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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커피’의 기적을 믿어요

‘세탁소커피’의 기적을 믿어요

2019/08/27

포항시 남구 청림동. 오래된 골목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 동네엔 작지만 특별한 카페가 있다. 아담한 주택이 어딘지 모르게 운치 있게 느껴진다 했더니, 30여 년간 운영하던 세탁소를 카페로 개조해 동네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카페 ‘세탁소커피’였다. 장소는 작지만, 카페 안에 담긴 의미는 더없이 큰 세탁소커피를 포스코 뉴스룸이 방문했다.


| 청림동 핫플, 알고 보니 30년된 세탁소였다고요?

오래된 골목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청림동. 정감 있는 빨간 벽돌 건물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온다. 지난해 6월 문을 열고 이제 막 1년이 지난 ‘세탁소커피’다. 카페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SNS에서 본 것만 같은 감성적이고 깔끔한 공간이 등장한다. 의자, 화분, 조명 등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감성이 깃들어 있다. 골목 한 편에 자리를 잡은 세탁소커피는 소위 청림동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오고 있다.

세탁소커피, 정겨움이 뚝뚝 묻어나면서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한 이름이다. 사실 이곳은 30년간 세탁소로 운영되어 오던 2층 주택을 리모델링해 현재의 <세탁소커피, 청림>으로 변신한 카페다. 오랫동안 터를 잡아 동네 사람들은 모두 아는 ‘세탁소’라는 이름을 카페 브랜딩에 적극 활용한 것. 그렇다면 왜 갑자기 30년 된 세탁소가 카페로 바뀐 것일까. 카페 설립 당시, 청림동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권을 활성화할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때마침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은 건축가가 도전에 동참하기로 했고, 사회적협동조합 경북포항나눔지역자활센터(이하 나눔자활) 관계자들과 함께 청림동 골목골목을 둘러보며 물색한 끝에 현재의 위치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침 이곳은 30년이 넘도록 세탁소를 운영했던 낡고 오래된 건물이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충분히 친숙하면서도 세련된 카페를 꾸밀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됐다. 도시 규모에 적합한 크기, 작지만 존재감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위치, 다채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선택의 이유였다. 이렇게 과거의 세탁소는 오늘의 ‘청림동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됐다.

| 세탁소커피에는 꼭 앉아봐야 될 특별한 의자가 있다?!

붉은 벽돌 건물 외벽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감성 충만한 세탁소커피 간판 글자가 있다. 커피집 같지 않고 주택 같은 외관이라 모르고 지나치는 손님들도 더러 있을 정도. 공간을 단장하는 데 있어 ‘반드시 오래된 옛 것을 없애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인테리어 콘셉트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래됐지만 느낌 있는 30년 역사의 세탁소 바닥은 그대로 보존하고, 세월의 흔적이 멋스러운 벽에는 무심한 듯 페인트칠을 해 벽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했다. 기본 골조와 건물 외벽 또한 그대로 살려 청림동 골목에 원래 있었던 듯 조용히 불을 밝힐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시켰다.

세탁소커피의 카페 공간인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프로젝트 빔과 도서를 비치해 청림동 주민들의 복합문화·커뮤니티 공간인 ‘청림살림’이 나타난다. ‘청림을 살리다’라는 뜻을 담은 청림살림은 소모임이나 회의 등을 할 수 있고, 사전에 예약만 하면 무료 대관이 가능하다. 2층의 커다란 창문 앞은 풍경을 담은 액자 같아서 창문을 배경으로 ‘인생샷’도 건질 수 있다. 대관 예약이 없는 경우에는 2층에 커피를 가지고 올라가서 공간과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세탁소커피에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특별한 의자가 있다. 바로 포스코케미칼이 기증한 ‘내화벽돌 의자’다. 섭씨 1300℃의 뜨거움을 견딜 수 있는 내화벽돌은 크게 멋을 내지 않았지만 실용적이면서 튼튼하다. 브라운 톤의 내화벽돌은 카페 어디에 두어도 조화롭다. 포스코케미칼이 청림동 내화물공장에서 만드는 이 내화벽돌 의자가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뒷받침해온 소재라고 생각하면 왠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 세탁소커피의 시그니처 메뉴 ‘청림라떼’

이곳이 청림동 힙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동네 이름을 내건 ‘청림라떼’ 덕분이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크림을 섞은 라떼로, 쉬엄쉬엄 동네를 걷다 카페에 들른 손님은 물론, 일부러 이곳을 찾은 손님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시그니처 메뉴다. 핸드드립 커피 중 ‘포레스트블렌드’는 적당한 산미와 함께 고소하면서 뒷맛이 주는 여운이 특징이다. 아직 커피의 쓴맛이 익숙하지 않다면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나 따스한 차 한잔을 추천한다. 자활센터 사업단에서 만든 수제청으로 만든 음료와 시즌별로 달라지는 제철 주스 메뉴도 특별하다. 자두 주스, 딸기 주스 등 계절에 어울리는 시즌 메뉴를 미리 찾아보면 좋겠다.

|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따스한 공간

아기자기한 감성 카페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곳이 지역사회와 기업이 힘을 모아 지역민 자활을 돕자는 취지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자활사업으로 운영되는 세탁소커피는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이들이 취·창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

지역사회 발전과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워진 세탁소커피에는 포스코그룹의 1% 나눔기금이 사용됐다. 여기에 포스코1%나눔재단은 세탁소커피 설립 초기 임대료와 인테리어, 시설비, 기자재 구입비 등을 지원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임직원들이 매월 기부하는 1% 기금으로 전문가 인건비와 사업개발비, 운영비 등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포항시 역시 자활사업으로서 세탁소커피 직원들의 인건비와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세탁소커피에서 커피를 내리는 직원들은 총 5명으로 지적장애 3급 장애 청년, 한부모 가정의 다문화 여성, 한부모 가정의 40대 후반 여성, 푸드트럭 창업에 꿈이 있는 60대 초반의 여성, 장성한 두 아들을 둔 50대 후반의 여성이다.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서로 다르지만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목표만큼은 똑같은 다섯 명의 직원들. 이들은 세탁소커피에서 일하며 안정적으로 생계를 꾸리게 됐을 뿐 아니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등 자기계발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이들이 내린 커피의 판매 수익금은 3년간 적립돼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자활과 독립에 쓰일 예정이다.

카페 카운터에 놓여 있는 <세탁소커피 사용법>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살짝 주름지고 구겨져도 괜찮아요. 세탁소커피를 마시면, 지금 그대로 참 아름다운 그대에요”. 커피가 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지만, 그렇다 한들 어떠한가. 슬로우 커피를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을 더 오래 음미할 수 있으니, 이것이 세탁소커피가 선물하는 진정한 맛이고 마음의 위로다.


포항의 옛 모습과 시골마을의 골목 풍경이 남아 있는 고즈넉한 청림동. 매년 가을이면 청포도문학축제가 열리는 청포도의 고장. 무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 같은 계절, 선선한 바닷바람과 탐스러운 청포도를 만나고 싶다면 이번 가을 포항 청림동에 들러보자. 옛스러운 골목에서 마주한 작은 카페 ‘세탁소커피’의 기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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