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물체를 끌어 당기는 신비한 성질, 자성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철가루가 자석에 달라붙는 자기장 실험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철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성질, 즉 ‘자성’을 가지고 있다. 자성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극히 한정된 물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현상이다.
물질은 자기적 성질에 따라 크게 상자성(常磁性), 반자성(反磁性), 강자성(強磁性)으로 구분된다. 먼저 상자성체는 자기장 안에 넣으면 자기장 방향으로 약하게 자화*되고, 자기장이 제거되면 자화하지 않는 물질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알루미늄, 주석, 백금, 이리듐, 산소 등이 있다. 반자성체는 외부 자기장에 의해 반대 방향으로 자화되는 물질로 수소나, 물, 수정, 납, 구리, 아연 등 많은 금속과 대부분의 염류가 이에 속한다. 반면, 철, 니켈 및 코발트 등은 강자성체로 자기장의 방향으로 강하게 자화되며 자석에 강하게 끌리는 물체들이다. 강자성체 물질을 함유해 이러한 성질을 가지는 합금도 있다.
*자화 : 자석이 아닌 물체가 자석의 성질을 가지게 되는 것
하지만, 철 합금이라고 해도 자석에 붙지 않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스테나이트(Austenite)계 스테인리스강이다. 보통 ‘18-8 스테인리스강’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크롬 18%, 니켈 8% 함유한 철 합금으로, 이물질이 잘 묻지 않고 녹도 잘 슬지 않아 일반 가정의 싱크대 및 주방용 기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편 강자성체라 해도 일정 온도 이하에서만 자성을 띠는 경우가 있다. 즉, 모든 원소는 일정한 온도 이상이 되면 자성의 성질을 잃게 되며 그 온도도 원소마다 다르다. 이를 ‘퀴리(Curie) 온도’라 말한다. 다시 말해 강자성과 상자성 사이의 전이 온도로서 자성을 띤 물체를 그 물체의 퀴리 온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자성을 잃어 탈자될 뿐만 아니라 자석에도 붙지 않는 상자성체로 변한다. 그러나 온도가 떨어져 퀴리 온도 이하가 된다면 다시 자성체로 되돌아온다. 순수한 철의 퀴리 온도는 770℃, 니켈은 358℃, 코발트는 1130℃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철을 비롯한 자성물질로 인해 급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력 기원을 전후해 중국에서는 자석의 일종인 나침반이 발명되었으며, 이 나침반은 서양으로 전래돼 먼바다로의 항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20세기 초에는 전기강판이 개발되었는데, 이를 활용한 철심이 변압기, 발전기, 모터 등에 이용돼 전력 수송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20세기 중∙후반에는 카세트테이프, 컴퓨터 기억 소자 및 플로피 디스크, 신용카드 및 전화카드, 지하철 승차권, 스피커, 고속전철, 거대한 입자가속기 장치 및 자기부상열차 등 자성재료가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 문명의 핵심 소재로 부상했다. 철이 지닌 신비한 성질 ‘자성’은 현재를 너머 미래에도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루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l 철의 재활용과 철스크랩의 부상
재활용 측면에서 철은 가장 친환경적인 소재다. 한 번 사용하고 나면 그 효용을 다하는 타 소재와는 달리, 철은 한 번 사용된 후에도 ‘철스크랩’으로 회수되어 다시 철로 생산되기 때문에 지속적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어느 소재가 재활용률이 높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철강 제품을 비롯한 각 소재별 재활용률을 측정하는 기관과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생산되는 제품 대비 얼마나 회수되는 지를 측정하거나 회수된 제품을 재생산에 투입할 때 생산되는 비율을 측정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어 비교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한번 생산된 철강제품이 철스크랩으로 회수되는 기간은 철이 사용된 최종 제품에 따라 상이하다. 예컨대 철근이나 형강 제품으로 생산된 철은 보통 건축물에 사용되어 최소 30~50년 동안 철스크랩으로 회수되지 않는다. 반면 자동차강판으로 사용된 철강제품은 7~10년 내에 회수되고, 가전제품용 철강제품은 이 보다 짧은 기간 내에 회수될 수 있다.
철스크랩의 분류 방법은 발생원에 의한 분류, 성분 및 형태에 의한 분류, 구입형태에 의한 분류 등이 있다. 이 중 발생원에 따라 ‘자가발생 철스크랩(Home Scrap)’, ‘가공 철스크랩(Prompt Industrial Scrap)’, ‘노폐 철스크랩(Obsolescent Scrap)’으로 나뉜다.
여기서 ‘자가발생 철스크랩’은 철강재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철스크랩으로, 별도의 가공처리나 유통거래가 없이 전량 회수 사용된다. ‘가공 철스크랩’은 기계, 자동차 등 철강 수요산업의 생산공정에서 철강재 가공 시 발생하는 철스크랩을 의미하며, ‘노폐 철스크랩’은 최종 제품의 유용성이 소실되어 철강 폐기물로써 재사용에 적합하도록 가공 처리되는 철스크랩을 말한다. 노폐 철스크랩은 전국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산재돼있으며, 상이한 경제 가치 기준을 갖는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철스크랩 축적량과 회수량, 회수율이 증가하면서 노폐 철스크랩이 늘어나는 반면, 철강 제조 기술발전과 최신 설비의 도입으로 자가발생 철스크랩은 감소하는 추세다.
철스크랩은 철광석, 원료탄과 함께 철강의 3대 기초 원료로서,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철스크랩의 재활용은 자원개발과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될 만큼 주요한 철강자원이다. 또한, 철스크랩 사용량을 늘리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그만큼 줄일 수 있어 환경 측면에서도 철스크랩 재활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l Net zero 전환과 철강산업의 미래
최근 철강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산업계 전반으로 가장 화두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탄소중립 이슈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1.5℃에서 2℃ 정도로 제한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데, 이는 저탄소를 넘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IPCC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도 상승 1.5℃ 제한을 위해서는 ‘50년까지 지구 전체가 필수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규제 중심이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은 국가별 기여 발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졌는데, EU가 ‘50년 탄소중립을 명시하며 기존 30년 40% 감축 목표에서 55%로 상향했으며 미국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파리협정에 재가입해 50년 탄소중립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년 11월 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포함한 LEDS(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를 확정했다.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에 발맞추어 글로벌 철강사도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대표적으로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은 다양한 저탄소 기술개발을 위해 총 49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일본제철은 ‘13년 대비 ‘30년까지 30% 탄소감축, ‘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및 CCUS 기술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도 ‘HyREX 기술개발’을 중심으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l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기술
철강산업에서 이루어지는 탄소중립 기술개발을 살펴보기 전, 우선 현재 글로벌 조강생산 대비 제법별 생산 비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년 기준 세계 조강생산은 18억 7 천톤 수준이며 이중 72%는 고로에서 28%는 전기로에 의해 생산이 되었다. 향후에는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이 적은 전기로 기술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철강사들의 실천하려는 탄소중립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現제철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이다.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활용하는 ‘CCUS 기술’을 활용하거나, 그린 수소 및 그린 전력으로 철강제품을 생산해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하나는 新공정 기술개발로, 탄소중립의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가장 현실적인 탄소저감 기술은 ‘철스크랩 기반의 전기로 공법’이다.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OECD 자료에 의하면 ’19년 기준 고로는 세계 평균 약 13년, DRI(직접환원철) 설비는 약 14년 가동 중이라고 한다. 이에 철강산업의 투자 주기 및 평균 가동기간을 고려하면 현재 가동 중인 철강생산 설비의 상당수가 ‘30년대 중반까지는 가동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30년 이후는 수소환원제철 등 신공정 기술이 철강산업의 주력 기술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상태의 철은 적철광, 자철광과 같이 산소와 결합된 산화물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제철공정에서 환원공정이 필수적이다. 현재까지의 환원반응은 석탄, 천연가스를 활용했기에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발생했으나,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CO2 발생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코의 경우 ‘30년까지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법인 ‘HyREX 기술’을 개발할 계획인데, 독자기술인 FINEX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발전시켜 수소환원제철법으로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