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호국선열의 정신과 위업을 기리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다
용산 전쟁기념관에 도착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높게 솟은 전쟁기념관비 주위로 용맹한 참전용사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동상 뒤로는 6·25전쟁에 참여했던 국가들의 깃발이 중앙광장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전쟁기념관은 한없이 평화로웠다. 드넓은 광장 주변에는 푸른 나무와 분수가 위치해 있어 마음 한 켠이 숙연해지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니 계단 너머 전쟁기념관이 보였다. 이곳 전쟁기념관에 방문한 이유는 바로 6·25전쟁 멕시코 참전용사 특별전 ‘나는 한국에서 돌아왔다’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ㅣ6·25전쟁, 참전용사, 멕시코, 전쟁기념관, 전시회 그리고 포스코?
먼저 6·25전쟁과 멕시코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멕시코는 6·25전쟁 당시 음식, 의료품 등 물자를 보내는 재정지원국으로 공식 전투부대 참전국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10만 명 이상의 멕시코인들이 미군 소속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고 이러한 사실은 최근에서야 알려졌다.
포스코도 그 소식을 접하고 멕시코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멕시코 현지에 있는 참전용사 세 분과 가족들을 포함해 총 18명을 이번에 한국으로 초청했다. 더구나 올해는 한국과 멕시코가 수교한 지 60주년을 맞아 멕시코대사관과 전쟁기념관이 공동으로 6·25전쟁 멕시코 참전용사 특별전 ‘나는 한국에서 돌아왔다’ 전시회를 주최하였다. 이에 포스코 또한 뜻깊은 전시회를 위해 전액 후원하기로 했다.
사실 포스코가 세계 전역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후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부터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세계 각지를 돌며, 참전 헌정 메달을 직접 전달했고, 2019년부터는 포스코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감사패를 수여해오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16개국 3,700여 명의 참전용사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코로나 극복을 위한 마스크, 손 세정제 등을 기부하는 등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용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오고 있다.
ㅣ6·25전쟁 최초의 멕시칸 참전용사 ‘알베르토’, 내가 전쟁에서 배운 것 “절대 포기 하지 마라, 앞을 보고 위를 보고 뒤돌아보지 마라”
세 분의 멕시코 참전용사가 한국에 방문했다.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서울 수복 전투 등에 참전했던 ‘로베르토 시에라 바르보사’ 미 해병대 병장 , 한국전쟁에 최초로 참전한 멕시칸 참전용사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알마다’ 미 육군 일병 , 임진강 전투에 참전했던 ‘안토니오 로사노 부스토스’ 미 해병대 일병 )
인터뷰는 먼저 알베르토 씨와 6·25전쟁 멕시코 참전용사 전시회 개막전 전쟁기념 유엔실에서 진행되었다. 백발의 알베르토씨는 한동안 70여 년 전 기억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듯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1950년 7월 2일이었습니다. 전쟁을 경험해본 적도 없었고 한국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었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도착한 이곳이 대구라는 것. 공산주의 체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공산주의 체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당시 내 경험과 기억을 떠올려보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비참했습니다. 전쟁에서 일부 나의 동료들은 전사했고 그들의 가치 있는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여기에 나와 여러분들이 함께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이제 70년이 지난 대한민국은 경이롭게 변화해 매우 자랑스럽고 영광스럽습니다. 6·25전쟁 참전을 통해서 내가 배운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절대 포기 하지 마라, 앞을 보고 위를 보고 뒤돌아보지 마라 (never do give up, keep forward, look forward upward, never look back)’”
알베르토 씨는 고령으로 비록 거동이 불편하셨지만, 92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에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세계 지도에서 어디에 있는지조차 들어보지도 못한 땅 대한민국으로 파병, 전쟁의 두려움, 그리고 전우를 잃은 비통함까지 인터뷰를 통해 잠시나마 알베르토씨의 감정에 이입해본다.
ㅣ멕시코 참전용사 특별전 ‘나는 한국에서 돌아왔다’ 개막식, 멕시코인들의 작은 축제
6·25전쟁 멕시코 참전용사 특별전 ‘나는 한국에서 돌아왔다’ 전시회 개막식 행사 장소에 도착했다. 전시회장은 참전용사 알베르토 씨와 인터뷰가 진행되었던 전쟁기념관 3층 유엔실 앞에 위치하고 있다. 전시회장 앞 로비에서 개막식 행사가 시작됐다.
참전용사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알마다’, ‘안토니오 로사노 부스토스’, 참전용사 가족, 멕시코대사, 군인 등 수많은 멕시코인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마치 멕시코인들의 작은 축제를 보는 듯 했다. 그들의 표정에서도 멕시칸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상철 전쟁기념관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 멕시코 대사,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여승보 외교부차관보, 정탁 포스코 사장 등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어 6·25전쟁 당시의 생생한 모습이 기록된 8mm 필름을 기증하는 유물기증서 전달식이 진행됐다. 참전용사 ‘로베르토 시에라 바르보사’ 씨는 방한을 앞둔 지난달 24일 6·25전쟁 당시 지녔던 단도를 멕시코에서 기증했으며, 현재 한국으로 이송 중이라고 한다. 72년간 간직했던 단도를 기증하며, 그는 “육탄전 훈련 후 건네받은 이 칼엔 내 ‘양심’이 담겨있어 쉽게 버리지 못하고 72년간 간직했다”며 “이제 한국에 기증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고 했다.
ㅣ참전용사 전시장을 둘러보며 70년 전으로 시계 태엽을 감다
개막식 행사가 끝나고 참전용사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봤다.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유품과 상흔들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회는 한국전 참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멕시코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프롤로그>에서는 젊음과 목숨을 바쳐 멕시코인들이 6·25전쟁에 참여했지만 이들의 활약은 오랜 기간 동안 잊혀져 왔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에서라도 이들의 존재가 세상 밖으로 알려지고 이 뜻깊은 일에 포스코가 후원에 나섰다는 것이 마음 한편으로 안도감과 함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들: Memories>에서는 6·25전쟁에 참여했던 멕시코 참전용사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미성년자였음에도 부모님의 반대에도 전쟁에 참여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알마다’, ‘총알받이’라 불리우는 낙동강 방어전투, 인천상륙작전과 서울탈환전투 등에 목숨걸고 참여한 ‘호세 비야레알’, 전쟁 참전 후 정신적 상처로 오랜 불면증에 시달렸던 ‘안토니오 로사노 부스토스’ 등의 전쟁영웅 사연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에 방한한 참전용사 안토니오씨를 소개하는 코너에서는 많은 멕시코인들이 기념 사진을 찍으며 안토니오 씨의 헌신과 희생을 되새겼다.
참전용사들은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아 6·25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군번줄, 참전용사가 직접 그린 기록화, 부상 소식이 담긴 전보 등을 살펴보며 감회에 젖은 듯 했다. 그리고 당시 함께했던 전우들의 생생한 전쟁 참여 배경과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며 회상에 잠긴 듯 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대한민국이 전쟁기념관과 같은 역사적 인프라까지 갖춘 나라로 발전된 것을 보면서 참전용사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ㅣ포스코센터 오찬! 참전용사 ‘로사노’ “비바 꼬레아(Viva Corea)! 비바 메히꼬 (Viva Mexico)” 이은 주한 멕시코 대사 4번의 건배사
멕시코 참전용사 방한단은 전시회 개막식을 참석한 후 포스코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포스코에서는 참전용사 방한단을 위한 특별한 오찬을 준비했다.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은 정탁 포스코 사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인사를 나누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찬을 했다.
정탁 사장은 환영사에서 “포스코는 한국전쟁에서 여러분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기업입니다. 여러분께서 젊음을 바쳐 지켜주신 자유와 평화가 있었기에 세계 최고의 글로벌 철강 회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참전용사님들과 가족 분들께 거듭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앞에는 ‘GUERRA DE COREA VETERANO(한국전쟁 참전용사)’ 뒤에는 ‘감사합니다’라는 글귀가 쓰여진 멕시코 6·25전쟁 참전용사 협회 모자를 깊게 눌러쓴 로사노씨는 “오늘 초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 있게 되어서 대단히 행복하고 꿈만 같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그 동안 이룬 것에 대해서 큰 축하를 하고 싶습니다. 그 고통받고 힘든 시기를 모두 지나서 이렇게 업적을 이것에 대해서 믿을 수가 없고 7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우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게 된 것을 축하 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여기에 살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에 초대해주신 포스코에게 감사드립니다. 비바 꼬레아(Viva Corea)! 비바 메히꼬(Viva México)!”라고 외쳤다.
부르노 주한 멕시코 대사는 “오찬 행사장소에 들어왔을 때 멋진 장소와 풍경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한국의 현대화된 상태와 미래를 나타내는 장소라고 생각 합니다”라고 했다. 포스코를 방문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떠올린 듯 했다. 이어서 그는 5년 동안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이 자리가 가장 어려운 건배사 자리라며, 참전용사, 참전용사 가족, 포스코, 양국 관계를 위한 4번의 건배사를 했다.
포스코멕시코의 멕시코 사회공헌활동 영상을 시청하며 오찬을 진행한 이후 마지막으로 멕시코 참전용사들께 감사 기념패 전달식이 있었다. 감사 기념패를 받은 후 한참 앞뒤로 유심히 살펴보던 참전용사들은 “포스코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기념패라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정탁 사장의 이야기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ㅣ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보고 뿌듯한 마음을 담아 멕시코로 돌아가시길…
참전용사 방한단은 29일 대전으로 이동해 육군본부를 방문했으며, 30일에는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인 포항제철소를 둘러봤다.
7월 1일에는 부산의 유엔참전용사 기념비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을 방문했으며, 마지막 일정으로 7월 3일에는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을 들렸다 멕시코로 돌아갔다. 참전용사들이 소중한 젊음을 바쳐 지켜준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보고 평화롭고 뿌듯한 마음을 담아 멕시코로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바 꼬레아!, 비바 메히꼬!” 그리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