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찾아왔다. 이번 설 연휴는 연휴가 있는 주의 목요일과 금요일에 연차를 사용하면 주말 포함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다. 직장인들에게는 황금연휴를 만끽할 기회인 셈.
하지만 오랜만에 맞는 긴 연휴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와 달리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는 평소와 같이 차분한 모습이다. 제철소는 고로가 가동되는 한 조업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부터 제강, 연주, 열연, 냉연, 도금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조업 공정은 어느 한군데서도 쉴 수가 없다. 이러한 업무 특성상 설과 추석 명절 연휴를 포함한 1년 365일, 24시간, 제철소는 상시 가동 중이다.
생산 현장에는 설비 가동을 위한 교대 인원으로 포항제철소 약 3,500명, 광양제철소 약 3,100명, 총 6,6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포스코 뉴스룸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설 연휴에도 조업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릴 포스코인을 미리 만나봤다.
l “현장에선 안전이 최우선, 포스코인 자부심 느낀다”
올해 입사 9년 차로 포항제철소 제선부 4고로에서 근무 중인 김승훈 대리는 이번 설 연휴에도 고로를 지킨다. 그가 맡은 업무는 고로에서 용선을 배출시키는 ‘출선’이다.
고로는 조업 특성상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명절에도 교대 근무자들이 평상시와 똑같이 근무한다. 돌발 상황을 대비해 각 파트의 상주 근무자도 한 명씩 대기 근무를 한다.
“고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어서 완벽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출선 작업은 1,500도가 넘는 높은 온도의 쇳물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 속에서 업무에 임하게 됩니다. 우리 몸도 컨디션을 늘 챙겨줘야 건강하듯이 고로도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 줘야죠.”
365일 매 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업무지만, 고로에서 힘차게 배출되는 쇳물을 보면 김승훈 대리는 포항에서 태어나 포스코인이 된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연휴나 평일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휴 때에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휴무에 쉬어야 하는 직원들이 출근해야 하니 아무래도 평소보다 더 현장을 살피게 되는 것 같아요. 점검도 더 꼼꼼하게 하고요. 안전이 언제나 최우선이죠.”
포스코인으로서 느끼는 자부심과 함께 이번 설에 가족과 함께 온전히 연휴를 보내지 못하는 남편, 아빠로서의 미안한 마음도 가슴 한편에 존재한다.
“결혼 전에 명절 당일 야간에 퇴근하고 보니 문 연 식당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집에서 혼자 쓸쓸히 라면을 끓여 먹은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아내와 딸아이와 명절을 보내는데요. 이번 설 연휴처럼 근무 날짜가 잘 안 맞으면 즐거워야 할 명절 내내 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곤 합니다. 항상 부족한 남편 잘 챙겨주고, 예쁜 딸 키우며 응원해주는 우리 아내.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l “사위야, 안전이 최우선 잊지 말거라”
광양제철소 제강부 윤영록 과장은 같은 부서 이상욱 파트장과 사돈 사이다. 얼마 전 포스코 사내 블로그에도 소개된 이 사연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사위인 이상욱 파트장의 아들, 이형근 사원 역시 광양 화성부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지낸 지 25년이 넘은 동료인 이상욱 파트장과 사돈의 연을 맺었는데, 사위까지 포스코에 입사했으니 ‘포스코 가족’이 ‘진짜 가족’이 된 셈이죠. 이번 설 연휴에는 사위와 교대 근무조가 달라 만날 수 있는 날이 없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위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요.”
아쉽게도 이번 설에는 사위 이형근 사원과 연휴를 함께 보낼 수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진짜 포스코 가족으로서의 자긍심도 느껴진다. 그는 평소에도 사돈인 이상욱 파트장과 품질과 안전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현장에서는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사위에게도 늘 ‘안전 최우선’을 당부하고 있다.
윤영록 과장은 1986년 입사해 제강부에서만 30년 넘게 근무 중이다. 제강공장 중에서도 정련의 꽃은 성분 조정인데, 특히 극저탄소강은 포스코 대표 제품인 기가스틸과 자동차 외판재로 사용돼 성분 제어가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는 ‘번개아톰상’이라고 해서 개인별로 성분 조정 기록을 겨뤄 상을 주곤 했어요. 그때 제철소 신기록을 세운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로 더 발전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합니다. 제 평생의 신조는 ‘최고의 청정강 제조’예요.”
교대 근무는 공휴일과 관계없이 배정되기 때문에 남들이 쉴 때 일하기도 하지만, 남들이 일할 때 쉬기도 한다. 그는 동료들과 일정을 조율해 근무일 변경하기도 한다. 단순히 직장 동료 사이가 아니라 포스코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배려다.
“명절 때는 휴무조 우선으로 휴무를 배정하지만, 가끔 고향 방문 계획이 없는 동료가 있으면 서로 일정을 조율하기도 해요. 저도 대신 근무할 때가 있는데, 예전에 포항에서 근무할 때 아내가 혼자 딸 둘을 데리고 나주까지 버스와 택시를 8번 갈아타면서 고향을 방문했다는 얘길 들었을 땐 마음이 짠하고 고맙고 그랬죠.”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보다 자신의 맡은 업무에 대한 사명감이 빛나는 포항 제선부 김승훈 대리와 광양 제강부 윤영록 과장을 만나봤다. 매년 명절마다 조업 현장을 든든하게 지키는 포스코인. 이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 포스코의 지난 50년과 앞으로의 50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