 있을까?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재가 아니라 진짜 쌀 산업 말이다. 포스코그룹에서는 생각보다 비중 있게 식량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실제로 식량사업은 포스코의 100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으며, 그 결실로 지난 9월에는 우크라이나에 곡물 수출터미널을 준공해 주목받고 있다. 이윤을 넘어 식량안보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식량사업. 그렇다면 포스코그룹은 왜 식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어떤 성과가 예상되는지 포스코 뉴스룸에서 정리해봤다.
l 식량사업, 왜 중요할까?
2000년대 들어서서 유럽, 남미 등 세계적 밀 생산지의 가뭄으로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는 국가 간 식량 양극화의 빌미를 제공했다. 각국에서는 식량 부족에 대한 현실적 우려들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사실 대한민국은 ‘식량부족국가’로 불릴만하다. 2019년 8월, 영국의 경제정보평가기관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세계 식량안보지수(GFSI, Global Food Safety Initiative)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75.6점을 기록, 총 113개 국가 중 25위에 그쳤다. OECD 국가 중에도 하위권이다. 전체 식량 중에서도 특히 곡물 자급률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곡물 위주의 식습관과 가파르게 증가하는 육류 소비량을 고려했을 때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평균 전 세계 곡물 자급률은 101.5%인데 반해, 한국은 23.0%에 불과하다. 연간 식용 및 사료용 곡물 수요가 2천여만 톤에 달하지만 국내 곡물생산량은 쌀을 제외하면 거의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곡물 수급의 해외 의존도가 높을 경우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식량안보 위기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미래 식량자원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l 산업의 쌀을 넘어 ‘진짜 쌀’을 향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최대 규모의 농산물 교역량 규모를 자랑한다. 직접 식량 생산뿐 아니라 가공, 보관, 운송, 터미널 운영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곡물 밸류체인을 구축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인도네시아 팜 오일 사업, 미얀마 미곡종합처리장 사업,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사업을 꼽을 수 있다.
(1) [농장형 밸류체인] 인도네시아 팜 오일 사업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식량 무역 중, 직접 생산을 포함한 ‘농장형 밸류체인’에는 인도네시아의 팜 오일 사업이 있다. 지난 2011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파푸아 주에 대규모 팜 농장을 조성하고 설비 투자를 감행했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식용 오일의 39%를 차지하고 있는 팜 오일에 주목했기 때문.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와 더불어 세계적인 팜 오일 생산국으로, 이들 두 나라에서 생산되는 팜 오일이 전 세계 생산량의 8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된 팜 오일은 인도네시아 내수에서 소비될 뿐만 아니라 동·서남아시아 국가로 수출되고 있으며, 바이오 시장에서 다양한 활용도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2) [가공형 밸류체인] 미얀마 미곡종합처리장 사업
팜 오일 사업 다음으로 추진된 사업이 바로 미얀마 미곡종합처리장 사업이다. 미얀마는 전통적인 쌀 수출 강국.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여 년간의 쌀 수입 사업 경험을 토대로 미얀마 산지에서 수확된 벼를 가져와 건조, 저장, 도정, 검사, 판매를 일괄 처리하는 ‘가공형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2017년부터 제1공장을 가동했으며, 제2공장은 올 상반기에 완공됐다. 이 두 공장을 통해 연간 10만 톤의 쌀을 가공하여 유통할 수 있게 됐다.
(3) [유통형 밸류체인]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사업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밀, 대두 등 주요 곡물의 5대 수출국이자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 중 하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곡물 주요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에 곡물 조달 법인 설립에 이어 국내 최초로 연 250만 톤 규모의 곡물 수출터미널을 준공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이 곡물터미널을 확보함으로써 ‘농장형’, ‘가공형’에 이은 ‘유통형’으로 밸류 체인을 확장한 것이다.
이로써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구입, 검사, 저장, 선적에 이르는 단계별 물류 컨트롤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재고 관리도 용이해졌다. 민간기업이 해외 수출 터미널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것은, 글로벌 곡물 트레이더로서의 역량 강화를 뛰어넘어 장차 대한민국의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l 완전한 밸류체인 통해 매출 5조 원의 캐시카우로… 더불어 ‘식량안보’까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작년 약 437톤의 곡물을 트레이딩했으며, 이는 매출기준 1조 2,000억 원 수준이다. 오는 2030년까지 식량사업의 매출을 5조 원까지 끌어올려 회사의 캐시카우로 키우기 위해 미드스트림 확대와 밸류체인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팜 오일 사업은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미얀마 미곡종합처리장 사업도 제2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흑자 전환을 기대해볼 만하다.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식량 유통뿐만 아니라 생산, 조달, 가공을 모두 아우르는 완전한 밸류체인을 구축해 식량사업을 미래 핵심사업으로서 더욱 강건하게 키워나갈 방침이다.
한편, 최근 높아지는 비유전자변형(Non-GMO) 곡물에 대한 선호와 물류 효율성 증대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아시아 수출량이 확대되고 있다.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노후 저장 시설 개선 및 곡물 전용 수출 터미널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곡물터미널 사업은 해외 곡물 비축 사업을 민간기업이 나서서 정부와 협력해 나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국가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처럼 다양한 국가에 전진기지를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전략이다. 기후 변화와 외교 분쟁 등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식량 파동에 보다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 이 역시 국가의 해외 곡물비축사업을 민간기업이 나서 이뤄냈다는데 의의가 크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체 곡물 수출의 90% 정도를 수출하는 흑해 항만에 공급 사슬망을 구축한다는 점도 주요하다. 포스코그룹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식량사업의 교두보가 튼튼하게 세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