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기술 개발(R&D)이다. 그렇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매출은 줄고 인건비 부담이 늘자 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 현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1차 금속 분야는 총매출액 대비 기술 개발 투자액 비율이 0.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2017년 기준)
이에 포스코는 중소기업의 취약 부분이나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사내 전문인력을 활용하여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와 직접 거래하는 고객사는 물론이고, 고객사의 고객에게까지 그 제공 범위를 넓혔다. 포스코가 2차, 3차 비즈니스 파트너에도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철강 산업 생태계 전반을 바라보고 이를 강건화할 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스코에는 이런 서비스도 있다. 바로 ‘2차 고객사 설비 기술 지원’이다.
포스코 뉴스룸이 다녀온 ‘HK STEEL’은 포스코의 고객사 ‘한금’의 고객사다. 경기도 안산에서 자동차 안전벨트 스프링용 극박재를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 한금의 추천으로 HK STEEL은 포스코 설비 솔루션을 신청하게 되었고, 이 요청에 포스코가 응답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섰다. HK STEEL 대표와 포스코 설비 기술 지원 담당자를 직접 만나 이번 기술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l 거래처에 어려움 호소했더니, 포스코까지 와서 도와주네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HK STEEL은 2002년 1월에 세워졌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직원 15명이 꾸려나가는 중소기업이다. 한금에서 구매한 철강재를 2차 가공해 프랑스 ‘오토리브(Autoliv)’와 국내 ‘아산정공㈜’ 등에 판매한다. 포스코와는 직접 거래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포스코 설비 기술 지원을 받게 됐을까?
“저희는 한금에서 30년째 1차 가공 철강재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요즘 설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중에, 한금에 어려움을 이야기했더니 포스코의 설비 기술 지원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회사는 포스코와 직접 거래를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우린 안되겠지 했는데, 포스코에서 선뜻 설비를 봐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1차 고객뿐만 아니라, 2차 고객도 저희 고객입니다.” 그런 거죠. 이참에 압연 설비의 수평을 맞추는 레벨 이상이라든가, 유압 설비의 작동 상태, 관리 방법, 그리고 전력 품질 등 전반적인 점검을 요청드렸습니다.”
HK STEEL 김희권 대표는 인력도, 자금력도 부족해서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대로 된 설비 점검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포스코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무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가뭄에 단비’같은 일이라고.
“우리 회사가 있는 안산만 하더라도 압연기 한두 대 가지고 제품 생산하는 회사들이 대여섯 군데 있습니다. 그 회사 대표님들 만나면 하나같이 하는 말씀이 자금력이 안 따라주니까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또 비용문제로 해결을 못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중소기업에게 설비는 고질적인 문제에요. 우리도 참 막막했는데, 이제 포스코의 베테랑들이 직접 하나하나 살펴봐주니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죠.”
포스코의 지원분야는 설비 기술뿐만이 아니었다. 또 김희권 대표는 HK STEEL의 고객사 오토리브(Autoliv)와 한금, 포스코가 분기마다 모두 모여 제품에 대해 논의한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게 자동차 안전벨트에 쓰이는 스프링인데, 포스코에 안전벨트 관련해서 조언 주시는 박사님이 몇 분 계시거든요. 그 전문가들과 함께 저희 고객사와 품질에 대해 논의를 합니다. 포스코에서 직접 제품 분석도 해주시고 성적서도 보내주십니다. 포스코 덕분에 저희도 고객사도 제품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지며 윈윈하고 있죠.”
다른 중소기업에도 이런 솔루션 프로그램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철강업을 포함한 제조업계가 지금의 침체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포스코가 이런 솔루션 프로그램을 확장해 도움이 간절한 중소기업을 찾아주니 참 좋죠. 이렇게 도움을 받아서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그 선순환이 결국 제조업 전반을 성장시키지 않겠습니까? 더 많은 기업들이 이런 기회를 얻기를 희망합니다.”
l 회사에서 익힌 노하우, 중소기업에 도움 된다니… “제2의 성장기”로 느껴
뉴스룸이 HK STEEL을 찾은 이날, 포항제철소에서 온 4명의 현장 전문가가 컨설팅에 한창이었다. 이번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이틀 동안 상주하며 설비를 봐준다고 했다. 특별히 허태령 과장, 김영국 컨설턴트와 대화를 나눠봤는데, 모두 현장에서 30년 이상의 숙련을 거친 이들이다. 포스코에서 가장 중요한 ‘현장’의 베테랑들이니, 어찌 보면 포스코 51년 기술력의 ‘정수’들이 파견된 것. 이들은 이렇게 전국 각지를 돌며 회사에서 익힌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Q. 두 분께서는 오늘 HK STEEL에 어떤 도움을 드리러 왔나요?
허태령 과장: PLC(Power Line Communication) 및 모터를 구동하는 드라이브의 제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설비 제어가 안정적으로 운전되고 있는지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문제점을 찾아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영국 컨설턴트: 저는 수배전 설비 전체(발전소로부터 전력을 받아 나눠주는 전력시스템)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HK STEEL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전력 품질 상태를 측정하러 왔습니다. 전기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여러 문제를 발생합니다. 역률, 고조파, 변압기 부하율, 차단기 보호 장치 등에 문제가 없는지 진단 장비를 가지고 와서 측정하여 현재 상태를 알려드리고 개선점이 있으면 기술 지원을 해드립니다.
Q. 설비들을 점검해보시니 어땠나요? 어떤 솔루션을 드렸는지요?
김영국 컨설턴트: 본격적으로 컨설팅을 해드리기 전에, 보름 전쯤 사전 방문해서 설비들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HK STEEL에서 원하시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듣고요. 궁극적 문제는 압연 품질이 예전만큼 잘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는데, 오늘 점검을 해보니 압연기의 얼라인먼트(Alignment)가 미세하게 틀어져있었고, 두께 제어 시스템인 AGC(Automatic Gauge Control)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들리실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이 특수장비나 지식 없이 그냥 봐서는 거의 찾아내기가 힘든 세밀한 에러들입니다. 그리고 이 에러들이 모여서 최종 제품의 큰 품질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허태령 과장: 이번에 압연기 얼라인먼트도 다시 맞춰드리고, 제어시스템도 정확히 작동하도록 손봐드렸는데요. 결과적으로 평탄도가 좋아져서 제품 품질이 올라갈 테니 고객사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여러 중소기업을 다니실 텐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허태령 과장: 작년에 김포에 있는 고객사에 갔었는데 그해에 큰 홍수가 나서 공장이 물에 잠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회사는 전기 담당자가 없어서 공장장님이 직접 전기 관리를 하시는데, 공장 전체에 전기 공급이 안 돼서 전기를 다시 넣으려고 하니까 어떻게 하는 건지 아무도 모르는 거죠. 결국 외부 기술자를 불러서 라인 가동하는 데 3일이나 걸렸다는데, 그 이후에 저희 팀이 여러 차례 방문해서 그 공장의 전기 계통도 도면을 그려드리고 패널에 넘버링 하는 작업을 해드렸습니다.
김영국 컨설턴트: 그 일이 저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다음 해에도 큰 태풍이 와서 공장 전기 공급에 또 문제가 생겼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저희가 그려드렸던 전기 계통도 도면을 보고 순서에 따라 전기 차단기를 살려 공장 설비 정지 시간을 최소화하여 공장을 재가동했습니다. 전기 도면은 비전문가가 보면 이해하기 힘들어서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려드렸는데, 사실 그게 간단한 작업은 아닙니다. 포항에서 김포까지 여러 차례 가서 힘들게 그려드렸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연락이 와서 아주 뿌듯했죠.
Q. HK STEEL 대표님께 들어보니 설비 기술 지원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던데요.
김영국 컨설턴트: 고객사가 가지고 있는 취약 부분이나 고질적인 문제들을 포스코의 전문 인력을 통해서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설비 기술뿐만 아니라 마케팅, 안전, 에너지, IT 등 여러 분야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고객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죠.
허태령 과장: 고객 비즈니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라면 영역을 가리지 않고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포스코가 얘기하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산업 생태계 초석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하시는 일에 대한 개인적 의미,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김영국 컨설턴트: 제가 회사에서 몇십 년간 배우고 갈고닦은 기술을 이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나눠드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저에게 ‘제2의 성장기’로 느껴집니다. 고객사가 가진 아픈 점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드릴 때, 그래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 제 일처럼 기쁘더라고요. 앞으로 고객사가 더 나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도와드리는 것이 저희 역할이고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허태령 과장: 이런 지원 활동을 함으로써 고객사와 포스코 간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포스코 설비 기술 지원 활동으로 저 자신도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솔루션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조업의 기본 자산은 설비와 사람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에는 이들을 유지보수하고 양성할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게 현실. 하루하루 설비를 잘 돌리는 것이 급선무, 설비 전담 인력을 갖추기란 꽤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설비가 삐거덕대기 시작하면 이는 그대로 제품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품질 하락은 곧 회사의 경쟁력 약화다.
이번 ‘2차 고객사 설비 기술 지원’은 중소기업의 이런 현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포스코의 노력의 일부다. 포스코는 포스코와 연결된 모든 고객사, 협력사, 공급사와 상생하는데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철강 산업 생태계를 더욱 강건히 하고, 포스코의 철강재가 최고의 품질을 갖춘 상품으로 가공되어 소비자의 손에 쥐어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