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레인저보다 멋진 우리 아빠와 케이크 만들어요!
달콤한 생크림과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한 베이킹 공방. 김민우 차장의 가족은 앞치마를 두른 채, 들뜬 모습으로 색색의 재료와 요리도구가 가득한 테이블 앞에 섰습니다.
8월 2일이 태윤이의 여섯 살 생일이었는데 현장에 있느라 함께하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어요. 엄마랑 둘이서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불며 해맑게 노래하는 동영상을 보내왔는데, 덕분에 남몰래 방구석에서 눈물 왈칵 쏟았네요. 그날의 미안함을 만회할 겸, 오늘 하루 제대로 솜씨를 발휘할 작정입니다.
파견 근무로 한 달에 겨우 두어 번 가족과 만나는 김민우 차장은 오늘 하루 제대로 점수를 따겠노라는 각오가 대단했습니다. 내년 봄까지 8개월을 더 주말 부부로 살아야 하는 그는 만삭의 아내에게도, 아빠의 손길이 한참 필요한 나이의 태윤이에게도 그저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세 식구 중 제일 신이 난 건 태윤이 입니다. 세상 모든 기찻길은 전부 아빠가 만들었다고 믿고 있는 태윤이에게 아빠는 파워레인저보다도 멋진 영웅입니다. 전지전능한 아빠와 함께 만드는 케이크 또한 근사하지 않을 리 없죠.
아빠 회사 친구들은 다 공부 못하나 봐. 기찻길 만들러 내려간 지가 언젠데 왜 아직도 안 끝나는 거야? 내가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혼내주라고 할게!
열심히 케이크를 만들던 중 태윤이가 뜬금없이 선전포고를 합니다. 아빠와 엄마는 또 한 차례 웃음을 터트렸는데요. 태윤이가 말은 저렇게 해도, 아빠 회사가 서른여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는 얘기에 부리나케 새로운 축하 케이크 만들기에 나서는 착한 아들입니다.
케이크를 만드는 동안 태윤이는 강사 선생님을 졸졸 쫓아다니며 왕성한 질문을 쏟아냅니다. 호기심 많고 똑 부러지는 의사표현까지 태윤이는 아빠를 꼭 빼닮았는데요. ‘아빠처럼 멋진 사람’에서 좀 더 현실적인 직업인 ‘소방관’으로 장래희망이 바뀐 건 솔직히 좀 섭섭한 일이지만, 이제 몇 년 뒤면 어엿한 초등학생이 될 태윤이의 모습을 떠올리니 아빠와 엄마는 왠지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10점 만점에 10000점’ 서로에겐 최고의 배우자
어느새 케이크는 제 모습을 갖춰갑니다. 태윤이가 직접 고른 ‘카스텔라 2호’ 위에 짤개로 색색의 생크림을 풍성하게 두르고 나뭇잎, 별, 딸기, 굴뚝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갖가지 토핑 재료를 올리니, 온 가족의 손이 또 한 번 포개졌습니다.
김민우 차장은 케이크에 토핑 하나를 올릴 때도 심혈을 기울입니다. 처음엔 오직 강사 선생님만 믿고 시작한 케이크 클래스였는데, 어느새 그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듯, 신인 예술가처럼 들떠있습니다. 아내는 이런 김민우 차장이 그저 좋은 듯 웃기만 합니다.
금실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떨어져 지내는 게 유독 힘들었던 것 같아요. 종일 지지고 볶더라도 모두 함께 있어야 하는데, 아내와 아들의 빈자리가 그렇게 크게 느껴질 수 없더라고요. 벌써 일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일요일에 헤어질 때마다 온 가족이 눈물바다라니까요.
부부는 2005년 처음 만났습니다. 무뚝뚝해 보여도 다정다감한 청년에게, 청순한 봄날 같은 미소를 띤 사려 깊은 여자에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첫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내와 아들을 두고 순천 현장에 파견 나와 주말부부로 산다는 게, 김민우 차장은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성실하고 진실한 남편을 세상 그 누구보다 믿고 사랑한다는 아내 유지혜 씨에게 김민우 차장은 ‘10점 만점에 10000점’을 내줄 만큼 최고의 배우자입니다.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애틋함도 커진 건지,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마음 잘 통하는 단짝이 됐습니다.
케이크 만들기, 아내와 가족에게 점수 따기에 딱이죠!
드디어 케이크가 완성됐습니다! 솜사탕처럼 살살 녹는 질감에 12가지 토핑의 달콤한 향까지 곁들인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케이크입니다. 늦었지만 태윤이의 생일을 축하할 겸 여섯 개의 초를 밝혔는데요. ‘와! 대단하다!’라며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태윤이의 신 난 표정에, 모처럼 아빠 노릇을 실컷한 김민우 차장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습니다.
아빠의 한마디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케이크 파티’하는 걸로!”
벌써 우리가 결혼한 지도 7년이 되어 간다니 시간 참 빠른 것 같아. 우리 보물 1호인 태윤이가 태어나고, 처음 눈을 맞추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여섯 살이 되었네. 11월이면 당신과 나를 사이좋게 빼닮은 보물 2호가 태어날 텐테, 그 축복의 순간에 혹시라도 내가 당신 곁에 없을까봐 두렵고 또 걱정돼. 그래서 요즘 매일 기도해. 행복한 새 생명 탄생의 순간에 꼭 우리가 함께하게 해달라고 말이야. 사랑하는 태윤아, 아빠가 없는 지난 일 년 동안 엄마 외롭지 않게 잘 지켜줘서 고마워. 지금은 아빠의 빈자리를 또봇과 미라클킹이 차지하고 있지만, 곧 다시 아빠가 그 자리를 꽉 채워줄게. 사랑하는 우리 가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처럼만 웃고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 배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앞으로는 주말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줄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