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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스틸을 타고~

포스코의 수소 탐구생활 2

수소는 스틸을 타고~

2021/01/20

“아시아 국가들을 이겨야 한다”

지난해 6월, 독일 경제에너지부 페터 알트마이어(Peter Altmaier) 장관이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독일이 발표한 국가수소전략은 독일에서 수소를 생산·운송·저장·활용하는 모든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으로, 수소 발전에 대한 투자규모만 12조원에 이른다. 아시아 국가들은 과연 얼마나 앞서 있는 걸까? 한국은 2004년 친환경 수소경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2019년에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일본은 2014년에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중국은 2017년에 차이나 수소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또한 한국은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 총 160조원의 투자금 중 그린 뉴딜 정책에만 약 73조원(국비 약 43조원), 신재생에너지만 놓고 보면 약 24조원의 국비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이 수소의 생산에서부터 활용에 이르는 모든 기술을 개발한다고 선언한 것은 두 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수소 사업 모델에서 생산·운송·저장·활용을 각각 독립적으로 보기 보다는 전 과정을 체인처럼 가치사슬로 연결하여 접근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수소 사업의 승패가 결국 수소를 다루는 기술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Carbon Neutral)’ 달성을 선언하며, 그린수소 사업모델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수소 관련 핵심 기술 및 생산 역량을 조기에 갖추고, 수소 사업을 그룹 성장 사업의 한 축으로 육성할 계획인데, 여기에는 수소를 ‘생산-운송-저장-활용’ 하는 데 필요한 강재 개발은 물론, 부생수소 생산 설비 증대, 수소 생산 핵심기술 개발,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제철공법’에 대한 연구·개발에 이르기까지, 내부적으로 수소 관련 기술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수소 관련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포스코의 수소 탐구생활> 입문편에서 수소의 생산과 스틸의 관계를 살펴 보았다면, 이번 시간에는 수소의 상태별 특성에 따른 수소 운송용 강재에 대해 살펴보고, 지난 시간에 예고했던 수소 생산과 활용 기술의 핵심 소재! 스테인리스스틸 분리판에 대해 알아보자.

<포스코의 수소 탐구생활> 시리즈 안내

1교시) 입문편(생산) – 수소, 당신은 스틸의 동반자
2교시) 기본편(운송) – 수소는 스틸을 타고~
3교시) 심화편(활용) – 수소환원제철?!

먼저, 기체 상태의 수소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압력’이다. 압력이 높아지면 수소는 금속에 침투, 열화시켜 금속을 깨뜨려버리는 ‘수소취성’을 일으키기 때문. 분자상태의 수소(H2)는 금속에 침투할 수 없지만, 원자상태의 수소(H)는 워낙 미세하여 침투가 가능한데, 압력이 높아지면 이 원자의 개수가 늘어나 수소취성이 발생한다.

하지만, 수소의 압력이 높을수록 부피가 줄어들어 운송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술은 점점 높은 수소의 압력을 소재가 견디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수소 운송용 파이프라인도 지금은 20bar수준이지만, 100bar로 높여 운송 효율을 높이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수소전기차는 700bar, 수소충전소는 990bar를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700bar는 어느 정도의 압력일까? ‘바(Bar)’는 압력을 측정하는 단위의 하나로, 해수면에서 100m 상공의 기압을 말하는데, 쉬운 예로 방수 시계에 적혀 있는 10bar는 수심 약 100m까지 견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700bar는 수심 7,000m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압력인 셈. 700bar를 무게로 환산하면 713.8kg/㎠이니, 1㎠크기의 손톱만한 작은 면적에 체중이 71kg인 성인 10명이 올라갈 때 받는 압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수소에너지 상용화의 핵심은 고압을 견뎌내는 소재 기술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수소전기차나 수송용 튜브트레일러는 소재 경량화라는 과제가 추가된다. 현재 수소 차량에 탄소섬유 등 복합소재가 쓰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 그러나 복합소재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스틸의 수소 대응력이 높아진다면, 복합소재와 경쟁 가능한 소재가 되는 것은 물론, 수소 상용화의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경량화가 필요한 수소 차량과는 달리, 수소 충전소는 탄소강으로도 990bar의 압력을 견디는 수송 배관과 저장 용기 제작이 가능한 데, 이때 사용되는 강관이 일반 용접강관 보다 압력에 강한, 심리스(Seamless)강관이다. 심리스강관이 압력에 강한 이유는 가운데가 비어 있는 둥근 모양의 강관을 용접하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이음매(Seam)가 없기 때문. 고압수소 저장용기는 이 심리스 강관의 직경을 넓혀서 제작하는데, 990bar급 용기는 대구경(大口徑) 심리스 강관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는 제작되지 않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한 상황. 이에, 포스코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심리스 강관사와 협력하여, 수소 배관·용기용 강재 수요 확대에 대비할 계획이다.

액체 상태의 수소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도’다. 수소는 -253°C 로 냉각하면 기체 대비 부피가 1/800로 줄어들어, 대량으로 수송 할 수 있다. 이 말은 액화 수소를 담는 탱크가 -253°C를 견뎌야 하는 극저온강이어야 한다는 뜻. 액화수소 수송선은 아직 전세계적으로 실증된 바 없으며, 유일하게 일본이 116m 길이의 실증용 소형 선박을 건조한 바 있다.

수소를 운송, 저장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수소를 다른 물질과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수소화합물을 만드는 것이다. 수소화합물에는 수소에 톨루엔을 결합한 유기수소화합물(MCH, 상온), 질소를 결합한 액화암모니아(NH3, -33°C), 이산화탄소를 결합한 액화메탄(NHx, -160°C)이 있는데, 수소화합물은 액화 수소에 비해 저장 가능한 온도가 높아져 수송이 용이하다. 수소화합물에 대응할 강재는 이미 포스코에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수소화합물을 만드는 작업에 대한 연구와 실증만 완료된다면,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 수소는 스테인리스스틸을 타고~

CO2 제로 사회에 이상적인 에너지 공급원인 그린수소. 이를 생산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부품은 ‘수전해 분리판’이다. 수소를 생산하고 연료로 사용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 ‘분리판’이라고 불리는 금속인데, 분리판은 수소와 산소의 이동 통로로, 전기전도성이 높고 부식에 강해야 하기 때문에 분리판을 만드는 데에는 뛰어난 기술력이 요구된다. 분리판에는 수소전기차와 같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 들어가는 ‘연료전지 분리판’과 수소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수전해 분리판’ 두 종류가 있다.

수전해 분리판은 물에서 수소를 생산(2H2O → 2H2 + O2)하는 부품이기 때문에, 수소 자동차나 발전기의 연료전지 분리판과는 다른 역반응(2H2 + O2→2H2O)으로 운용된다. 구동 환경이 연료전지 보다 고온, 고습하고 열악하기 때문에, 수전해 분리판은 연료전지 분리판 보다 더욱 뛰어난 내식성과 전도성이 요구되는 상황.

‘연료전지 분리판’은 내연 기관 자동차로 따지면 ‘엔진’에 해당되는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분리판으로, 연료전지는 자동차에 주입된 수소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포스코는 2006년부터 연료전지 분리판 개발에 착수해, 2018년 수소전기차 ‘넥쏘’에 적용된, 세계 최초의 초고내식 스테인리스스틸 분리판 소재 Poss470FC를 개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에는 부식 방지를 위해 분리판에 금이나 카본 소재를 코팅했었는데, Poss470FC는 이런 코팅 없이도 내부식성과 전도성을 높인 동시에 제작 원가를 낮추고 제품 크기도 줄인 혁신적인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Poss470FC는 국제스테인리스스틸협회(ISSF, International Stainless Steel Forum)  2018년 신기술상(New Technology Award) 부문 금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 산업을 이끄는 산업기술성과 15선’에 선정됐다.

▲ 포스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Poss470FC)로 만든 연료전지 분리판이 2016년 북미국제모터쇼(NAIAS) 기술전시회 포스코 부스에 전시돼 있다.

한편, 발전용 연료전지 분리판은 구동 환경이 100°C 이하인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 분리판과는 달리, 600~800°C에서 작동되고 긴 시간 동안 시동되기 때문에 높은 내산화성과 전도성이 요구되는데, 현재는 독일, 일본에서 생산된 고가(高價)의 희토류가 첨가된 스테인리스강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비싼 수입재를 대체할 수 있는 저원가·고전도성 강재 Poss460FC를 개발함으로써, 원천 소재 개발을 통한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의 수소 탐구생활> 마지막편! 다음 시간에는 수소를 활용한 철강생산기술인 ‘수소환원제철공법’을 통해 수소와 스틸의 운명적 만남을 살짝 엿보기로 하자! 커밍쑨~

* 도움말 주신 분:
기술연구원 강재연구소 에너지조선연구그룹 고성웅, 이학철, 김우겸, 성현제 수석연구원
기술연구원 강재연구소 열연선재연구그룹 박경수, 박준학 수석연구원
기술연구원 강재연구소 STS연구그룹 김광민 수석연구원
기술연구원 철강솔루션연구소 수소차용470FC TF팀 김종희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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