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포항 포스코인재창조원이 축하 물결로 넘실댔다.
이날 포스코기술대학은 2018학년도 학위수여식을 열고 4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포항 캠퍼스 21명, 광양 캠퍼스 19명으로 총 40명의 포스코인이 전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도 학위수여식에서 철강부문장상을 받은 광양 제선부 1제선공장 김수철 씨와 포항제철소장상을 받은 포항 설비기술부 기계기술 섹션 권기철 씨를 만나 전문가 포스가 철철 넘치는 그들의 경험담을 들어봤다.
l 김수철 씨,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후배 사원 기술 전수에 힘쓸 겁니다.”
광양제철소 제선부 1제선 공장에 근무 중인 김수철 씨는 입사 전 대학을 다니던 중 군대 전역 후 복학해 학업을 계속할지, 포스코에 입사할지 고민 끝에 2000년 3월 포스코에 입사했다.
입사 후에도 그가 가슴에 품고 있던 배움의 갈망은 포스코기술대학에 입학하면서 해소될 수 있었다.
“사내 학사과정이 생기자마자 입학을 결심한 건 아니었어요. 2년 정도 고민하던 끝에 제선 부장님과 공장장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018년 4기생으로 입학하게 됐습니다. 포스코기술대학 신입생은 지원 자격을 충족한 직원 가운데 부서장의 추천과 입학 전 사전 인터뷰를 통해 선발되는 시스템이에요.”
포스코기술대학 신입생은 그해 지원자가 정원에 못 미쳐도 전원이 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 인터뷰에서 지원자의 의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불합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막상 20여 년간 손에서 놓았던 책을 다시 잡는 일은 용기가 필요했다. 게다가 업무를 병행해야 하므로 부담감도 컸다.
“공학 및 역학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입학 전 12월부터 2월까지 두 달 반은 퇴근 후 야간 사전 기초 수학학습을 통해 본 과정에서 필요한 기초 수학지식을 습득했어요. 조금씩 불안감이 사라져가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본 과정이 시작되고 나선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2학년 1학기부터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Action Learning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김 씨는 1고로 Mix Gas Seal 해봉 방지 및 자동수봉장치 과제를 수행했다.
“고로에서 용선을 생산하면 BFG Gas가 발생하게 되는데, 고로 조업이 불안정하거나 BFG 압력제어에 이상이 있으면 압력이 급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고로에 Mix Gas Seal 해봉 방지 및 자동수봉장치를 적용하고 과제발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 과제는 현재 특허 출원이 완료됐고, 타 고로에도 수평 전개되고 있다. 늦깎이 대학생의 학업에 대한 열정이 특허 출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업무와 학업을 병행한 지난 2년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잘 견디고 노력해 좋은 성과를 내고, 졸업장을 받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어느 졸업장보다 의미 있는 졸업장이죠. 학습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에 학습자 등록을 해 금속공학 학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후배 사원들에게 기술 전수에도 힘쓰고 싶어요.”
l 권기철 씨, “체계적인 이론 지식에 대한 아쉬움을 채울 기회였죠.”
올해로 포스코에 입사한 지 어언 20년을 맞은 권기철 씨는 포항 설비기술부 기계기술 섹션 설비진단파트에서 회전기기 진동진단 업무를 맡고 있다. 평소 주 업무 외에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 지식이 아쉽게 느껴지던 차에 포스코기술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이 실제 업무 수행 시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도 체계적인 이론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세미나, 사외 교육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혼자 공부를 해봤지만 아쉬움이 썩 채워지지는 않았어요.”
매주 금·토·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므로 자리를 비울 때 발생하는 업무 공백이 부담됐다. 선뜻 지원하기는 힘들었지만, 전문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사내 학사과정은 좋은 기회임이 분명했다.
“철야 작업 후 바로 수업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졸면서 수업을 들은 적도 있긴 하죠. 제 업무전공은 기계 분야인데, 이외에 금속, 전기, 제어 등을 처음 접하게 된 다른 분야 과목은 생소하고 어렵기도 했어요. 제가 만든 3일간의 업무 공백을 분담해 조금씩 부담을 가져가 준 동료들 덕분에 더욱 학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죠.”
제철소 현장에서 그의 업무는 설비 진동을 분석해 고장 원인을 찾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포스코기술대학에서는 설비 진동을 분석하기 위한 ‘설비 진단’ 과목을 다룬다. 설비의 고장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기계요소 설계’ 과목, 진단 시 사용하는 계측기나 변환기에 관한 내용은 ‘센서 공학’ 과목을 통해 업무와 관련된 전문 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포스코기술대학에서는 금속, 전기, 제어 등 전체적인 기술을 아우르는 과정을 배운다.
권 씨는 ‘저속 선회베어링의 상태 진단’을 주제로 과제를 수행했다. 설비진단과 기계요소 설계 등의 과목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어 과제 해결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교수님과 토의하면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요. 그 결과를 확장해 다른 공장까지 확대 적용 중입니다. 2년 과정이 지나고 현업에 복귀한 지금은 전보다 더 많은 영역이 눈에 들어오고, 분석 업무를 볼 때도 전과 다른 시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학사학위 취득을 위한 공부를 마친 그는 석사 과정까지 계속 공부하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포스코는 2013년 10월부터 현장 직원의 자기 개발과 평생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2년제 전문학사 과정의 사내대학 ‘포스코기술대학’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포스코기술대학을 통해 철강융합전문학사를 취득한 포스코인은 총 175명에 달한다.
이 과정에 참가하는 학생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주 23시간 수업에 참여한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근무를 제외해주며, 학비는 포스코에서 전액을 지원해 전교생이 장학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포스코기술대학에 입학하면 철강업에 최적화한 교육과정을 담은 철강융합과를 전공하게 된다. 국가직무 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금속·기계· 전기와 관련된 기초 공학부터 재료강도학·소성가공 등 전공 심화까지 총 27개 과목이다. 현장 관리자로서 알아야 할 환경 보건경영시스템, 경영학 개론을 비롯한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의 교양과목도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올해는 포항 캠퍼스 15명, 광양 캠퍼스 11명, 총 26명의 신입생이 포스코기술대학에 입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