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은 기업이 처음 어디에서 시작했고 지금 현재에는 어디에 서 있고 미래에는 어떤 목적지를 향해서 가고 있는 지에 대한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포스코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포스코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l 포스코가 걸어온 길
포스코는 1968년 4월 1일 포항종합제철이라는 공기업으로 시작했다.이때 일본으로부터 받은 대일청구자금이 사용되어 창업정신이 제철보국이었다. 포항종합제철의 임무는 양질의 철을 생산해서 국가 산업화 기반을 마련해 국가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었다.
포스코는 1980년대에 이르러 제철보국의 사명을 완수하고 민영화 단계를 거친다. 1994년 뉴욕 증시에 상장과 더불어 2000년에는 남은 정부 지분을 매각하여 자본의 민영화를 완성한다. 민영화와 동시 대일청구자금도 모두 상환한다. 2002년 민영화된 회사로의 딥 체인지를 위해 사명을 포스코로 변경한다. 현재 포스코는 해외 주주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18만 주주가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사기업으로 걸음을 시작한 지 16년이 지나고, 포스코가 걸어온 세월이 반세기가 되는 2018년 포스코는 또 한 번의 탄생을 경험한다.
2018년은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통해 사기업이라는 몸을 넘어 정신까지 온전하고 새롭게 태어난 해이다.
l 기업시민이란 무엇인가?
포스코의 문화적 정체성이자 철학적 신조(credo)인 기업시민이란 포스코 지속 가능성을 지지하는 구성원들과 함께 공존, 공생, 공영이라는 기업 생태계의 공진화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코 기업 생태계 구성원은 전방과 후방에 위치한다. 포스코의 후방의 구성원은 협력업체와 이 협력업체가 제공하는 자연환경이라 할 것이다. 전방의 구성원은 포스코의 경쟁사, 제품을 사주는 직접 고객, 고객이 만들어내는 제품을 소비하는 마지막 소비자들이다. 사회 구성원이야말로 전방 구성원의 종착점이다.
포스코 기업시민은 이들과의 관계에 대한 재정립이다. 후방인 자연환경을 가져다 쓰는 일방적인 관계에서 공존하는 파트너로, 전방에 포진한 경쟁사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과는 경쟁하는 관계에서 공생하는 파트너로, 중심에 있는 경영진과 종업원들과는 생존을 넘어 100년 기업 포스코를 공영하는 파트너로 동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요즈음 대한민국에 ESG에 관한 열풍이 거세지고 있는데 포스코에는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포스코는 기업시민을 통해 포스코에 고유한 ESG를 실행해왔다. 포스코 기업시민의 세 영역인 비즈니스, 소사이어티, 피플은 ESG의 영역과 일치한다.
포스코의 비즈니스 영역은 ESG의 E(Environmental)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자원을 재활용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비즈니스의 혁신을 달성해 자연환경과 공존하는 것이 핵심이다. 포스코의 소사이어티는 ESG의 S(Social)에서 주창하는 사회의 약자, 경쟁사, 협력업체에 대한 배려와 공생의 철학이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피플에서는 ESG의 거버넌스(Governance)에 해당하는 경영진과 직원들에 대해 포용하고 공영하는 문화를 목적함수로 생각한다. 포스코는 ESG 열풍이 시작되기 이전에 포스코만의 고유한 형태로 ESG를 실천하고 있었다. ESG는 포스코의 기업시민을 실현하는 하위 전략이다.
기업시민의 본질은 자연, 사회, 구성원을 포스코의 이방인으로 취급하기보다 이들의 아픔을 환대하고 이들과 더불어 공존, 공생, 공영을 추구하는 동행의 정신에 있다. 이런 거대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기업시민은 큰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 있는 자리에 안주하기보다는 포스코의 비즈니스를 통해 자연, 사회, 구성원을 향해 손을 내밀고 먼저 한 발 더 가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혁신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시민은 이런 시민 행동을 축적해 파트너들과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공존, 공생, 공영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기업시민의 신조는 제철보국이라는 창업정신을 현대적 의미에 맞게 부활시켜 낸 것이다. 포스코는 설립 시점에는 국가와 민족에 은혜를 갚는 회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업시민은 시대정신의 변화에 발맞춰 이 보은의 대상에 자연, 구성원, 사회를 포함한 것이다. 힘 있는 대기업으로서 이끌어가겠다는 자세에서 벗어나 포스코의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과 함께 서로의 지속 가능성을 타진해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경영진과 종업원들도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지금 있는 것만 가지고라도,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해 자신과 동행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한 걸음 먼저 더 나서는 것이 기업시민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l 초연결 플랫폼 시대의 차별화 전략
모든 기업은 자신이 가진 차별점을 지렛대로 삼아 경쟁력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인정받으면 생존을 구가한다. 지금까지 경영전략을 통해 우리가 배운 차별화의 두 축은 가격과 기술을 통한 품질의 차별화이다. 가격 차별화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던 시대는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이다. 품질 차별화를 위한 기술도 문제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는 융합과 제휴로 기술 수준이 쉽게 포화상태에 도달하여 기술만 가지고 차별적 경쟁력을 유지할 방법도 없다.
기술과 가격이 차별화의 지렛대가 될 수 없는 시대에 다음 수준의 차별화 포인트로 거론되는 것은 체험을 통한 차별화다. 고객이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할 경우 가격과 품질을 넘어서 이 제품과 이 서비스에서는 다른 회사 제품과 서비스에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체험을 한다. 회사가 자신들을 존재의 수준에서 차별화시키는 철학이 있어서 이것을 서비스와 제품에 끼워 넣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철학을 판다. 최고의 가격과 최고의 품질을 기본으로 회사의 철학을 체험으로 팔 수 있는 회사가 소위 초연결 디지털 혁명 시대의 초우량 기업이다.
포스코는 철강, 에너지, 친환경 소재 등에서 품질을 갖춘 제품, 최고의 가성비 있는 제품을 팔기도 하지만 포스코는 이런 제품을 넘어 기업시민이라는 이념과 정체성을 파는 회사이다. 포스코의 파트너들은 최고의 제품을 최고의 가격에 사는 것을 넘어 포스코 생태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업시민이라는 정체성을 체험하기 위해 포스코와 거래한다.
l 감사편지를 받는 회사
포스코가 기업시민을 통해 약속한 공진화를 구성원들이 실제로 체험할 수 있을 때 포스코의 기업시민의 진정성이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
100년 기업 포스코를 지지하는 구성원 마음속에 기업시민이 자리 잡을 때 기업시민은 생명을 획득한다. 기업시민이 생명을 획득해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하면 구성원들은 포스코를 향해서 따뜻한 감사편지를 보낸다. 기업시민 비즈니스 영역이 약속한 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해결했을 때 가장 열광하는 구성원은 아이들과 기저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인들일 것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약속이 실현된다면 노인과 아이들로부터 포스코가 지구를 살려내줘서 고맙다는 감사편지를 받을 것이다. 기업시민의 사회 영역을 구성하고 있는 파트너사, 협력업체, 경쟁자로부터도 계속 거래하고 싶다는 편지를 받을 것이다. 경쟁자들로부터도 존경의 편지를 받을 수 있다면 사회 영역에서 기업시민을 최고 상태로 실현한 것이다. 포스코의 경영진과 종업원들로부터는 100년 기업 포스코를 만드는 과정에 동참하는 동안 더 인격적으로 성숙한 기업시민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편지를 받을 것이다.
구성원들로부터 포스코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감사편지를 받을 수 있는 상태는 포스코의 기업시민을 향한 진정성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 꽃피운 상태이다.
포스코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파트너들에게 받은 감사편지는 종업원으로부터 받은 조직몰입을 넘어서서 사회적 헌신(Social Commitment)의 원천이다. 포스코가 사회적 헌신을 동원할 수 있는 회사가 되었다는 것은 100년 기업으로 안착하는 포스코의 대업이 내부 구성원인 경영진과 종업원을 초월해 모든 파트너의 관심사로 전환되었다는 증거이다.
조직몰입이 구성원들로부터의 일방적 사랑이라면 사회적 헌신은 포스코의 성공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파트너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종업원과 경영진을 넘어 파트너들이 포스코에 감사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이들 마음에 포스코가 법인을 넘어서 품격 있는 인격을 갖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