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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의 심장 용광로, 어디까지 봤니?

용광로 해부학 1

제철소의 심장 용광로, 어디까지 봤니?

뉴스룸 편집팀 2019/06/13

우리나라는 포항, 광양, 당진에 일관제철소가 있습니다. 일관제철소의 ‘심장’인 용광로는 포항에 4기, 광양에 5기, 당진에 3기 총 12기가 운영되고 있죠. 특히 광양에 있는 1고로는 내용적이 무려 6,000입방 미터로 세계 최대 규모의 고로이며, 광양제철소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제철소입니다.

아시다시피 용광로는 쇳물을 생산하는 대형 설비입니다. 높이가 110m나 되어서, 고로(高爐)라고도 부르죠. 용광로가 잉태해낸 쇳물은 이후 제강, 압연 등 후공정을 거쳐 우리 일상을 채워주는 다양한 철강 제품이 됩니다. 그런데, 용광로가 뜨거운 쇳물을 만든다는 단순한 사실 외에 용광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계시나요? 제철소로 견학을 가보신 분들이라도 거인처럼 솟아있는 철제 구조물을 기억하실 테지요. 용광로 안을 들어가 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포스코 뉴스룸이 준비했습니다. 용광로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를 모두 풀어보는, 용광로 해부학! 용광로의 내부구조는 어떠한지,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기술들이 사용되는지, 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요인들까지 쉽고 정확하게 짚어드립니다.

포항 제철소 미니어처 이미지


땅! 불! 바람! 세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땅! 불! 바람! 세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용광로에서 쇳물이 탄생합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쇳물을 만들기 위한 기본 요소 3가지가 바로 땅, 불, 바람이라는 건데요. 쇳물 만들기의 기본 과정을 먼저 볼까요?

우선 철을 제조할 수 있는 광물인 ‘철광석’을 땅으로부터 가져옵니다. 철광석에도 다양한 종류가 따르는데(적철광, 자철광, 갈철광), 평균 약 60%의 철분(Fe)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철광석은 바로 용광로로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소결공정’을 거치는데요. 이를 통해 철광석의 들쭉날쭉한 성분을 균일화하고, 용광로에 넣기 좋은 크기로 만듭니다. 이렇게 정돈된 철광석을 ‘소결광’이라고 합니다. 소결광 이외에도 일부는 광산에서 채굴할 때부터 넣기 좋은 크기로 생산된 ‘정립광’과 극미분의 철광석을 동글동글하게 소성시켜 만든 ‘펠렛’까지 총 3가지 원료를 용광로에서 함께 사용합니다. 석회석 등 ‘부원료’도 살짝 들어갑니다.

<용광로 연·원료의 구성>원료 소결광(Sinter) 80% 정립광(Sized Lump) 14% 펠렛(Pellet) 5%+부원료 1% 연료 코크스(Coke) 67% 미분탄(Pulverized coal) 33%

이제 원료를 녹여 우리에게 필요한 철 성분만 뽑아내야 하는데요. 원료에 열을 제공하는 역할은 ‘코크스’와 ‘미분탄’이 합니다. 코크스는 석탄을 1000℃ 내외로 가열하여 만드는 고체 연료입니다. 이는 용광로 안에서 원료를 녹이는 열원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철광석 중의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의 역할을 합니다. 미분탄은 석탄을 0.125mm 이하의 크기로 파쇄한 연료인데요. 코크스 대비 원가가 저렴해서 경제적인 조업에 도움을 줍니다.

물론 연·원료를 덩그러니 고로에 넣어둔다고 해서 쇳물이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코크스가 연소되며 원료를 녹일 열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약 1200℃의 바람, 즉 ‘열풍’을 용광로 안으로 불어넣어야 합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놀랍게도 층층이 쌓인 연·원료가 부분적으로 최대 2300℃에 달하는 뜨거운 용광로 안에서 공중부양을 합니다!

말로만 들어서는 감이 잘 안 오신다고요? 이렇게 용광로를 반으로 탁! 잘라서 보여드릴게요.

용광로 내부 단면을 보여주는 그래픽 이미지. 부생가스는 파이프를 통해 배출되어 먼지 제거 후 제철소 동력원으로 재활용, 1) 로테이션 슈트를 통해 연,원료를 정확한 위치로 안착, 2) 연,원료가 번갈아 쌓여 용광로 중간에 부양함, 3) 열풍구를 통해 1200도의 열풍을 일정하게 불어넣음, 4) 쇳물, 슬래그, 가스가 복합적으로 발생, 5) 용해된 쇳물과 슬래그가 용광로 바닥으로 떨어짐, 쇳물과 슬래그는 출선구를 통해 배출

용광로 내부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용광로의 꼭대기에 설치된 장입 설비를 통해 연·원료들이 투입됩니다. 투입된 원료들을 로테이션 슈트(Rotation Chute)가 회전하면서 내부에 골고루 분포합니다. 연·원료는 계산된 위치에 정확히 쌓입니다. 연료와 원료는 번갈아 가며 약 40~50층을 이룹니다.

반대편 아래에서는 1200℃의 열풍이 연·원료들에 열을 가합니다. 약 4.0bar의 힘으로 쏘아대는 열풍 때문에 연·원료들은 용광로 안에서 공중부양을 하게 되죠. 자연히 고온 상태에서 연료인 코크스가 원료를 용해하는 화학작용이 일어납니다. 용광로는 하나의 큰 ‘화학반응 공장’인 셈입니다. 용광로 안에서 이뤄지는 화학반응들은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습니다.

    • 코크스 연소 : Coke(Carbon)와 O2를 고온에서 산화시켜 CO Gas를 생성 (C + O2 ⇒ CO)
    • 철광석 환원 : CO Gas가 철광석으로부터 산소를 분리시켜 순수한 Fe를 생성
    • (3Fe2O3 + CO ⇒ 2Fe3O4 + CO2,   FeO + CO ⇒ Fe + CO2)

이 과정에서 쇳물, 슬래그, 부생가스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섞여있다가, 가스는 용광로의 위쪽으로 올라가고 쇳물과 슬래그는 바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가스는 집진기에서 먼지가 제거된 후에 다시 동력원으로 변환되고, 슬래그와 쇳물은 분리되어 각각 수재 처리 시설과 제강공정으로 넘겨집니다. 원료가 투입되어 쇳물로 배출되기까지는 약 6시간 30분이 걸립니다.

l 부산물은 어떻게? 당연히 ‘재활용’

용광로 내에서 생성되는 부생가스들은 용광로 상단에 설치된 파이프를 통해 배출됩니다.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질소가 주를 이루는데요. 쇳물 1톤당 가스 발생량은 약 1,600입방 미터 정도입니다. 가스들은 1·2차 집진기를 통해 먼지를 제거하고 깨끗한 가스로 만들어져 제철소 각 설비 가동을 위한 전력을 생산하는데 사용됩니다. 포스코는 제철소 내 사용전력 중 73%를 자체 생산하고 있습니다.

<용광로 부생가스 처리 프로세스> 용광로 안전밸브 Bleeder 용광로 Dust Catcher 1차 집진설비 Bischoff 2차 집진설비 부생가스 처리 프로세스(가스 청정 설비) 가스 저장소

용광로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또 다른 재활용원이 있습니다. 철광석에는 철의 산화물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성분도 포함되어 있죠. 대표적인 것이 ‘실리카(이산화규소)’인데요. 이 성분을 철광석에서 분리하기 위해 소결광을 제조할 때 ‘석회석’을 부원료로 투입해 성분을 맞춥니다. 그 후 용광로 내부에서는 원료가 용해되는 과정 중 석회석이 실리카와 결합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이 혼합물은 쇳물보다 비중이 낮아 쇳물 위에 층을 형성해 흐르게 되는데요. 이 혼합물이 바로 제선 부산물인 ‘슬래그’입니다.

슬래그는 어디로 갈까요? 포스코의 슬래그는 100% 비료나 시멘트 등으로 재활용됩니다. 고로 슬래그는 규산이 풍부해 벼농사 비료로 매우 훌륭합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농업 비료로 쓰인 포스코 슬래그는 39만 톤입니다. 또한 포스코그룹은 슬래그 비율을 높여 강도는 높이고 이산화탄소 발생은 최대 60%까지 줄이는 고성능 친환경 시멘트 POSMENT(포스멘트)를 개발했습니다. 작년에 시멘트로 재활용된 포스코 슬래그 1,069만 톤은 사회적 온실가스 839만 톤 저감에 기여했습니다.

l 용광로는 재래식? 알고 보면 고도 기술의 집약체

용광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설비이기 때문에 자칫 ‘재래식 기술’로 연상되기 쉽죠. 하지만 이안에는 세밀한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포스코가 출원한 고로 및 제선 관련 기술 특허만 2,000건이 넘고, 이 중 권리를 등록받은 특허가 약 790건입니다.

원료들을 어떻게 용광로 안으로 떨어뜨리느냐, 그것부터 기술입니다. 소결광과 코크스를 어떤 순서로, 어떤 크기부터, 얼마만큼, 어디에 장입할 것인지 치밀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로테이션 슈트의 각도와 회전수를 조절하여 연·원료를 용광로 내부에 골고루 안착시킵니다.

또한 고온의 바람을 40개 이상의 구멍을 통해 일정하게 불어넣어야 합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이 열풍에는 순수한 산소를 적정하게 첨가하기도 합니다. 이 열풍을 위한 열풍로 설비가 따로 있는데요. 열풍로의 주요 에너지원은, 용광로와 코크스 공정에서 나온 부생가스입니다. 100% 재활용하는 거죠. 이러한 친환경 기술 역시 포스코의 경쟁력입니다.

고체, 액체, 기체가 혼합된 용광로 내부는 변화가 많아 예측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과거 용광로는 철강인들에게 ‘속을 알 수 없는 자식’과 같았죠. 한창 말을 잘 듣다가, 어떤 때는 알 수 없는 탈을 내기도 하고요. 기계라기보다는 하나의 생명체로써 용광로를 다뤘습니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참으로 답답했을 겁니다.

이를 두고 제철소에서는 ‘노황 관리’라고 하는데요. 용광로의 조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를 “노황이 좋다.”라고 합니다. 포스코는 46년간 쌓아온 고로 기술력을 기반으로 현재는 노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체의 온도, 압력, 쇳물이 만들어지는 상태 등 노황 전반을 실시간 Data를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죠. 24시간 불을 끌 수 없는 연속조업의 특수성을 가진 용광로에게 있어 안정적인 노황을 유지하는 것은 제철소 전반의 경제성과 안정성에 직결되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l 용광로 점검·정비가 대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한편, 최근 용광로 정비 시에 배출되는 분진과 가스가 대기 오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정말일까요? 그 속 사정은 이렇습니다.

고로는 한번 불을 지피면 15년에서 20년 동안 계속 쇳물을 생산합니다. 1,500℃의 쇳물을 다루는 고로는 고온의 대형 압력용기나 마찬가지인데요. 오랜 기간 동안 안전하게 고로를 운용하는 것 또한 제철소의 경쟁력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현장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주기적인 정비와 점검은 필수입니다. 때문에 제철소는 용광로를 1.5~2개월에 한 번꼴로 정비합니다. 이를 제철소에는 ‘휴풍이라 부르는데요. 그 이유는 앞서 보여드렸던 용광로에 바람을 불어넣는 작업을 멈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때 위험이 발생합니다. 휴풍시 용광로의 내부 압력이 대기 압력과 비슷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그럴 경우 외부 공기가 용광로 안으로 유입되어 내부 가스와 만나 폭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용광로 내부에 수증기와 질소를 주입하고 내부 압력을 대기 압력보다 높게 유지하여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합니다. 이때 주입된 수증기와 잔류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안전밸브인 ‘블리더(bleeder)’를 개방합니다.

이 정비 방법은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의 철강사들이 따르고 있는 방법입니다. 독일,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용광로를 정비하고 있죠. 다만, 휴풍 직후 블리더를 개방할 때 용광로 내부의 잔류가스가 5분 정도 배출됩니다. 그 외에 배출되는 것은 대부분 수증기입니다. 5분 동안 나오는 가스의 양은 2,000cc의 자동차가 하루 8시간씩 10여 일 동안 운행할 때 배출하는 양과 비슷합니다.

포항제철소의 용광로 휴풍이 대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도구

포스코는 올해 초 4개월에 걸쳐 포항제철소의 용광로 휴풍이 대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봤습니다. 휴풍시 제철소 인근 지역과 멀리 떨어진 지역의 국가 대기환경측정망 데이터를 비교해본 건데요.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황산화물, 질산화물 등 주요 오염물질의 양이 용광로가 정상 가동할 때와 휴풍했을 때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휴풍이 대기오염의 원인이라면, 용광로 휴풍과 함께 제철소 주변 지역의 대기질이 급속히 나빠지지 않았을까요?

l 용광로에는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녹아 있다

“포항 1고로에서 대한민국 철강 신화의 서막이 올랐다. 1고로 탄생은 조선·자동차·가전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1고로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한국인의 ‘하면 된다’ 정신의 상징물이다.”

2011년 한 언론매체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한 유무형의 경제적·산업적 유산을 ‘대한민국 경제국보’로 선정하였는데, 이때 포항 1고로를 ‘대한민국 경제국보 1호’로 선정하며 남긴 말입니다. (이 매체가 뽑은 경제국보 2호가 현대자동차의 포니, 3호가 삼성전자의 64KD램이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피폐한 나라 중의 하나였던 이 땅에서 용광로는 기적 같은 경제발전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것이죠.

포항 1고로는 46년 전 그 역사를 간직한 채 지금도 묵묵히 쇳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산고를 이기고 첫 쇳물을 내보냈을 때 우리가 가졌던 벅찬 감정은 이제 남아있지 않을 수 있지만, 용광로는 변함없이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죠.


포스코 뉴스룸과 함께한 용광로 해부학, 어떠셨나요? 용광로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가 조금은 풀리셨나요? 우리 곁에 더 오래 함께 하며 미래를 열어갈 용광로를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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