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붉은 수돗물, 서울 문래동의 녹물 사건 등이 이어지며 각광받고 있는 소재가 있다. 바로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여러분은 하루에 몇 번 스테인리스를 만지는가? 음식을 조리할 때,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혹은 운동을 할 때도 우리 몸이 닿는 곳곳에 스테인리스가 있다. 단순히 ‘많이 쓰이는’ 것만이 아니다. 일상을 더욱 편리하고 위생적이며 안전하게 지켜주는 스테인리스 스틸. 포스코 뉴스룸에서 자세히 만나보자.
| 내 몸의 위생을 위해, 의료용 써지컬 스틸
써지컬 스틸(Surgical Steel)이라 불리는 의료용 스테인리스 스틸은 무엇보다 위생성이 중요하다. 수술용 메스나 주사 바늘, 부러진 뼈를 고정하는 나사처럼 신체 부위에 직접 닿거나 체내에 들어가서도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식성을 지닌 스테인리스 스틸이 의료용에 적합한 이유다. 인체에 직접 닿아야 하는 써지컬 스틸은 고온에서 살균 소독해서 써도 지장이 없다.
써지컬 스틸은 일반적으로 오스테나이트계 316 스테인리스 스틸과 마르텐사이트계 440, 420 스테인리스 스틸로 나뉜다. 316 스테인리스 스틸은 크롬, 니켈, 몰리브덴 합금강으로 내구성과 내식성이 뛰어나다. 뼈를 고정하는 나사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로 알려져 있다. 440, 420 스테인리스 스틸은 크롬과 합금된 고탄소강이다. 흔히 나이프와 같은 도물류를 만들 때 사용하는 소재로, 역시 강도가 높고 내식성이 뛰어나 수술용 메스 등 의학 기구를 만들 때 사용된다.
| 식재료만 중요한 게 아니다, 청결한 주방용품의 시작
일상생활에서 스테인리스 스틸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주방이라 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주방용품 소재는 대부분 무쇠나 놋(황동)이었다. 하지만 무쇠는 무겁고, 놋은 쉽게 녹이 슬었다. 이후 알루미늄이 등장했지만 쉽게 찌그러졌다. 스테인리스는 이러한 소재들의 단점들을 모두 극복했다. 가볍기도 하거니와 물 세척만으로도 쉽게 씻기고, 녹이 슬지 않는다. 식기, 수저, 식칼, 냄비, 솥, 주전자, 오븐 등 주방용품에 단연 손꼽히는 소재다.
녹이 잘 슬지 않는 내식성, 펄펄 끓는 물에 삶아도 안전한 위생성을 지닌 데다 저렴하고 변색이나 세균 증식이 잘 되지 않는 등 여러 장점 덕분에 스테인리스에 대한 주방용품 업계의 선호도는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이유식 밥그릇부터 커트러리부터 식기세척기, 정수기까지 식재료 손질과 음식 조리, 주방용품 정리 등 모든 과정에서 스테인리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이전에는 제품의 내부 구성에만 주로 쓰였다면 최근에는 메탈릭 디자인의 유행을 타고 외부에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밥솥은 밥솥 커버, 내솥, 내솥 케이스까지 밥알이 닿고 냄새가 스미는 곳 모두를 풀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들어 청결도와 내구성, 고급스러움을 강화했다.
| 금속 알레르기 OUT! 액세서리용 써지컬 스틸 각광
‘위생성’을 자랑하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인체와 직접적으로 닿는 생체 금속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생체 금속은 무엇보다 녹이 슬지 않아야 한다. 인체는 70%가 물로 구성돼 있고 부식을 일으킬 수 있는 염소 이온이 풍부하다. 기존에는 생체 금속으로 철, 금, 은, 백금 등 다양한 금속이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스테인리스도 많이 쓰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료용으로 많이 쓰이는 써지컬 스틸 역시 액세서리 소재로 각광받는다. 위생적이고, 오래 사용해도 색이 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금속에 비해 가볍고 세공 작업이 쉽다. 금이나 은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내식성이 높아 피부가 약하거나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 한 발짝 더 나아간 은백색 꿈의 소재, 티타늄
생체 친화적이면서 친환경적 성향으로 ‘21세기 금속’으로 불리는 티타늄. 카멜레온처럼 색상이 변화무쌍하고 304 스테인리스 스틸과 비슷한 수준의 성형성을 지닌 티타늄은 백금 수준의 내부식성을 가진, 유지보수가 거의 필요 없는 꿈의 소재다. 철(탄소강)보다 40% 가볍지만, 2배 강하다. 그 대신 가격은 탄소강의 40~80배, 스테인리스의 10~20배인 ‘귀하신 몸’.
그도 그럴 것이 티타늄은 우주항공, 전략 무기 등에 전략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스테인리스 스틸과 더불어 자전거, 테니스 라켓, 시계, 휴대폰, 안경 등을 비롯해 고급 가전제품과 레저용품 신소재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티타늄은 모든 금속 중 가장 생체 친화적 특성을 갖고 있다. 피부 접촉 시 염증이나 독성을 나타내지 않고 생체 섬유 조직 등 생리적 거부 현상에 대한 저항성을 갖고 있다. 특히 임플란트 적용 시 헐거워지는 경우, 인체 내에 삽입되더라도 체내로 유입되는 양이 거의 없고 내식성이 강하여 부식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뼈와 탄성계수 차이가 적어 골다공증 및 파괴방지에 유리하다. 인공뼈, 심장밸브, 임플란트 등 인체공학이나 의학분야 전반에 걸쳐 폭넓게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철은 철이로되, 완전 다른 철이로다
철강 제품은 크게 ‘탄소강’과 ‘스테인리스강’으로 나뉜다. 둘 다 철은 철이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철이다. 철(Fe)에 몇 가지 원소를 첨가함으로써 ‘녹이 생기기 어려운(Stain+Less)’ 스테인리스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스테인리스의 별명은 ‘철강의 꽃’이기도 하다.
스테인리스는 철(Fe)에 다른 원소를 첨가해 강철의 성질을 개량한 ‘합금강’이다. 핵심 원소는 크롬(Cr)이며, 이밖에 용도에 따라 탄소·니켈·망간·몰리브덴 등을 조금씩 포함하고 있다. 표면이 미려해 별도의 도금 공정을 거칠 필요도 없고 내식성이 월등해 사용환경의 제약이 적고 위생적이다. 또한 가공성이 우수하여 변형이 쉽고 강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강하다.
스테인리스가 녹이 잘 슬지 않는 이유는 표면에 ‘부동태 피막’이라는 특수한 보호 피막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부동태 피막은 스테인리스를 구성하는 원소 중 크롬(Cr)이 산소(O2)와 만나 산화되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산화크롬 피막(Cr2O3)이다. 그 두께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얇은데(약 2nm, 100만분의 2mm), 무척 단단해서 모재(母材)인 철이 산화되어 녹스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산화크롬 피막이 긁혀서 표면이 일부 파괴되더라도, 크롬이 다시 산소와 만나 피막이 금방 재생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또한 내화(耐火), 내열(耐熱)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 생활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방용품, 엘리베이터, 건물 내·외장재, 전자제품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화학 및 중공업, 전 산업분야에까지 그 사용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스테인리스 스틸 수요량은 100만 톤이었다. 수요가 가장 높았던 산업은 자동차(27%)로, 가전(15%), 건자재(13%), 강관(11%) 등이 뒤를 이었다. 포스코는 연간 200만 톤의 스테인리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약 60%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꿈의 소재 티타늄의 연간 생산량은 2400톤으로, 포스코는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POSUK(포스코와 UKTMP의 합작사)에서 중간재인 잉곳(Ingot)을 수입, 제철소 설비로 압연하여 순도 99% 이상의 금속 티타늄을 생산 판매한다. 포스코가 제조할 수 있는 티타늄 강판 사이즈는 두께 0.4mm 이상 폭 1219mm이며,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열연·냉연·후판 제품을 코일(스켈프) 또는 시트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티타늄을 전량 수입하고 있었지만, 포스코가 2008년 티타늄 강판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조선·원자력 발전 등 산업용 티타늄을 국산화할 수 있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티타늄의 약 90%가 발전·조선용 열교환기에 쓰이고, 그외에는 반도체 설비용, 의료용, 캠핑용품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 스테인리스 스틸, 더 오래, 더 위생적으로 쓰고 싶다면?
공기나 물에 접촉해도 부식되지 않는 스테인리스의 발명 이후 우리 일상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병원, 주방 등 ‘위생’이 특히 중요한 일상 각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자주 접하고 사용하면서 궁금한 점들이 많았을 터. 포스코 뉴스룸에서 몇 가지 FAQ를 준비했다.
Q. 스테인리스 소재 제품은 사용하기 전 연마제를 제거해야 한다고 들었는데요. 귀찮은데 꼭 해야 하나요?
A. 스테인리스 제품은 표면을 깎아 부드럽게 만들고 광택을 내기 위해 연마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를 위생적으로 오래 쓰려면 연마제를 제거해줘야 하는데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키친타월이나 행주에 식용유를 묻혀 제품을 여러 번 구석구석 닦아 주세요. 이 과정을 반복하면 검은색이 더 이상 묻어 나오지 않게 되는데, 이때 식초를 희석시킨 물에 담아 10분 동안 끓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방 세제로 깨끗이 닦으면 사용 준비 완료!
Q. 스테인리스 냄비에 생긴 얼룩은 어떻게 없애죠?
A. 냄비, 프라이팬, 식칼 등 주방용품 표면에 하얀 얼룩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이것은 물속에 녹아있던 석회질이 말라서 눌어붙은 것인데, 알칼리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산성 물질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산성계 세제가 없다면, 냄비에 물을 담고 식초나 구연산을 섞은 뒤 끓여주면 얼룩을 쉽게 없앨 수 있어요. 냄비가 탔을 때도 물에 베이킹소다를 풀어서 끓이고 수세미로 닦아주면 됩니다.
참고로 스테인리스 냄비나 프라이팬은 충분히 예열한 후 조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습니다. 예열되기 전에 재료를 넣으면 연기가 나고 재료가 들러붙기 때문에, 냄비를 충분히 달군 후 조리해 주세요. 처음엔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익숙해진다면 스테인리스 냄비만큼 안전하고 위생적인 냄비도 없답니다.
Q. 스테인리스는 자석에 붙지 않는다는데, 간혹 자석이 붙는 건 왜 그런가요?
A. 스테인리스 칼붙이처럼 자석이 붙는 스테인리스 제품이 종종 있는데요. 이런 제품은 일반 철에 스테인리스를 코팅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모든 스테인리스가 자석에 붙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스테인리스는 결정 구조에 따라 오스테나이트계, 페라이트예, 마르텐사이트계의 3가지로 나뉘는데, 이중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오스테나이트 계열 스테인리스 스틸의 경우 자성을 가지지 않지만, 마르텐사이트나 페라이트 계열의 경우 강철에 비해 강도는 약하지만 자성을 띤답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고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흔한 소재 스테인리스지만 ‘철강의 꽃’이라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청결, 건강, 위생. 이러한 키워드에 빠질 수 없는 소재이자, 둘째 가라면 서러운 솔루션 ‘스테인리스 스틸’. 포스코는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와 노력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더 편리하고 위생적으로 만들어주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개발에 힘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