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Carbon Neutral)’ 달성을 선언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인류의 최대 도전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포스코가 탄소저감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현재 기술로는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철강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선언이다. 특히 대형 고로 생산체제에 기반한 아시아 철강사로는 처음으로 탄소저감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로 보인다. 하지만 지구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규범(Norm)이 되고 있으며, 이에 수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미 유럽,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국가적인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하고 현재 실천전략과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l 포스코의 수소산업 육성을 통한 탄소저감 전략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철강산업의 입장에서 그린수소(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하여 만드는 수소)를 활용하여 탄소저감을 지향하는 전략은 도전적이지만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대표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2050년까지 수소 500만 톤 생산체제를 구축해 미래 저탄소 에너지인 수소 사업을 개척하고, 탈탄소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포스코는 이러한 비전 실천을 위한 방안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포스코는 호주 철광석 회사 FMG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사업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하고, 올해 들어 포스코는 유수 국내 연구소와 수소분야 연구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수소사업 역량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어 포스코는 세계 해상풍력발전 1위 업체인 덴마크 오스테드와 MOU를 통해 해상풍력발전 단지 구축에 필요한 철강재 공급과 함께 풍력발전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에 참여하기로 하는 한편, 현대차•SK•효성그룹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참여하는 수소기업협의체를 설립을 준비하기로 했다.
l 철강산업과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소산업
포스코가 이렇게 수소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수소가 철강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철강 생산부분에서 현재 포스코는 코크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COG)와 천연가스를 이용한 연간 7천 톤의 수소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약 3,500톤의 부생수소를 추출해 철강 생산 중 온도 조절과 산화 방지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탄소 배출이 없는 철강 생산방법인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세계 어느 철강사도 상용화하지 못한 꿈의 기술로, 포스코는 이미 수소환원제철에 가장 가까운 독자 제선기술인 파이넥스(FINEX) 기술을 상용화하여 15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환원제의 25%를 수소로 이용한다. 포스코는 이러한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가동 중인 유동환원로 2기의 수소 농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수소환원제철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수소산업은 새로운 특수 철강재 수요처가 된다. 수소 수송을 위한 특수 고압 강관, 액체 수소 저장을 위한 극저온강, 내식성과 전도성이 뛰어난 수전해 분리판과 연료전지 분리판, 해상풍력발전기용 내부식성이 뛰어난 특수 철강 등 수소산업 발전에는 각 용도에 적합한 철강재 개발 및 공급이 중요하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수소 연료전지 분리판용 철강제품을 개발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차에 공급하는 등 수소 생산과 이용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l 갈수록 중요해지는 그린수소 확보의 중요성
탄소저감을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등 수소 이용기술 개발과 아울러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를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 하나, 지구상에는 수소 기체가 매우 희박하다. 그래서 인류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소원자가 포함된 화합물, 즉 물(H2O)이나 화석연료 등에서 수소를 추출하여 사용한다. 탄화수소 화합물인 화석연료에서 수소 생산은 비용이 저렴하나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며,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 필요하다. 아직은 CCS에 비용이 많이 들며 국토가 협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저장 장소 확보도 용이하지 않다.
반면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수전해 수소는 탄소 배출이 없으나, 아직은 생산비용이 비싸다. 비록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국토 면적이 협소하고 풍황 등이 열악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건설에 주민 수용성 확보와 복잡한 인하가 등으로 주요국에 비해 발전단가가 비싼 실정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하락을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나 블루수소를 경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생산비용이 저렴한 해외에서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토 면적이 넓고 자연적 여건이 양호한 호주, 미국, 중동지역 등에서 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지역으로부터 수소를 수입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 및 수소 생산에 직접투자를 통해 수소를 확보할 수 있다. 수입되는 수소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는 액화가 필수인데, 암모니아로 변환시키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에서 최근 암모니아 활용 기술 개발 등 수소사업 역량 확보 노력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l 탄소저감을 위한 민•관 협력의 필요성
탄소저감을 실현하기 위한 그린수소 확보 및 활용은 몇몇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소의 생산, 유통, 소비의 각 밸류체인별로 산업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하며, 초기에는 우선 정부의 선도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수소 관련 R&D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민간의 R&D 투자에 대해서는 세제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가 수소 관련 기업들 간에 거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제보다는 지원책을 제공해야 하며, 그린수소와 저탄소 전력에 대한 공급 인프라 구축 및 유연한 시장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