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0년 전, 사람의 지능을 대신하는 빌딩이 탄생했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면 커튼이 자동으로 내려와 햇볕을 차단하고, 냉방기가 가동된다. 한겨울에는 추위에 자동으로 대응해 쾌적한 사무환경을 제공한다.
층을 떠받치는 기둥을 모서리로 배치하면서 생겨난 공간은 구조적 가능성을 최대로 구현해 무한대의 오피스 효율성을 만들어냈다. 엘리베이터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것이 움직여 사람을 실어 나른다. 지금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영상통화·예약시스템 등 첨단 기능도 탑재했다. 시민 모두에게 개방돼 도심 속 휴식처이자 문화공간으로도 기능했다.
이 건물은 바로 9월 1일 개관 20돌을 맞은 포스코센터다. 시대를 앞선 건축물로, 세월의 흐름이 무색할 만큼 요즘 건립되는 건물과 자웅을 겨뤄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관록을 자랑하며 더 당당하게 미래의 옷을 입는다.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 포스코센터는 명실상부한 테헤란로의 랜드마크다.
1992년 1월 7일 첫 삽을 뜬지 3년 8개월 만에 준공된 포스코센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텔리전트 빌딩으로서 지적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편리한 사무환경을 갖추고 있다. 건물 내 모든 기능이 전자화·자동화된 포스코센터는 24시간 체제로 온도·습도·채광 등을 자동 조절하고, 이러한 건물의 상태 정보는 중앙관제실에서 한 눈에 파악하고 조정한다. 포항-광양-서울-도쿄를 이은 원격 영상회의 시스템이 적용돼 신속한 의사결정과 경비 절감에 크게 기여했다. 지금은 일반화된 기술이지만 당시로서는 최첨단 그 자체였다.
또한 ‘커튼월(curtain wall)’이라는 혁신적인 건축공법을 도입해 기둥과 보 없이 연녹색 유리만을 노출시켜 21세기 선도기업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미래의 기술 발전과 사회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빌딩 준공 이후에도 리모델링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테헤란로를 20년이나 지켜왔지만, 최근 지어진 빌딩과 견주어도 손색 없는 현대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특히 동관(30층)·서관(20층)으로 나누어진 2개 동을 잇는 아트리움(atrium)은 단순한 로비 공간을 넘어 ‘공공 플라자’로 시민에게 완전 개방돼 있다.
6층 높이로 확 트인 아트리움에서는 포스코와 입주사 임직원은 물론 시민 누구나 △동양 최대의 원기둥 수족관 ‘아쿠아리움’ △비디오 아트 창시자인 故 백남준 작가의 ‘TV깔때기’ ‘TV나무’ 등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포스코센터 내외부 곳곳에 설치·전시된 20여 점의 미술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박예나 mela@posco.com
▶ 포스코센터가 9월 1일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초의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테헤란로의 랜드마크로,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온 포스코센터의 야간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