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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워 죽겠네” 현장 시름, 하이브리드 잭서포트가 날린다

INNOVILT LAB 3

“무거워 죽겠네” 현장 시름, 하이브리드 잭서포트가 날린다

2020/10/19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판단력으로 최고의 INNOVILT 제품을 탄생시키는 곳, 여기는 INNOVILT LAB입니다. 포스코와 고객사가 차세대 INNOVILT 후보 제품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종의 전진기지죠.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INNOVILT 제품은 ‘UL700 스틸-알루미늄 하이브리드 잭서포트’입니다. 고객사 대한가설산업과 함께 잭서포트 개발에 나선 포스코 연구원의 제품 개발 스토리,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l 가설재는 그저 임시 자재일까? 아니, 안전 자재다!

나는 포스코 구조연구그룹의 하태휴 수석연구원이다. 포스코 강재를 적용한 건설 자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설재(假設材)’ 개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머릿속으로 건물 하나를 짓는 그림을 그려보자. 땅을 다지고, 뼈대를 세우고, 바닥과 천장을 설치하고, 내외장재를 바르고 인테리어를 꾸미고…. 아마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건설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과정이 하나 빠져있다. 바로 ‘가설공사’다.

가설공사는 공사에 필요한 임시 설비와 기본 구조물을 설치하는 단계다. 공구 사용을 위한 전기를 인입(引入)하고, 식수·위생에 필요한 용수 설비를 설치하고, 또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시설을 구축하는 작업 등이다. 이러한 가설공사에는 ‘가설재’라는 자재가 필수로 쓰인다.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작업 발판이나 통로, 건축 구조물의 뼈대를 임시로 지탱하는 지지대, 공사 구간 위로 차량이나 보행자가 다닐 수 있도록 설치하는 복공판 등이 대표적인 가설재다. 즉, 가설재가 없다면 공사 진행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가설재는 건물 완성도 및 현장 근로자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찬밥 신세인 경우가 많은데, 공사가 끝나는 동시에 철거되는 운명 때문이다. 어차피 잠깐 쓰는 자재라는 인식 때문에 빨리빨리 지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값싼 수입 가설재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가 많다.

▲고강도 시스템 비계 현장 설치 사례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건설 현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2009년부터 고객과 함께 프리미엄 철강재를 적용한 가설재 시장 개척에 나섰다. 가설재가 그저 임시 자재가 아니라, 작업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안전 자재라는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 결과 ‘비계(飛階)’를 위한 프리미엄 강관 ‘UL700(Ultra Light 700)’ 개발에 성공했다. UL700의 소재로는 포스코 고강도강 PosH690이 적용됐다.

아 참, 비계가 뭐냐고? 리모델링이나 신축 공사 현장을 지나면서 작은 강관을 수직-수평으로 엮은 구조물이 건물을 감싸듯 설치된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비계는 작업자가 고층 건물을 공사할 때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치하는 일종의 발판이다. UL700으로 제작한 비계는 과거 주 소재였던 인장강도 400MPa 수준의 일반 강관을 인장강도 700MPa급의 포스코 프리미엄 스틸을 적용한 강관으로 교체한 제품이다.

처음에는 가격 중심의 강관 시장에서 고강도 프리미엄 제품의 확대가 녹록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사용 현장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이 쏟아졌고, 경량화를 통한 경제성과 안정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점차 수요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l 임시 기둥 ‘잭서포트’도 프리미엄급으로 만들어보자

안전성과 고강도 성능을 갖춘 UL700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비계뿐 아니라 다양한 가설재 분야에서 제품 문의가 빗발쳤다. 그러던 어느 날, 때는 2016년 2월. ‘대한가설산업㈜’의 정민영 대표가 포스코 송도R&D센터를 방문했다. 정 대표의 사연은 이러했다.

“저희 대한가설산업은 잭서포트(Jack Support)라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잭서포트는 건물 상부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데 사용하는 일종의 지지대인데요.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콘크리트가 굳으면서 강도가 올라가는데,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히 발현되려면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상층부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콘크리트가 굳는 동안 바닥 판 하부에 임시버팀목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 임시버팀목이 바로 잭서포트입니다.

▲건설 현장에 설치된 잭서포트 모습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1층 로비나 공용 공간처럼 층고가 높은 곳에는 5m 이상의 긴 잭서포트가 필요한데, 길이가 길어지면서 무게도 그만큼 무거워진다는 겁니다. 제작하고 공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100kg이 넘다 보니 설치가 너무 힘듭니다. 작업자들이 100kg가 넘는 자재를 들어 옮기고 세워서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저희는 ‘가벼우면서도 길이가 긴’ 잭서포트 개발이 필요합니다. 듣자 하니 UL700이란 비계용 강관이 있다던데, 그런 고강도 강재를 적용해보면 어떨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정 대표의 제안은 그럴 듯했지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주기엔 조심스러웠다. 내 머릿속에는 “아, 또 긴 거야….”라는 걱정이 앞섰다. 경험상 길이가 긴 자재에 고강도 강재를 적용하면 ‘좌굴(buckling)’이라는 특성 때문에 성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기 때문. 좌굴은 단면의 크기에 비해 길이가 긴 부재가 압축력을 받을 때, 하중이 일정 크기에 이르면 부재가 갑자기 휘어지는 현상이다. 짧은 부재에서는 고강도 강재가 훨씬 큰 하중에도 휨 없이 버티지만, 길이가 길어지면 좌굴 때문에 고강도 강재라도 일반 강재과 비슷한 하중에 휘어지고 만다.

“정 대표님~! 길이가 긴 부재는 좌굴 현상이 발생하는 탓에 고강도 강재를 적용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은 고강도 강재를 활용해 길이별로 제품을 설계하고, 시제품으로 성능 실험을 해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후 세부 방향을 협의해 보시지요.”

일단 나는 고객의 제안대로 사용 길이 3~4m의 일반형 잭서포트와 사용 길이 6~10m의 고층고형 잭서포트에 대한 대안 설계에 돌입했다. 일반강도의 SS400과 고강도 강재 PosH690로 총 4종의 잭서포트를 만들어 최대 하중을 확인해 볼 참이었다. 설계 내용을 대한가설산업으로 보내드렸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가설산업은 시제품을 제작했다. 두 달 후, 성능 평가를 위해 우리는 송도 연구소에 다시 모였다. 완성된 시제품 상태를 점검한 후 조심스럽게 가력 실험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일반형 잭서포트는 고강도 강재를 통해 효과적으로 중량을 절감하면서도 기존 제품과 유사한 성능을 보였지만, 고층고형 잭서포트는 고강도 제품과 일반 강도 제품 모두 요구 성능인 30톤에 미달하는 성능이 나왔다.

혹시나 하고 기대하던 정 대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쉽긴 우리도 마찬가지. 원하는 결과는 못 얻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끝낼 순 없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새로운 제안을 하나 했다.

“원하셨던 고층고형 잭서포트는 당장 개발이 어렵지만… 대신 일반형 잭서포트에 고강도 강재를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실험에서 보셨듯 일반형 잭서포트를 고강도 강재로 만들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경량화는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죠.” 우리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던 그는 “시장도 훨씬 크고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제품이니 해볼 만하겠네요. 한번 해 봅시다!”라며 화답했다. 이후, 여러 차례 상세 설계와 성능 실험을 진행한 끝에 우리는 최대 사용 길이 3.8m의 고강도 잭서포트를 시장에 내놓았다.

사실 꿩 대신 닭으로 출시한 제품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존 제품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가벼워진 중량이 인기 비결이었다. 가벼운 잭서포트에 대한 시장의 갈증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과 인력이 중요한 건설 현장에서 고강도 경량화 제품에 대한 수요는 점차 많아졌고,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고객사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졌다.

l 스틸과 알루미늄의 합동 작전! 하이브리드 잭서포트 등장

거의 3년이 흐른 2018년 11월, 대한가설산업의 정민영 대표가 연구소를 다시 방문하겠다고 연락해왔다. 고강도 잭서포트가 상용화된 이후로는 주로 실무자를 통해 기술 자료나 품질평가 등을 요청해온 터라 의아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다시 만난 정 대표의 사연은 이러했다.

“현재 국내 강건재 잭서포트 제품 중에선 저희 제품이 제일 가볍습니다. 시장도 꽤 커졌고요. 그런데 최근 알루미늄으로 잭서포트를 만드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제품이면 응당 비쌀 텐데 가격도 저희 제품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제품을 한 번 더 개선해볼까 합니다.”

대한가설산업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3.8m인 최대 사용 길이를 5.0m까지 확대하고 싶다는 것.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려면 반드시 지금보다 길이가 더 길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둘째는 길이 조절 폭을 늘리고 싶다는 것. 기존 제품의 경우, 조절 범위가 30cm밖에 안 되다 보니 현장에서 요구하는 길이별로 제품을 제작해야 하는데, 그 종류만도 10개가 넘는다고 했다. 조절범위를 70cm까지 늘여서 단일 제품으로도 더 많은 현장에서 맞춤으로 적용이 가능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앞서 3년 전 했던 고민의 연장선이었다. “고강도강으로 쉽지 않을 텐데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보죠”라는 말을 꺼내려는 순간, “UL700 강관에 알루미늄 내관을 삽입하여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형태로 제품을 설계해 봤습니다.” 라며 정 대표가 먼저 아이디어를 건넸다.

강재에 알루미늄을 결합한다니?! 처음에는 황당한 제안처럼 들렸다. ‘강재만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인데 굳이 알루미늄을 적용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샘플로 제작한 시제품을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정밀 가공이 가능한 알루미늄 내관을 연결하니 직진도(straightness)를 확보하기 용이했고, 고강도 강관이 적용된 덕에 주요 내력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 주요 하중을 버터야 하는 외관은 고강도 강관으로, 길이 조절용 내관은 알루미늄을 적용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다- 해볼 만한 아이디어였다.

우리는 고객사의 시제품을 바탕으로 최적화 설계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복잡한 알루미늄 단면 설계를 위한 계수를 찾아내고, 사용 길이별로 강관의 좌굴하중을 산정해 강관 두께와 알루미늄 단면의 형상을 개선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사용 높이 별로 4가지 종류의 시험체를 제작하고 압축하중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결과와 공동주택현장의 주요 요구 사용높이를 고려해 상용화 제품 라인업 구성도 완료! 길이 조절을 위한 알루미늄 내관의 길이는 내관의 좌굴강도 및 현장시공성을 따져 1m로 적용하고, 총 4개 사이즈의 제품을 제작했다. 1년간의 연구와 테스트를 거쳐, 마침내 우리는 2019년 7월 마침내 알루미늄 내관을 장착한 고강도 하이브리드 잭서포트를 시장에 출시했다. 2016년 대한가설산업과의 첫 만남 후 4년 만의 성과였다.

l 작업자에게는 안전을, 시공사에게는 경제성을

스틸과 알루미늄의 기막힌 동거! 경쟁소재들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잭서포트는 출시 1년 만에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이 시공하는 30개 이상의 공동주택 현장에 적용됐다.

▲UL700-Al Hybrid 잭서포트 양산제품 상세 및 설치 전경

정 대표는 “제품을 납품하면서 ‘가벼워서 좋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며 현장 목소리를 전해왔다. 제품 경량화, 그렇다. 정 대표가 맨 처음 우리를 찾은 이유다. 맨 처음 가설재에 고강도 철강재를 적용해 보자며 시작된 일이 초경량 고강도 잭서포트 개발로 이어졌고, 마침내 하이브리드 잭서포트 제작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하이브리드 잭서포트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5인치 제품과 비교해 보면, 강도는 동일하지만 무게는 50% 이상 가볍다. 기존 알루미늄 제품과 비교해도 80% 수준의 중량이다. UL700이 높은 강성과 강도를 지니기 때문에 알루미늄의 3분의 1 수준으로 외관 단면적을 줄일 수 있고 덕분에 획기적인 경량화가 이뤄졌다. 일반 잭서포트가 60kg이라면, 알루미늄 제품은 약 35kg, 우리 하이브리드 제품은 29kg에 불과하다. 작업자가 더욱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점 외에, 이 경량화가 실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가벼움으로 인해 빠르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주요하다. 29kg는 현장에서 작업자 한 명이 거뜬히 핸들링할 수 있는 무게. 거기다 기존 제품과 달리 볼트 결합 없이도 70cm까지 길이 조절이 가능해 빠르고 간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작업자가 단 35초만에 하이브리드 잭서포트를 현장에 설치하는 모습을 확인해보시라!

이렇게 간편하고 빠른 설치는 곧 인건비 절감과 공기 단축이라는 효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제품을 설치하고 해체하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인건비가 30% 이상 절감된 사례도 있다. 또 트럭에 실을 수 있는 개수도 많아지기 때문에 운송 비용도 30%가량 절감된다고 한다.

그런데 ‘가볍기만 하면 내구성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흔히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내관이 현장에서 파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니. 하지만 우리가 목표한 것은 무조건 가벼운 제품이 아니라 ‘가벼우면서도 강한 가설재’다. 하이브리드 잭서포트는 기존 제품과 달리 부품별로 분리가 가능하게 설계되어 파손의 위험이 적고, 혹 파손되더라도 해당 부품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보수 비용도 저렴하다. 외관은 포스코 UL700으로 만들어져 내구성이 더욱 탁월하다.


고강도 강재를 활용한 잭서포트를 개발하고 시장의 요구에 맞춰 개선해온 지 4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정체돼 보이는 시장이지만, 제품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가 연구실에 가만히 앉아 실험만 하며 제품 개발을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브리드 잭서포트는 포스코와 고객사가 회사와 현장을 오가며 제품의 약점을 뛰어넘을 아이디어를 끈질기게 고민한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덕분에 초창기에는 일반 강도의 제품과 경쟁하며 시장을 확대했지만, 이제는 알루미늄 제품에 맞서 시장을 수성하는 입장이 됐다. 올해 2분기에는 INNOVILT 인증 제품으로 선정됐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왔다.

가설재- 품질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저가 수입재에 대한 유혹도 큰 시장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더 정직한 제품과 기술로 시장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작업자들의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동시에 건축주에게도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 아닐까. 오늘도 우리 이노빌트 랩은 새로운 솔루션 개발을 위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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