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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기 ‘사전(辭典)’ 손병락 상무보

전동기 ‘사전(辭典)’ 손병락 상무보

2020/06/19

포스코 내 전동기(Motor) 기술 분야 일인자로 꼽히는 포항EIC기술부 손병락 상무보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44년 땀 흘린 노력과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17일 21회 ‘철의 날’을 기념하여 동탑산업훈장 수상자에 선정된 것. 포스코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인으로 인정받은 그를 포스코 뉴스룸에서 만나봤다.

포스코 1호 명장…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건 배움을 향한 갈망”

동탑산업훈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산업훈장이다. 손병락 상무보는 전동기 기술 개발로 철강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을 거머줬다.

“영광이고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론 조직과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일익(一翼)을 담당해 달라는 당부 같아 막중한 책임감이 듭니다. 믿어주시는 선배와 힘든 길에 동행해 준 동료들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훈장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훈장을 수여받는 모습

1977년 입사한 손 상무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기 전동기 분야 베테랑이다. 포항제철소 6천 개에 이르는 유도전동기 사양을 670개로 표준화하여 업무 효율화에 기여했고, 고압·특고압 전동기 코일 부분 수리 기술과 고전압 전동기 개선 기술 개발에도 앞장섰다. 다방면에서 굵직한 성과를 일궈낸 손 상무보는 포스코패밀리 대상(2004), 철강기능상(2010) 등 각종 표창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직원에게 수여하는 기술인 최고의 영예, 포스코 명장 1호(2015)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금이야 제철소 전동기 분야 국내 일인자로 꼽히는 손 상무보이지만 처음 전동기를 접했을 땐 고생도 많았다. “열에 아홉은 실패였다”는 그는 부족한 소양을 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사비를 털어 전동기 전문업체를 찾아다녔고, 어깨너머 습득한 지식을 직접 실험하며 전동기 기술을 터득했다. 그렇게 익힌 노하우는 훗날 전동기 사양 표준화, 전기 회전기기의 코일 권선장치 등 특허 1건과 실용신안 3건을 등록하는 밑거름이 됐다.

모험을 즐기는 승부사… ”안 되는 이유보단 되는 방법을 찾는다”

전동기 같은 대형 설비 고장은 전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전례가 없다는 건 정상화를 위해 항상 새로운 생각과 방식, 즉 모험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43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손병락 상무보에게도 다양한 모험이 찾아왔다. 그때마다 손 상무보는 정면 승부를 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년 전 포항 1열연 RM(Roughing Mill, 조압연) 전동기 사고 수리작업이었다..

“설비 라인은 어느 하나만 고장 나도 전체 공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손해도 막대하고요. 당시 고장 난 전동기 수리에 일본 제작사는 6개월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6개월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 이야기였지요. 손실이 크겠다는 생각에 부장님께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린 뒤, 나흘 밤낮을 꼬박 새워 수리에 매달렸습니다.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압연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무엇보다 성공적인 수리로 우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기뻤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안 되는 이유보단 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는 손 상무보의 작업 방식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최근에는 초대형 압축기용 전동기의 국산화 작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며 “훌륭한 동료들 덕분에 어떤 난관도 문제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평소 활발한 소통가로도 유명한 그는 “소통은 조직의 능력을 최대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며 후배들에게도 ‘활발하게 소통할 것’을 당부했다.

쉬지 않는 노력파…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배움은 계속된다”

44년 경력에 명장과 훈장까지 달았지만, 손병락 상무보는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새롭게 습득한 지식을 현장에 적용할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는 그는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남는 시간을 쪼개 자기계발에 힘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에는 전동기 기술 분야의 학문적 기반을 닦기 위해 전기공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전기기능장, 전기기사 등 자격증 공부에도 매진했다.

손 상무보는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교육하고 전파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교류회전기기 종합지식(945쪽), 전동기 교육자료(95건) 등 그가 지금까지 작성한 교육 자료만 1,500여 건이다. 평소 즐겨 읽는 주자 10후회의 한 대목인 ‘少不勤學老後悔(소불근학로후회)’을 인용하며 후배들을 향해 “젊어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한다”는 쓴 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세상은 꿈꾸는 자가 자신의 꿈을 실현해가는 곳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지속적인 자기계발이 필요합니다. 배움에 소홀하면 목표는 허황한 꿈에 불과합니다. 꾸준한 배움의 자세로 일순간 찾아오고 금세 사라지는 기회를 반드시 잡으시기 바랍니다.”

후배들의 든든한 뒷배… “현장에서 땀 흘리며 오래도록 일하고 싶다”

포스코와 오랜 시간 희로애락을 함께한 손병락 상무보는 처음 전동기 앞에 섰던 까까머리 시절 열정으로 지금도 자신을 갈고 닦는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젊음을 뽐내는 사랑스러운 후배들과 땀 흘리며 오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어떤 궁금증에도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전” 같은 선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업무적으로는 수많은 실패 속에 어렵게 익힌 제철소의 전력 기반 기술이 단절되지 않도록 전수 활동에 더욱 힘쓸 예정입니다. 운영기준, 업무표준, 작업절차, 실패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하여 실패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미완성 기술은 후배들이 완성해 갈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포스코 현장에서 배운 제 기술이 사회 발전에 쓸모 있는 디딤돌이 되길 희망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진한 땀방울 가득한 현장에는 언제나 손병락 상무보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동료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있을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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