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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강한 ‘ㄴ’, 고강도 하지재 개발기

INNOVILT LAB 5

세상에서 제일 강한 ‘ㄴ’, 고강도 하지재 개발기

2020/12/03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판단력으로 최고의 INNOVILT 제품을 탄생시키는 곳, 여기는 INNOVILT LAB입니다. 포스코와 고객사가 차세대 INNOVILT 후보 제품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종의 전진기지죠.

오늘은 조금 작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중후장대의 대명사 포스코지만, 꼭 거대한 것에만 힘을 쏟는 건 아니거든요. 크기는 우리 손바닥 하나보다 작지만 우리 건물의 벽을 지탱하는 중요한 자재, ‘하지재(下持材)’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세상에서 제일 강한 ㄴ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오늘은 고객사 ㈜운형과 함께 기존 하지재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고강도강을 이용해 안전성을 더욱 높인 ‘석재 벽걸이형 고강도 하지재’ 개발에 4년 동안 몰두한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l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거나 써도 되나요?

나는 포스코 기술연구원 철강솔루션연구소의 여경윤 수석연구원. 포스코 강재를 활용한 건설 자재 이용 기술을 연구하는 게 나의 임무다. 주로 거대한 건설 자재와 구조 솔루션을 연구하지만, 오늘 이야기할 것은 작지만 강한 ‘하지재(下持材)’라는 녀석이다. 하지재는 건축물의 외벽 석재를 지탱하는 자재다. 일반적으로 5층 건물 기준 1,500~2,000개의 하지재가 사용되고, 국내 연간 사용량은 3만 톤 이상이다.

대부분의 대형건설사가 석재용 하지재의 소재로 우수한 내구성과 내식성을 가진 STS304강*을 사용하도록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확인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수입 STS200계나 STS410을 사용하는 곳도 있고 알루미늄, 일반 탄소강 등을 쓰는 불량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STS304 : 스테인리스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강종으로 성형성, 용접성, 내식성이 우수함. 니켈 8% 이상 함유.
STS200 : 니켈 함유량을 1% 이하로 낮춘 제품으로 STS304 대비 내식성이 부족하여 녹이 발생할 수 있음. STS304처럼 자석에 잘 붙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STS304인양 납품하는 사례가 많음.
STS410 : 가장 가격이 낮은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200계 보다 내식성이 더 낮음.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거나 써도 될까? 보이지 않으니 더 믿을 수 있는 자재를 써야 한다는 게 우리의 신념. 이런 실정을 파악한 우리 연구소는 곧장 포스코 강재를 적용한 새로운 석재 하지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STS304보다 저렴하면서 강성은 충분히 확보하여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모두 잡을 예정. 여기에 간편한 설치 방법으로 현장에서 두루두루 사랑받는 하지재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l 기존 하지재 문제점 모두 잡은 ‘Anchor Plus’ 개발!

우선 기존의 하지재 공법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 일본, 미국, 유럽의 석재 하지재 특허 293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격경쟁력을 잡는 것 못지않게 간결한 시공법과 최적화된 구조 성능을 구현하는 작업도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하지재 종류는 벽체와 석재 사이의 공간에 앵글, 조정판, 꽂음촉 앵커, 볼트 등으로 석재를 고정하는 ‘앵커(Anchor) 긴결(緊結) 공법’을 택했다. 이 공법은 벽체와 석재 사이의 간격이 떨어진 채로 시공되기 때문에 빗물 유입 등으로 인한 흰 얼룩이 생기는 백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없고, 공기 단축이 가능하며, 무게 또한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앵커 긴결 공법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었으니. 첫째로 앵글이 벽체의 콘크리트 상태와 무관하게 시공되기 때문에 콘크리트 상태에 따라 앵커 볼트 지지력이 충분할 수도,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단단한 콘크리트에 시공되어 앵커 볼트 지지력이 충분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벽의 균열로 지지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 또 하지재에 일정한 하중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시간이 지남이 따라 변형이 계속되는 크리프(Creep)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한 앵글 처짐과 석재의 균열 발생도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고의적인 ‘꽂음촉(외벽 석재 고정핀)’ 누락 실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했다. 꽂음촉은 하지재와 외장 석재를 최종적으로 고정시키는 핀(Pin)인데, 건축 공정상 관리 인원이 부족한 시점에 시공되고, 시공 후에 외관상 확인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누락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또 제대로 된 꽂음촉이 아닌 에폭시 접착제만으로 고정하는 관행도 문제. 이를 해결하는 것 역시 우리의 숙제였다.

우리는 우선 크리프(Creep) 변형에 의한 처짐 현상부터 해결해보기로 했다. 우선 단면 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앵커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고강도 강재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속에는 당시 포스코의 신(新)공법으로 완성한 고내식 고강도 듀플렉스 스테인리스강, PossSD(POSCO Super Ductile Duplex)가 떠올랐다. PossSD는 강도가 높고 가공성과 내식성이 뛰어나 건축외장재, 철도차량 부품, 식기, 파이프, 피난사다리 등 다양한 활용성을 자랑한다.

PossSD를 적용하고 구조적으로 보강을 더한다면 어떨까? 기존 하지재가 ㄴ 모양으로 한 번만 구부러져 있는데 반해, 우리 제품은 양쪽 구부린 날개를 더해서 구조적 강성을 키웠다. 이렇게 개선을 하게 되면 기존 두께 5~8mm의 STS304강으로 제작하던 하지재의 두께를 3mm로 줄이면서도 크래프(Creep)에 대한 저항성은 향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탄생한 새로운 석재 하지재는 2017년 ‘Anchor Plus’라는 브랜드로 특허출원의 결실을 맺었다. 기존 석재용하지재에서 두께를 40% 이상 저감하며 경제성을 확보했고, 구조기술사로부터 발생응력, 허용응력, 발생처짐, 허용처짐 등에 대한 검증을 받아 모든 조건을 만족하여 곧바로 건설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l 운형과의 협업으로 승승장구하던 Anchor Plus. 그런데…?

본격적인 현장 적용에 앞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하나 더 있었다. Anchor Plus의 수요 개발을 함께할 제작업체를 찾는 것. 이때, 우리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으니…. STS304강으로 만든 하지재를 삼성물산에 공급하던 스테인리스 하지재 전문 제작사 ㈜운형이었다. 운형의 장복식 대표 역시 신소재와 설계 개선의 조합으로 탄생한 석재용 하지재의 가능성을 한눈에 알아보았고, 우리와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양사가 의기투합하여 공동 마케팅을 추진한 결과, Anchor Plus는 아파트 2,610세대, 오피스텔 238실로 구성된 주상복합건물 단지 ‘송도 더샵 센트럴시티’ 현장에 12만 개 이상 적용되며 승승장구를 시작했다.

▲ Anchor Plus 실제 시공 모습

Anchor Plus는 보수적인 건설시장에서도 그 우수성을 발휘하며 활발하게 판매됐다. 그런데 순조롭기만 할 것 같았던 우리의 앞날에 돌연 문제가 발생했으니…. 2018년, PossSD를 생산하던 공정 폐쇄가 결정되며 더 이상 Anchor Plus의 소재를 생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Anchor Plus에서 낮은 원가로 고강도 고내식 특성을 보여줬던 PossSD의 영향력이 지대했던 만큼 우리는 큰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Anchor Plus는 단종되고 말 것인가? 그럴 순 없다! 우리는 PossSD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나섰다.

l 포스코 WTP, PossHN0 등장이오!

천만다행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새로운 구원투수로 포스코 WTP(World Top Premium) 강종 PossHN0(POSCO stainless High Nitrogen 0)가 등판했다. PossHN0은 기존 스테인리스강보다 니켈 성분은 줄이고 질소 함유량은 높여 경제적이면서 강도도 높은 신(新) 스테인리스강. 사내에서 수소문해보니, STS304강에 못지않은 내구성을 가져 PossSD의 대안으로 손색이 없는 강종이라는 의견이 들려왔다!

우리는 PossHN0 강종으로 다시 구조 검토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하지재 소재로 쓰기엔 기존 PossSD보다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도 물러설 수 없지. 구조적으로 변형을 가해 강도를 보강해 보기로 했다. 바로 엠보싱 레일(Embossing Rail)을 디자인에 적용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것!

엠보싱 레일은 말 그대로 툭 튀어나온 난간이다. 위의 그림처럼 기존 하지재의 하중이 앵글의 굴곡 부분에만 쏠린다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제품에는 엠보싱 레일을 달아 하중을 분산했다. 엠보싱 레일의 적용으로 더 높은 하중을 견디게 된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 조정판과 앵글을 헐겁지 않도록 단단하게 잡아줘서 작업이 한결 편리해지고 결합의 견고성도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엠보싱 레일 덕분에 앵글 자체로도 충분한 강성을 확보할 수 있어, 기존 PossSD 하지재에서 크리프 변형 방지를 위해 부착했던 양쪽의 날개 부분은 생략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앞서 짚었던 꽂음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색된 꽂음촉을 조정판에 일체형으로 삽입해 애초에 누락되는 불상사가 없도록 디자인했다.

연구개발은 성능 검증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 말인즉, PossHN0 하지재가 기존의 STS304로 제작한 하지재보다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성능 역시 우수한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기존 제품과 새롭게 개발한 제품에 실제 석재 패널을 달아 하중을 측정하는 테스트에 돌입했다. 그 결과, STS304 석재 하지재의 경우 22kg까지 버티는 데 반해 PossHN0는 35kg까지 버티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다.

이 말은 즉, 기존 STS304보다 더욱 가벼워졌음에도 PossHN0 하지재가 더 우수한 기능을 갖췄다는 걸 증명해 낸 것이다. 이는 우리 연구소뿐 아니라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장)로부터 발급받은 시험보고서와 구조기술사무소로부터 발생된 구조 검토서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검증 결과를 토대로, 2019년 새로운 석재 하지재가 시장에 출시됐다.

l 작지만 빠지는 것 하나 없는, 이노빌트 석재 벽걸이형 고강도 하지재

새로운 하지재가 탄생함에 따라 운형은 마케팅 활동에 박차를 가했고, 우리 역시 동고동락한 고객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삼성 장위 1동 래미안을 비롯해 △삼성 개포동 래미안 △삼성 서초우성 래미안 △대우 푸르지오 지축동 △대우 푸르지오 과천 △포스코건설 산성역 포레스티아 성남 등 굵직한 건설 현장에 연이어 적용되며 하지재 시장의 블루칩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2019년, 마침내 LH 공사 우수제품으로 선정되며 향후 대형 프로젝트에서 확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KS 인증 역시 완료했다. 지난 10월에는 ‘석재 벽걸이형 고강도 하지재’라는 제품명으로 제4차 INNOVILT 인증도 받았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INNOVILT 하지재의 특장점 몇 가지. 이 제품을 써본 작업자라면 가장 먼저 시공성에 놀란다. PossHN0 하지재 두께는 3.2mm. 기존 STS304의 5mm 대비 36% 얇아졌다. 두께가 줄어든 만큼 무게도 한결 가벼워졌다. 여기에 조정판이 레일을 따라 앞뒤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 제품처럼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똑바로 고정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실제 시공자들이 이 제품을 ‘편하다’라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

INNOVILT 하지재에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 한 가지 더. 바로 경제성이다. 고강도 강종 적용으로 기존 하지재보다 얇지만 견딜 수 있는 하중은 최소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다. 자연스레 자재비 절감을 예상해 볼 수 있는데, 수치로 따져보면 무려 15%나 된다는 사실. PossHN0은 STS304강에 비해 고가 원료인 니켈 함유량이 적다는 점도 경제성 향상에 한몫했다.

아무리 편하고 경제적이라도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하지재로서 의미가 없다. INNOVILT 하지재는 그런 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특히 꽂음촉을 조정판 일체형으로 제작해서 현장 감리 시 꽂음촉 시공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을 더욱 보장할 수 있다.


우리의 연구 분야는 경계가 없다. 옛 것과 새 것, 큰 것과 작은 것 어디에나 스틸이 필요한 곳이라면 더 나은 제품을 위한 우리의 고민은 계속된다.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제품을 만드는 일은 아닐지라도, 우리의 결실이 묵묵히 누군가의 안전과 내일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더욱 묵직한 사명감을 느낀다. 음, 다음은 또 어떤 연구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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