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정유, 석유화학…. 화석연료를 다뤄야 하는 산업군에게 ‘환경’은 업(業) 그 자체다. 포스코 또한 창업 이래 ‘클린스틸’을 위해 총체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해외 철강사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지난 6월 4일 제20회 철의 날을 기념해 열린 ‘스틸코리아(SteelKorea) 2019’에서는 철의 친환경성을 돌아보고 그 시사점을 살펴보는 환경·LCA 세션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일본철강연맹(JISF)의 LCA Working Group 리더인 이소하라 토시오 씨의 발표를 포스코 뉴스룸이 정리해봤다.
l 생애주기(Life Cycle) 전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소재, 철
철강제품이 타 소재에 비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살펴보려면 LCA(Life Cycle Assessment, 전 과정 평가)*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LCA란 인간의 경제 활동, 제품 및 서비스의 전 과정을 살피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통틀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LCA(Life Cycle Assessment, 전 과정 평가): 원료 채취, 원자재 생산, 제품 생산, 운송, 사용, 폐기에서 사용되거나 배출되는 원자재 및 에너지의 사용량과 환경으로 배출되는 오염물 혹은 배출물 등의 환경 부하를 고려하여 이들의 잠재적인 환경영향을 분석하고 정량화하여 환경 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객관적인 환경영향 평가 기법
LCA 관점에서 철강제품의 생애를 살펴보면 제조, 사용, 폐기·재활용 전 단계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전 생애주기를 봤을 때 철은 다른 소재보다 친환경적이라는 뜻. 그렇다면 철, 대체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1) 철의 CO2 배출량이 큰 이유는 많이 생산하기 때문… 1kg당 배출량은 타 소재보다 적다!
철강제품 제조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다른 주요 경량 소재보다 적다. 다만 철강 제조량이 다른 소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총량만 보면 많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래 도표는 같은 기능의 자동차 부품을 만들 때, 철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다른 소재보다 적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초고강도강(AHSS)과 알루미늄을 비교해보자. 같은 기능을 가진 동일한 부품을 만들 때 AHSS는 75kg가 필요한 반면, 알루미늄은 67kg만 필요하다. 하지만 소재 생산 단계에서 AHSS는 1kg당 이산화탄소 2.3kg을 배출하는 반면, 알루미늄은 1kg당 이산화탄소 11.3kg을 배출한다. 따라서 같은 기능의 동일한 자동차 부품을 만들 때 AHSS가 알루미늄의 5분의 1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2) 강도 높은 철강이 가볍고 친환경적이다
철강은 계속해서 가벼워지고 있다. 동일한 강도당 무게로 따지면 알루미늄보다도 가벼워진 상황. 이렇게 철을 경량화하면 자동차 연비 향상은 물론, 그에 따른 이산화탄소 및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
위 도표에서 소재별 강도를 비교해보면, 철은 탄소섬유를 제외한 다른 소재들보다 실질 강도가 높다. 또한 강도의 범위(Range)가 넓어 자동차, 연선(Strand Wire), 타이어코드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제품 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소재별 이론적 강도(Theoretical Strength)도 철(10,400MPa)은 알루미늄(3,500MPa)이나 콘크리트(6,400MPa)를 훨씬 뛰어넘는다. 더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잠재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동일한 강도의 자동차를 만들 때 필요한 철의 두께가 얇아져 자동차 무게가 점점 더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른 환경영향도 감소할 것이다.
(3) 쓰면 쓸수록 친환경적인 철의 반복 재활용성(Multiple Recycling)
철강제품은 자성을 띠고 있어 재활용하기가 용이하다. 실제로 다른 소재와 섞여 있어도 자기(磁気) 선별을 통해 쉽게 분리할 수 있어 회수율이 매우 높다. 이렇게 선별된 철 스크랩은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섞여 있는 불순물을 제거해 순수한 철만을 뽑아 재활용해야 한다. 철 스크랩에 있는 불순물의 대부분은 산화 공정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철로 재탄생된다. 이런 철의 재활용 효과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이를 계산하기에 앞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사실이 있다. 철은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닫힌 루프(Closed-loop)’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소재는 열린 루프에 해당하는데, 이를 재활용할 경우 소재의 원래의 가치(품질, 기능)가 떨어지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이 일어난다. 반면, 닫힌 루프인 철은 재활용되더라도 원래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 건물 철거 이후 콘크리트나 목재에 비해 철강 프레임의 재활용률이 훨씬 높다.
그러면 이제 철의 재활용 효과를 본격적으로 계산해보자. 예전에는 재활용 효과를 계산할 때 각 사이클, 즉 한 번 재활용할 경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만 고려했다. 하지만 철의 반복 재활용 특성(Multiple Recycling)을 고려하면, 제품 전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량을 철강 생산 총량으로 나눠야 한다.
이는 제품 생애주기를 총체적으로 고려한 계산법이다. 1차 생산 사이클에서의 철 생산량(A)과 이산화탄소 발생량(B)을 각각 1.00으로 기준치를 설정해 보자. 이때 만들어진 철 스크랩을 재활용하여 2차 생산을 한다면 철 총 생산량은 1.81(1.00+0.81), 이산화탄소 총 발생량은 1.20(1.00+0.20)이 된다. 이때, 철 생산량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량(B÷A)은 1차 1.00에서 2차 0.67로 감소한다. 동일한 방법으로 계산해보면 3차 생산 시에는 1차의 절반 수준인 0.55로 줄어든다. 이렇게 LCA 관점에서 보면, 철은 닫힌 루프로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친환경 철을 알리기 위한 노력
일본철강연맹(JISF)은 용수 재활용, 슬래그 등 부산물 재활용, 에너지 효율성 제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친환경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JISF에서 책정한 친환경 철강제조기술(Eco Process), 친환경 철강제품(Eco Product) 및 친환경 철강 제조기술의 보급(Eco Solution)을 주축으로 철강제품의 제조, 사용, 재활용 단계 등 전 생애주기에서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독특한 제조 문화) 철학을 바탕으로 환경영향 저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JISF에서는 수소를 활용한 고로 기술인 ‘COURSE50’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철광석을 수소로 환원시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약 30% 줄일 수 있다. 205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표준(ISO 20915)을 일본산업표준(JIS Q 20915)으로 전환하는 활동도 추진 중이다. 이 표준에서는 LCI** 계산 시에 재활용 효과를 필수적으로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JIS Q 20915는 지난 3월 초안이 채택되어 6월에 전환이 완료될 예정이다.
**LCI(Life Cycle Inventory, 전 과정 목록):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생산, 운송,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 걸친 자원 소모, 지구 온난화, 오존층 영향, 산성화, 부영양화, 광화학적 산화물 생성 등의 환경영향을 계량적으로 표시하는 물질 목록
또한 JISF는 2017년과 2018년 도쿄에서 열린 친환경 생산품 박람회 ‘에코프로(Eco-Pro)’에서 LCA에 중점을 둔 전시를 준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방문객들은 이 전시를 통해 LCA 관점에서 철강의 우수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JISF는 일본LCA협회가 주최한 일본LCA포럼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철의 재활용 능력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모션 영상도 제작했는데, 온라인은 물론 열차에서도 상영해 업계 관계자를 비롯한 일반인들에게 철의 우수성을 널리 전파할 예정이다.
l LCA 관점의 사고를 매개로 고객들과 꾸준한 소통 필요
전 세계적으로 환경 이슈가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서 철은 분명히 친환경성에서 경쟁력 있는 소재다. JISF는 철의 친환경성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LCA 관점의 사고를 중심으로 철강제품 수요자와 최종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갈 예정이다. 철강업계의 협력 속에 철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더욱 발전시키고 고기능 제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전 세계 환경 개선에 기여해 나가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 본 콘텐츠는 이소하라 토시오 씨의 <SteelKorea 2019> 세미나 발표 내용과 <일본제철 계간지 Vol.20>(2017년 12월) 기고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 일본제철(Nippon Steel Corportaion) 기술총괄부장
· 일본철강연맹(JISF) LCA Working Group 리더
· 세계철강협회(worldsteel) LCA 전문가 그룹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