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새로운 명소, 서울식물원
산이 많이 있지만 실내에서 초록을 느낄 공간은 부족했던 서울에 드디어 대형 식물원이 생겼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서울식물원이다. 서울시는 2008년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워터프런트 계획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2013년 조성계획을 발표한 후 2018년 10월 일반 시민에게 일부 시설을 개방하고 2019년 5월 정식 개장했다. 그리고 지난 5월 6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약 두 달간 휴관한 서울식물원이 운영을 재개했다. 그간 식물원에 들쥐가 나타나거나 몇몇 나무가 몸살을 앓거나 하는 작은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대체로 순탄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그간 공공건물에서 기대하기 힘들었던 온실의 아름답고 독특한 생김새로, 임시 개관부터 줄곧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인원이 몰리고 만족도도 높은 이른바 핫스폿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식물원을 봄볕 따뜻한 날 찾았다.
이국적 경험 가능한 유리 온실
서울식물원은 크게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으로 구성돼있는데 이 중 주제원의 주제정원과 온실이 핵심이다. 온실에 들어가자마자 떨어지는 물줄기가 눈과 귀를 자극하고 커다란 고무나무와 인도 보리수가 주위를 환기시킨다. 낯선 공간에 들어온 느낌을 강하게 받으며 이끌리듯 걷다 보면 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을 하나하나 마주친다. 빅토리아수련이 둥둥 떠있는 연못도 초입에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유선형 스카이워크를 걸어 올라가며 다양한 식물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계획부터 완공까지 철저하게 컴퓨터로 매만진 ‘인공적’이고 ‘미래적’인 비정형의 공간을 사람들이 마치 산을 오르듯 이리저리 산책한다는 사실이 새삼 재미있다. 완만한 경사의 다리를 건너다보면 어느새 2층에 다다르는데, 위에서 온실 공간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시간이 흘러 나무가 더 자라면 이 다리에 서서 코앞의 잎사귀와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 건축가도 그것을 의도했다. 열대의 도시를 지나 지중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올리브나무와 커다랗게 우뚝 선 모습이 저마다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어린왕자 속 바오밥나무를 구경하다 보면 출구로 나오게 된다.
건물은 배경, 식물이 주인공
온실은 투명한 철골 건물인데 흔한 돔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정수리가 오목하고 주변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그릇 모양이다. 중앙에 희귀하고 커다란 식물을 배치하게 마련인 돔 스타일을 벗어나 공간을 보다 전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가장자리의 층고를 높였다. 곳곳에 눈길을 끄는 식물을 분산해 배치했다. 지름이 100m, 높이는 28m에 이르니 규모가 워낙 커서 12개의 도시로 구성하고 스카이워크를 올라가는 식으로 동선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분산형 설계와 레이아웃으로 보다 풍부하고 입체적인 경험이 가능해졌다. 이 거대한 유리 건물을 흰색 철골 10개가 바깥에서 붙잡는 구조다.
[Architect’s Pick : 이노빌트 PoSPACEs]
설계를 맡은 더시스템랩의 김찬중소장은 메인 구조체인 철 기둥에만 시선을 집중시키고 다른 요소가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흰 기둥보다 가까이에서 관람객이 접하게 되는 온실 외벽을 보면 이러한 의도가 읽힌다. 삼각형과 역삼각형이 반복하며 교차하는 폴리곤이 건물 전체를 이루고 있는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3,180개의 삼각 창으로 둥그런 외벽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르고 일부는 개폐가 가능해 환기를 돕는다. 무려 5,654m2의 넓이에 달하는 유리 외벽에 쓰인 것은 포스코 이노빌트 라인업 중 하나인 PoSPACEs(포스페이스)로 기존 자재로는 어려웠던 대규모 비정형 커튼월에 적합한 고성능 제품이다.
건물을 멀리서 보면 흐릿한 유리의 실루엣만 보이기를 원했던 김찬중소장은 PoSPACEs(포스페이스)에 대해 “꽤 복잡한 프로파일을 일일이 지정했는데 말끔히 정밀제작할 수 있었고, 공장에서 생산을 완전히 마치고 현장에서 조립만 했기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수천 개의 유리면이 3차원으로 미세하게 꺾이면서 모여서 둥그런 하나의 대공간을 만들어내기에, 건축가의 계산대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자재를 신중하게 골랐다. 위아래로 다양하게 변하는 각도에 면밀히 대응하는 부재로 이노빌트 PoSPACEs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다. 중심에서 여러 방향으로 팔이 뻗어나가는 Ball Type의 포스페이스를 유리 외벽 전체적으로 적용했다. 또한 포스코의 건축용 고강도 강재 HSA(High performance Steel for Architecture)를 사용, 경량화가 가능해 가늘고 가벼운 느낌을 표현할 수 있었다.
식물원은 동물원보다 편안하다. 식물과 사람이 평등한 공간이다. 관람객은 휴식과 여가를 얻고, 식물은 잘 자라야 한다. 식물을보존하고 연구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서울식물원 안의 풀과 나무는 여닫히는 삼각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바람과 물기를 맞으며 오랜 시간 살아갈 것이다. 개장한지 이제 일 년 남짓인 서울식물원의 성취를 평가하긴 아직 이르지만 새로운 대공간 구조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준 건축 자재는 확실히 하나의 혁신으로 보인다. <글=김나래 사진=송유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