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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돌파하려고 잡은 손, 업(業)의 방향도 바꿨어요

불황 돌파하려고 잡은 손, 업(業)의 방향도 바꿨어요

2019/10/31

포스코가 고객사에 공급하는 철강재들은 사용 목적에 따라 여러 단계에서 가공과정을 거친다. 포스코는 이 단계별 가공과정을 고객사와 함께 연구한다.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제품으로 판매될 수 있는지를 같이 고민하고, 고객사와 함께 기술을 개발한다. 포스코에서는 이를 솔루션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때론 이 솔루션 마케팅 활동이 고객사의 주력 사업분야까지 변화시키기도 한다.

l 조선업 불황의 길목에서 만난 ‘융진’과 포스코

포항에 소재하고 있는 융진社는 1994년 설립된 이후 2003년 100만불 수출의 탑 수상, 2018년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포항지역의 강소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선박용 철강 구조물 제작에 특화된 융진社는 창립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조선업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선박용 철강 제품의 매출이 2009년 대비 2014년에는 50% 가까이 감소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매출이 감소하고 이익구조가 악화되는 위기상황을 극복할 발판 마련이 필요했고, 융진社는 2013년부터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와 솔루션 개발을 위한 실무 협의를 시작했다.

l 솔루션 마케팅 활동의 결과가 고객사 業을 전환하다

철강솔루션연구소에서 철강재의 건설 분야 이용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구조연구그룹 연구원들은 선박의 구조를 잡는 T형강*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해 온 융진社의 뛰어난 용접기술에 주목했고, 이 기술에 포스코가 생산하는 고급재를 결합한다면, 다양한 강건재** 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T형강: 선박의 벽체와 바닥 구조 변형을 위하여 사용되는 철강재
** 강건재(鋼建材): 강철로 된 건설 자재

양사는 강건재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H형강 시장을 눈여겨 보았다. 포스코는 보 높이가 700㎜를 넘는 용접 H형강(Built-up H형강, BH)만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梁, beam) 높이 400~600㎜의 중소형 BH형강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중소형 사이즈의 BH형강을 만들 때 웨브(web) 두께가 얇아져 용접할 때 열에 의한 변형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융진社의 박판 용접기술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H형강의 ‘보(梁, beam)’ 와 ‘웨브(web) 두께’의 개념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융진社가 소재해 있는 포항과 인천 철강솔루션연구소 간 왕래가 반복되면서 기술 회의와 실험이 반복됐다. BH형강의 설계를 담당했던 콜럼버스社와 융진社 등 철구조물 제작업체, 강구조학회 소속 멤버들이 참여해 솔루션 개발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BH형강 제작 솔루션이 개발됐고, 제작시방서*가 완성됐다. 포스코는 이렇게 개발된 BH제품을 Pos-H로 명명하고 2016년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제작시방서(示方書): 제품에 필요한 재료의 종류와 품질, 사용처, 제작 방법 등 설계 도면에 나타내기 어려운 사항을 기재한 문서. Pos-H의 제작시방서는 국토부 건축공사 표준 시방서에 기술된 KS규격 RH(Rolled H형강)의 기준보다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Pos-H는 기존에 고철을 녹인 쇳물을 압연하여 동일 형태로 생산해 내는 RH(Rolled H형강)제품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Pos-H의 소재는 고로에서 나오는 순도 높은 쇳물로 만들기 때문에 RH보다 소재 자체의 품질이 우수하다. 또한 다양한 크기로 제작이 가능해 제품군이 440여종에 달하기 때문에 다양하고 효율적인 건축물 설계가 가능해진다. RH형강 제품군은 KS 규격이 정하고 있는 82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RH제품에 비해서 80~90% 수준의 물량만으로 BH형강 제작이 가능해 원가절감과 경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융진社와 포스코가 개발한 Pos-H 제품이 출하된 모습

Pos-H 개발로 융진社는 주력 사업분야를 조선용 제품에서 강건재 제품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개발된 솔루션을 바탕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도 판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l 까다로운 일본시장 뚫은 솔루션 파워

희소식이 이어졌다. 융진社의 제품이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 받아 일본 강건재 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H grade*를 취득한 것이다.
*일본은 철구조물 제작사 공장을 5단계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는데, 최고등급인 S Grade에는 일본업체만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해외 업체가 받을 수 있는 최고등급은 H Grade이다.

융진社는 ’15년에 H Grade를 취득했고, 이후 일본시장을 공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 BH형강을 주로 수출했지만, 현재는 접합기둥, 4면 용접 박스, 내진 부재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 파나마, 쿠웨이트 등으로도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 상단 좌측부터 융진社가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접합기둥, 4면 용접박스, 내진 부재. 하단은 중동 지역으로 공급중인 강건재

l 기존 목표를 넘어선 성과-내진 성능 최고 등급 인정받아

최근 건축물의 초고층화ㆍ대형화 추세 속에 내진강재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데, 보(梁, beam) 높이 1,000mm이상의 초대형 사이즈의 강재의 접합부 품질에서 국내 최초로 특수모멘트 접합부 내진 성능을 인정받았다. 특수모멘트 접합부*란, 지진 발생 시 보와 기둥의 접합부 변형이 4%(0.04rad)가 넘어가도 버틸 수 있는 내진접합부를 뜻하는 것으로 접합부 설계의 디테일, 내진 소재 품질의 확보, 용접 기술 등 3박자가 동시에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다.

* 접합부 등급은 보와 기둥 접합부가 견뎌내는 변형각의 정도에 따라 보통모멘트(1%), 중간모멘트(2%), 특수모멘트(4%) 접합부로 구분되어 있다. 특수모멘트로 갈수록 높은 기술수준을 나타낸다.

특수모멘트 접합부를 적용한 Pos-H제품들은 향후 대형 정부발주 프로젝트 등에 적용될 예정으로 시장 확대는 물론 국내외 내진설계분야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좌) 보-기둥 접합부 실험을 하고 있는 철강솔루션연구소 內 강구조실험동의 모습. 지진이 발생하면, 보와 기둥이 만나는 접합부에 아주 큰 힘(모멘트)이 작용하게 되는데, 최고 등급의 접합부는 보나 기둥의 파단은 방지하면서 보를 의도적으로 엿가락처럼 휘게 하여 건물의 붕괴 위험을 막는다. 위 실험은 층간 변형각이 4%(0.04rad)가 넘어도 접합부가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는 상황으로, 포스코와 융진 社는 1,000mm이상의 보에 대해 국내 최초로 특수모멘트 접합부을 인증받았다. (우) 실험에 참가한 철강솔루션연구소 구조연구그룹 유홍식 박사와 연구인프라섹션의 도상기 과장의 모습

철강솔루션연구소 구조연구그룹 유홍식 전문연구원은 “양사의 필요에 의해 시작된 솔루션 활동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도출해 낸 경우”라며, “기존 솔루션 마케팅 활동이 고객사 제품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만을 생각했었는데, 주력사업 영역을 바꿀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는 점에 새삼 놀랐고, 오랜 협력 관계를 통해 얻어지는 솔루션의 결과물들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 같다 “고 개발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포스코는 고객사와 오랜 협력 관계를 통해 깊은 신뢰를 형성하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사의 제품이 가장 잘 판매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연구한다.

고객사의 발전은 곧 포스코의 발전이기에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길을 모색하는 포스코의 비즈니스 방식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랜드마크로 스며들고 있는 Pos-H제품들

Pos-H는 철강솔루션연구소의 솔루션 개발뿐만 아니라 포스코 마케팅본부의 강건재마케팅실과의 협업, Pos-H 설계를 담당했던 콜럼버스社의 엔지니어링 지원, 공급계약과 생산을 담당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동양에스텍 社 그리고 융진社ㆍ제일테크노스社와 같은 철강재 구조물 제작사들간 유기적인 활동을 통해 국내외 여러 현장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평창올림픽 국제방송센터(IBC)에 처음으로 공급되기 시작했으며, 두산분당센터, 광명 중앙대 병원 등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에 공급 중에 있다. 중이온 가속기 프로젝트나 대전 사이언스 컴플렉스 프로젝트의 경우 기존 RH제품과 경쟁하여 Pos-H가 적용된 사례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공급 확대로 이어져서 국내 건축물들의 경제성과 안정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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