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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시즌 3위 감독이 받은 이유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시즌 3위 감독이 받은 이유

2020/11/20

2020 K리그가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사태 속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를 시작한 올해 K리그는 사실 우울한 시즌을 보냈다.

K리그의 무관중 경기 시작은 세계 최초가 됐고, 이런 가운데 포항스틸러스는 “언택트 응원”이라는 신개념의 응원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선수들한테 힘을 보탰다. 스틸러스 구단과 서포터즈는 실제 응원 느낌을 살리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 사례는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테일의 힘이었을까? 포항스틸러스는 시즌 막판 10경기에서 85%의 승률을 기록, 지난해보다 한 계단 상승한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STEELERS RANKING. 3. 포항스틸러스 - 승점(50) 승(15) 무(5) 패(7) 득점(56) 실점(35) 득실차(21)

그 이유는 11월 5일 K리그1의 금년 시즌을 결산하는 “K리그1 대상 시상식”에서 선명해졌다. 리그 3위인 포항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것. 리그 3위 팀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K리그 37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 그동안 올해의 감독상은 준우승팀 감독이 두번 수상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승팀 감독이 받아왔다. 그만큼 올시즌 포항스틸러스의 경기력이 인상적이었고, 김기동 감독의 용병술이 축구계와 팬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올 시즌 포항스틸러스 주요 스토리를 분석하고, 김기동 감독의 소감을 직접 들어봤다.

l 영화 ‘머니볼’의 ‘오클랜드 애슬래틱스’가 떠올랐다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2000년대 초 美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데,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팀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만의 전략적 선택을 통해 크게 성공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을 전공한 구단 단장이 독보적인 스타플레이어의 존재 같은 외형적 자산이 아닌 통계, 데이터 중시의 팀 운영을 통해 성공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타율, 홈런, 도루 등 눈에 확 띄는 기존 통계 대신 출루율과 장타율 등 신개념의 통계에 우선순위를 두고 선수들을 조직화하는 과정이 소개된다.

구단의 저예산 재정 환경에서 기존 고정관념을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선수단 운용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고서는 사실 성공 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 구성원들과의 마찰도 많았지만, 결국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20연승을 한 팀이 된다.

영화 '머니볼'스틸컷 한 남자가 책상에 걸터앉아 한손에는 커피 한손에는 종이를 들고 마주편에 서있는 남성과 대화를 나눈다.

▲영화 ‘머니볼’ 스틸컷 (*출처: 네이버영화)

포항스틸러스의 2020년 시즌 프로축구 구단 연봉은 전체 12개팀 중 중하위권. 그리 두텁지 않은 선수층과 스타플레이어의 부재로 시즌 초반 상위에 랭크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팀이 시즌 3위로 마무리한다. 2000년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서부지구 우승을 한 것에 비교하는 게 지나친 일은 아닌 것 같다.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전체 연봉기준 30개 구단 중 24위)

l 포항스틸러스의 위기돌파 전략 – ‘저비용 고효율’ 현실축구

실제 올 시즌 포항스틸러스는 ‘머니볼’에서처럼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들 중 가치 있는 요소들을 전략적으로 찾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그동안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던 통계를 활용 한다든지, 저평가된 유망주와 해외 선수를 활용하고 베테랑 선수를 영입하는 등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 전략 실행이 눈에 띈다(아래표 참조). 그리고 이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포항스틸러스의 차별화된 전략. 송민규 선수를 적극 활용 팔라시오스(콜롬비아), 브랜든 오닐(호주) 영입 포항스틸러스 출신의 베테랑 오범석 선수 영입, 풋볼 퍼포먼스 센터를 운영하여 기존 선수들의 부상 발생 빈도, 부위 등을 분석하여 체력강화 데이터로 활용, 스타 공격수에 의존하기 보다는 다수의 공격라인 활용을 통해 팀 득점 1위를 기록

결과는 앞서 얘기했듯 리그 순위 3위 달성, 그리고 전 구단을 통틀어 최다인 56골과 도움 43개를 기록하면서 공격 축구의 명가로써 강한 인상을 새겼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상식에서 포항스틸러스는 ‘올해의 감독상’(김기동 감독)과 함께 ‘도움왕’(강상우), ‘영플레이어상’(송민규) 등 주요 타이틀을 차지해 가장 화제가 된 팀이 됐다.

또한, 포스코의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실천한 덕이었을까? 마스크 기부 캠페인, 방역수칙 실천 캠페인, 득점 연계한 쌀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의 결과로 ‘사랑 나눔상’까지 수상하면서 경기 내외적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아래는 김기동 감독의 일문일답.

김기동 감독의 일문일답. Q1. 올해의 감독상 수상소감에서 '이상은 김기동이란 이름이 적혀있지만 최고 매력적인 팀, 좋은 팀이라고 평가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기존과 다른 매력적인 팀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A. 기존 선수가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려고 했습니다. 잘못하는 것을 보기보다는 잘하는 것을 끌어내서 더 잘하게 만들어주려고 했습니다. 그게 자신감이 되고 결국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훈련 때도 유심히 보고, 비디오 영상을 보면서 선수들을 어떻게 바꿀까, 써먹을까 끊잉벗이 고민한 결과가 이번 시즌 좋은 팀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사실 스쿼드가 두텁지 않다 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력을 극대화할 수 없었습니다. 기존의 팀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초점을 맞췄습니다.
Q2. 2020년  시즌 다득점 1위의 목표의 근거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플레이로 다득점 전략을 달성(56득점으로 1위)했는지, 감독님의 생각은? A. 2020년에는 스틸러스 풋볼퍼포먼스 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선수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하여 일정한 체력과 컨디션을 확보했고, 부상빈도(39건→29건)를 최대한으로 낮춘 것이 주요 했습니다. 센터의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높여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가 가능해 다득점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올 시즌 56골을 넣었는데, 도움도 43개입니다. 공격포인트 상위 10위 안에 4명이나 있으니 압도적인 결과인데, 강화된 체력으로 모든 선수가 같이 이해한 축구를 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팀은 한 선수에 의존이 있었다며, 우리는 상대적으로 강한 체력을 활용한 팀으로 싸웠다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Q3.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 하고, 5년만에 ACL 진출권 티켓까지 획득하셨다. 앞으로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으신지? A. 우리가 원했던 것을 모두 이뤄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3위 팀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알고 잇습니다. '설마 내가 받겠어?'라고 생각했는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축구, 더 재미있는 축구를하고 한국 축구에 이바지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코로나19와 함께 이전보다는 조용하게 마무리된 K리그! 조용함 속에서 김기동 감독을 통해 포항스틸러스는 축구명가 재건의 시동을 걸었다. 지칠 줄 모르는 팀컬러를 바탕으로 5년만에 진출하는 ACL과 2021시즌에서 더욱 매력적인 팀으로 전통의 명가를 다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2020 K리그 대상 시상식 수상자> 

· 올해의 감독상: 김기동
· 도움왕: 강상우
· 영플레이어상: 송민규
· 전경기 전시간 출전상: 강현무
· Best11: 강상우,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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