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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건물의 옷과 도시의 표정을 만들다! 김광현 교수가 들려주는 건축 혁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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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건물의 옷과 도시의 표정을 만들다! 김광현 교수가 들려주는 건축 혁신 이야기

2025/10/29

튼튼한 뼈대로 건축물을 지탱해주는 철!
그러나 건축사에서 철은 단순히 튼튼한 재료가 아니라 건축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의 원동력이었다고 하는데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김광현 명예교수와 함께 철과 건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김광현 명예교수

 

철이 건축의 발전을 돕는 재료라고?

철은 건축의 발전을 돕는 대표적인 재료입니다. 무게는 가볍지만 강도는 매우 강하죠. 철은 콘크리트나 목재와 비교해 밀도는 낮지만 항복 강도비*는 대단히 높습니다. 그래서 강철을 쓰면 크고 무거운 하중을 지탱할 수 있는데요. 운반이나 설치가 용이해 공사 기간이 짧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항복 강도비 : 재료가 소성 변형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최대 응력의 비율

그렇다면 철은 건축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요?  2세기 때 지어진 판테온의 돔을 보시죠. 지름이 43.2m인 이 돔은 돌을 차례로 쌓아 만들어졌습니다. 6세기의 아야 소피아 역시 돌로 지어진 돔인데, 지름이 32.7m으로 한 번에 1만 8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두 건물을 기점으로 대공간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요. 돌로 짓는 조적 구조*에는 한계가 있었던 거죠.

*조적 구조(組積構造) : 벽돌, 석재, 블록 등 개별 단위 재료를 쌓아 올려서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 방식.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에 건립된 수정궁. ⓒ Dickinsons,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반면, 철로 지은 건물은 훨씬 크고 정교했습니다. 특히 철과 유리의 결합은 대공간을 만드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1847년 지어진 영국 큐가든의 팜하우스라는 온실은 주철을 일정한 크기로 커브를 만들고, 판유리를 굽혀 햇빛을 잘 받아들이도록 설계했습니다. 지금까지도 하자가 없고 아름다운 건물로 평가받고 있죠.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립된 수정궁은 길이만 무려 563m*139m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이었습니다. 철과 유리로 같은 구조를 반복해 투명하고 경쾌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완성도 높은 건물로 일컬어집니다.

철은 전통적인 미학을 넘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건물을 만드는 데에도 적합했습니다. 근대 발전과 함께 철골 구조의 대공간이 사용된 건물이 바로 공장인데요. 공장은 큰 기계가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기둥 간격이 넓고 공간이 커야 했습니다. 다른 재료로는 공간의 쓰임새를 만족할 수 없었지만, 철은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건축사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한 에펠탑.  ⓒ Getty Images Bank

철골 구조는 당시 높이 기록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고층 건축물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프랑스 파리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축물, 에펠탑 역시 철골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에펠탑은 인체의 뼈대처럼 하중과 바람을 효율적으로 견디도록 설계된 혁신적인 철골 구조물이었죠. 다리를 건축하는 교량 기술자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과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세워졌습니다. 높이는 무려 324m에 달하며, 사용된 철골 부재의 무게만 해도 약 7300톤에 이릅니다.

에펠탑은 건축되기 이전부터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고전 건축물들이 가득한 파리 도심에 3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철탑이 들어서면 도시 경관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서는 상식을 뒤엎는 구조물이었던 에펠탑은, 프랑스 건축사에서 ‘철의 시대’를 열어준 상징적인 건축물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파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철, 자유로운 공간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요소

철은 보다 자유롭고, 옷처럼 부드러운 건축 재료로 바뀌고 있습니다. 철골은 콘크리트보다 구조적 제약이 적어, 내부 기둥이나 벽 없이 넓고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평면 설계의 자유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용도에 대응할 수 있죠.

1980년대가 지나면서 기술을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하이테크 건축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시초는 1969년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퐁피두 센터입니다.

퐁피두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구조물의 바깥에서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 공간은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방화 칸막이 벽 말고는 벽과 내부 기둥을 모두 없앴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구조와 설비를 외부로 드러내 ‘기술을 표현의 수단’으로 삼은 것이죠. 1986년에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홍콩 상하이 은행은 하이테크 건축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세계 최초의 오픈플랜 사무실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죠.

철은 주택 건설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근대 이후 주택 건설의 중요한 과제는 ‘차별화된 공간 경험과 삶의 질 향상’이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강철이 모듈러 공법*을 만드는 아이디어 제공에 중요한 단초가 됐습니다.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는 주택을 만들려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철이 필수적인 건축 요소가 되는 것이죠.
*모듈러 공법 : 공장에서 미리 집 구조물을 만들고 현장으로 가져와 조립하는 공법

이에 세계적인 건축가들은 실험주택을 보급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80㎝의 정사각형 격자 강철 프레임의 시스템을 만들고, 보조합성 강철과 목재까지 포함한 실험주택을 보급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세드릭 프라이스의 경우에는 ‘더 스틸 하우스’ 계획을 통해 벽을 움직여 시간과 생활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주택을 보여줬죠.

 

건축의 미래를 이끌 주역으로서의 철

강철 건물은 옷처럼 가볍습니다. 또한, 21세기 철은 구조체(몸)뿐만 아니라 외피로도 사용되죠. 1929년 크라이슬러 빌딩은 스테인리스강 크라운을 통해, 기능과 무관하게 외피로서 강철이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철골·철재·강철은 공간의 가능성과 생산의 가능성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구조적 강점뿐 아니라 외피·미학·촉각적 표현까지 확장하죠. 마지막으로 철은 하이브리드 구조와 산업적 시스템을 통해 주거·도시 환경을 혁신할 수 있는 핵심 재료입니다. ‘새로운 재료가 새로운 건축을 만들다’는 원칙 아래, 철은 여전히 건축의 미래를 이끌 주역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철의 가능성에 주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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