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지자체와 정부를 중심으로 보행자 보호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노인 보행 사고가 잦았던 전통시장 일대 등 7곳에 보행로 확보 및 안전펜스 설치 공사를 진행했으며,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교통사고 사망자 감축을 위한 합동 대책을 발표하고, ‘안전속도 5030’이라는 보행자 우선 속도제한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보행자 우선 정책에 발맞추어, 도로 무단횡단을 방지하고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공가로시설물인 안전 펜스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할 줄 알았던 안전 펜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교차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횡단보도와 인도를 덮쳐 4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있었다. 보행자와 안전펜스, 볼라드(차량진입 방지용 말뚝)를 들이 받고도 차가 멈춰서지 않고 보행자를 친 이 사고 이후, 부산시는 보행안전시설물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l 안전을 위한 안전 펜스, 과연 안전할까?
한국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 클럽이 지난 2017년 부적합 강재가 사용된 것으로 의심신고를 받은 가로등, 안전펜스, 볼라드 등 공공가로시설물에 31건을 조사한 결과 9건의 부적합 사례를 적발했다. 이는 신고 받은 시설물 셋 중 하나는 부적합 스테인리스 스틸이 사용되었다는 뜻인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부적합 9건 중 7건이 ‘안전 펜스’라는 점이다.
아래 사진은 2017년 서울시 양천구에 위치한 서로 다른 동에서 촬영된 안전 펜스 사진이다. 둘 중 어느 펜스가 부적합 스테인리스 스틸일까?
마치 같은 제품인 것처럼 크기나 외형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오른쪽 사진이 200계의 저가 스테인리스 스틸이 사용된 저품질 안전 펜스다.
스테인리스 스틸 공공가로시설물 소재 규정에 따르면 안전 펜스, 가로등, 볼라드는 STS304, STS316와 같은 300계 스테인리스강 또는 이와 동등 강종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원가절감 등을 이유로 300계 보다 저렴한 200계 스테인리스 스틸이 공공가로시설물에까지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두 안전펜스에 사용된 스테인리스 스틸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 니켈(Ni)과 망간(Mn)의 함량의 차이가 눈에 띈다. 왼쪽 펜스는 니켈 함량(7.6%)이 높고, 망간 함량(1.3%)이 낮은 반면, 오른쪽 펜스는 반대로 니켈 함량(0.7%)이 낮고, 망간 함량(11.0%)이 높다.
앞서 <스테인리스 포스코가 찐(眞)이야> 2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스테인리스 스틸은 철(Fe), 크롬(Cr) 및 니켈(Ni) 성분을 함유한 특수강으로, 니켈(7%)과 크롬(17%) 성분이 함유된 300계, 가격이 비싼 니켈 대신 크롬이 주로 함유된 400계 제품으로 크게 나뉜다. 200계 제품은 고가인 니켈 대신 망간(Mn)을 6~10% 가량 첨가해 개발되었으며, 300계 대비 가격은 저렴하나 불순물 함유량이 높고 내식성이 크게 떨어진다.
국내·외 스테인리스 스틸 시장 현황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은 냉연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간 생산능력 189만 톤, 수요는 100만 톤인 공급과잉 구조다.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은 수입산의 지속 유입으로, 열연 수입재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7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국내 업체의 가동률 평균도 69%대로 저조한 상황으로, 포스코를 제외하면 가동률은 50%에 그친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도 스테인리스 스틸 공급이 점점 늘어나 2018년에는 수요 대비 공급(6,000만 톤)이 1,700만 톤을 초과할 만큼 공급과잉이 심화됐다. 이중 중국의 생산능력이 58%(3,500만 톤)를 차지하는데, 중국이 ‘18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생산을 확대함에 따라 ‘24년까지 3,400만 톤의 공급과잉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스테인리스 스틸 공급 과잉은 국내 제품의 정상적인 시장 가격을 교란시키고 저가·저품질 제품이 국내로 유입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l 공공가로시설물 스테인리스 스틸도 포스코가 찐(眞)이야
포스코에서 생산하는 300계, 400계 스테인리스 스틸과는 달리, 200계 스테인리스 스틸은 대부분이 중국 등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로 수입된 열연, 냉연, 후판의 200계 스테인리스 스틸 물량은 10만 톤이 넘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시 U$172백만을 상회한다.
건설 현장에서도 법망을 교묘히 피해 수입산 스테인리스 스틸이 국산으로 둔갑되어 국내 유통되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들 중 저가·저품질의 제품들이 안전펜스 등에 사용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강화되고 있는 보행자 보호 정책과 더불어, 공공가로시설물에 튼튼하고 안전한 국내산 포스코 찐(眞)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는 것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법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