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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인 테크] 4편. 가벼워지는 카메라, 변화의 중심에 있는 마그네슘!

[스틸 인 테크] 4편. 가벼워지는 카메라, 변화의 중심에 있는 마그네슘!

2017/09/07

카메라

테크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 필진들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철을 들여다볼 스틸캐스트의 신규 시리즈! ‘스틸 인 테크’가 4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스틸 인 테크 시리즈를 통해 네 번째로 조명해볼 주제는 ‘카메라’입니다. 가을이 찾아오면서 많은 분들이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가실텐데요. 가벼우면서 견고한 카메라 보디를 위한 소재의 변화, 그 중심에 있는 철에 대해, 박찬용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에게 들어봅니다. 그럼 지금부터 Hello, 포스코 블로그와 함께 보실까요?

카메라 보디를 완성하는 최고의 소재, 마그네슘!

마그네슘 바디 카메라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여름에 입던 면직물로는 가을 날씨를 견딜 수 없다. 모처럼 새 옷을 사면 기분도 좋으니까 당신은 스웨터를 사러 간다. 스웨터 안에도 넓고 미묘한 세계가 있다. 울 스웨터는 가격이 적당하고 따뜻하지만 촉감이 거칠고 무겁다. 부드럽고 가벼운 캐시미어는 고급스럽고 따뜻한 만큼 비싸고 쉽게 닳는다.

저렴한 아크릴도 있다. 대신 아크릴은 전자레인지 안의 팝콘처럼 정전기를 튀기고 조금만 지나면 남루한 느낌을 내며 바래버린다. 하지만 당신의 예산도 옷 가게가 문을 닫을 시간도 정해져 있다. 당신은 어딘가에 기준을 맞추고 뭔가를 사야 한다.

카메라의 금속 소재도 이와 비슷하다.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소재는 없다. 물이 반쯤 찬 컵과 반쯤 빈 컵처럼, 기준의 위치에 따라 소재의 장점과 단점은 얼마든지 변한다. 튼튼한 게 중요한가? 스테인리스스틸을 쓰면 된다. 녹이 안 슬고 가벼워야 하나? 티타늄을 쓰면 된다.

아무리 비싸도 살 사람은 있으니 어떻게든 비싼 티를 내야 한다? 까짓 거 금으로 만들면 된다. 잠깐, 요즘은 무게가 가벼운데 튼튼하기도 튼튼하고 단가도 적당해야 한다고? 그리고 요즘 카메라는 전자장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전자파도 잘 막아줘야 한다고? 그런 소재가 어디 있냐고?

마그네슘 바디가 적용된 캐논 6D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마그네슘 바디가 적용된 캐논 6D

세계적인 카메라 브랜드는 거의 비슷한 답을 찾았다. 마그네슘이다. 리코의 GR 시리즈, 캐논의 6D와 7D와 마크 3과 마크 4, 니콘 1 시리즈, 파나소닉 루믹스 GX7, 소니의 알파, 펜탁스의 Q, 이 외에도 아주 많은 카메라 브랜드가 자사의 카메라 케이스 소재로 마그네슘을 쓰고 있다.

왜 마그네슘일까? 이유는 많다. 우선 가볍다. 마그네슘은 지금 우리가 상용으로 쓰는 금속 중 가장 비중이 낮은 편에 속한다. 튼튼하기도 하다. 좋은 예가 있다. 뉴욕 어딘가에는 지하 5층 정도의 깊이에 미국 연방준비은행에서 운영하는 거대한 금괴 보관소가 있다(방문하는 사람은 사진 촬영은 물론 노트 필기도 금지된다). 금은 가장 비중이 무거운 금속이라 잘못해서 발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래서 여기서 금괴를 나르는 사람들은 마그네슘으로 된 발 보호대를 착용한다. 그만큼 마그네슘이 가볍고 튼튼하다.

파나소닉 루믹스 GX7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파나소닉 루믹스 GX7

거기 더해 마그네슘은 요즘의 카메라 경향과도 잘 맞는다. 21세기의 카메라는 20세기 카메라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예전의 카메라가 기계였다면 요즘의 카메라는 전자장비다. 사진이라는 데이터의 저장이 전에는 화학의 산물이었던 필름인 반면 지금은 디지털 데이터로 이루어진다. 요즘은 와이파이로 사진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능도 기본적으로 달려 있다. 그만큼 배출되는 전자파의 양도 늘어난다. 전자파 차폐성도 중요해진다. 마그네슘은 전자파를 잘 막아주는 소재이기도 하다.

마그네슘, 카메라 무게 변화의 중심에 있다

마그네슘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마그네슘

그렇다면 왜 지금 마그네슘일까? 왜 이 좋은 소재를 지금까지 안 썼던 걸까?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가 변했기 때문이다. 요즘 금속기계의 큰 화두는 경량화다. 같은 성능을 가진 기계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면 그 기계를 움직일 때 쓰는 에너지도 적어진다.

자동차 업계가 마그네슘 부품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코 역시 2015년 포르쉐 911 GT3 RS의 지붕에 판재를 납품했다. 카메라는 자동차에 비하면 초소형이지만 사람이 들고 다니는 만큼 무게가 중요한 건 마찬가지다.

니콘의 마그네슘 바디

△ 이미지 출처 – 플리커 / 니콘의 마그네슘 바디

마그네슘 카메라 소재 뒤에는 그보다 더 큰 시대적 배경이 있다. 카메라의 경량화라는 현상은 지금의 카메라가 점점 사용자에게 쓰기 쉽고 친절해지고 있다는 큰 흐름의 일부다. 이 큰 흐름이 일어난 이유는 보통 사람들이 카메라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보통 사람들이 카메라와 멀어지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카메라는 니콘이나 캐논이 아니라 애플과 삼성이 만든다. 스마트폰의 보급 덕분에 지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진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세상이 되었다. 반면 완성품 카메라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위기다. 액션캠을 만든 고프로는 몇 년 전까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지금의 카메라는 어떻게든 조작법은 쉬워져야 하고 화질은 좋아져야 하고 디자인은 아름다워야 하고 무게는 가벼워져야 한다. 시대의 흐름이 마그네슘이라는 소재를 불러냈다고 볼 수도 있다.

라이카 T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라이카 T

경량 소재는 마그네슘 말고도 많다. 카메라 회사 중에서는 마그네슘을 벗어나 제3의 길을 찾으려는 곳도 있다. 라이카는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 T의 보디로 고전적 경량 소재인 알루미늄을 쓴다. 사치스러운 카메라답게 통 알루미늄을 절삭해서 하나의 케이스로 만든다.

니콘은 탄소섬유 복합재료인 세리보를 DSLR에 적용한다. 카메라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탄소섬유는 이미 프리미엄 삼각대에 많이 쓰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필드용 고급 삼각대를 대표하는 짓조는 프리미엄급의 소재로 카본을 쓴다. 하지만 견고성, 내구성, 전자파 차폐성, 가공의 편의성 면에서 마그네슘을 대체할 소재는 당분간 찾기 힘들 것 같다.

마그네슘 케이스를 고집하는 국가가 일본이라는 점도 한 번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니콘, 캐논, 소니, 후지필름, 펜탁스, 리코, 올림푸스, 세계적인 대형 카메라 회사는 모두 일본 회사다. 마그네슘 합금 가공과 제작 측면에서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마그네슘 단조 공법과 단조용 마그네슘 합금 관련 특허의 수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은 228건, 유럽은 98건, 한국도 109건인 데 비해 일본은 872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견고하고 단단한 마그네슘, 카메라 보디 시대를 열다!

불을 붙이면 밝은 빛을 내는 마그네슘은 플래시에 쓰였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불을 붙이면 밝은 빛을 내는 마그네슘은 플래시에 쓰였다

스웨터 이야기를 한번 더 떠올려보자. 장점만 있는 소재는 없다. 마그네슘에도 단점은 있다. 카메라 케이스에 마그네슘을 쓸 때의 가장 큰 고민은 내식성이다. 마그네슘은 알칼리 토금속 중 녹는점과 끓는점이 가장 낮다. 가공이 쉬운 만큼 쉽게 타버린다.

사실 마그네슘은 카메라 케이스에 쓰이기 전엔 카메라 플래시에 쓰였다. 불을 붙이면 아주 밝은 빛이 나는 성질 때문이었다. 지금 카메라에 쓰는 마그네슘은 알루미늄, 아연, 망간, 철 등을 섞어서 내식성을 높인 합금이다.

합금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현대의 카메라 업체는 마그네슘 케이스를 코팅한다. 지금의 완성 카메라 중 금속 본연의 질감을 보여주는 카메라가 없는 이유다. 니콘 FM2나 라이카 M3처럼 필름 카메라 시대의 카메라는 윗부분에 본래 금속의 광택 도는 회색이 드러나곤 했다. 녹에 강했기 때문에 굳이 색을 입힐 필요가 없었다.

코팅 처리가 된 후지필름 X100F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코팅 처리가 된 후지필름 X100F

지금의 마그네슘은 치밀한 산화 방지 절차를 거친다. 후지필름 마그네슘 케이스는 독자적인 3중 코팅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1차로 마그네슘 보디에 산화 방지 처리를 하고 무광 흑색 언더코팅 처리를 가한다. 2차로는 보디를 고속으로 돌리면서 초미세 입자 도료를 얇게 여러 층 코팅한다. 3차는 광택감을 위한 투명 코팅이다. 발전된 도장 기술이 지금의 마그네슘 카메라 보디 시대를 도왔다고 볼 수도 있다.

초기의 울은 촉감이 거칠고 무거웠다. 하지만 울 원사를 얇게 뽑아내고 다른 소재와 적절히 섞어 짜면 한결 가볍고 여전히 따뜻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따뜻한 공기를 가둬두는 소재를 만들 수 있었다. 카메라의 마그네슘도 마찬가지다. 합금을 개발하고 도장 기술을 적용하면 단점을 보완한 멋진 소재가 나온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는 모순을 끝내 충족시킨다.

기술과 공학의 가장 멋진 점은 끊임없이 진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리 모든 게 다 정해진 점성술이나 운명론과는 달리 공학을 믿고 행하는 인간은 어떻게든 나아질 수 있다. 어디서나 개선할 점을 찾을 수 있다. 단점이 있으면 고치면 된다. 한계가 있다면 넘어서면 된다. 모든 훌륭한 것은 불꽃같은 한때의 물건이 아니라 꾸준한 개선의 결과다.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카메라는 아마 마그네슘 보디일 것이다. 그 안에는 시대의 정신과 그에 응답한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 있다. 마그네슘 보디라는 형태로 당신 손안에 들려 있다. 그 노력의 질감은 마그네슘 합금처럼 견고하고 단단하다.

* 스틸 인 테크는 해당 분야 전문가 필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포스코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박찬용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더기어>에 상징적인 기계를 소개하는 칼럼 '아이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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