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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마시며

막걸리를 마시며

2020/12/16

며칠 전 오후, 갑작스럽게 사무실에 막걸리 병이 등장했다. 사무실에 웬 막걸리냐며 직원들이 모두 어리둥절하던 찰나, 막걸리 병이 두르고 있는 레이블 글귀를 보니 궁금증이 단박에 해소됐다.

“철든 쌀이 맛도 좋다! 포스코의 친환경 규산질 비료를 활용한 쌀로 만든 막걸리.
포스코와 사회적 기업인 광양주조공사와 함께 만든 프리미엄 막걸리”

▲ 포스코와 사회적 기업인 광양주조공사와 함께 만든 광양生막걸리 골드 프리미엄

코로나 팬데믹으로 동료들과 함께 잔을 기울일 수는 없는 상황, 아쉽지만 두 병을 싸 들고 퇴근해 ‘집술’을 시작했다. 격하게 흔들어 음미한 첫 느낌은 강하고 싱싱한 편. 서울에서 많이들 마시는 특유의 탄산 맛이 배제되어선 지 감기는 맛은 다소 떨어지는 듯 하나, 입안 이곳저곳을 에두르지 않고 감각에 직진하는 술맛이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갈하며, 클래식한 느낌. (맛에 대한 취향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막걸리 맛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하고..)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되는 사이 막걸리 거품 방울은 유리잔 벽을 타고 뽀글거리고 의식 또한 뿌옇게 하늘거리는데, 문득 이 뽀얀 액체가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원래의 낱알 원형이 겪었을 서사가 떠올랐다.

막걸리는 쌀로 빚는데, 대개 그 쌀이 어디에서 생산된 것인지를 알기는 어렵다. 기껏해야 국산이냐 수입산이냐의 구분이 있는 정도. 근데 이 막걸리는 전남 광양 진월면 특정 논에서 수확한 쌀로 만들어졌다. 원재료 쌀의 고향이 정확히 특정된 막걸리를 보는 것 자체가 진귀한 경험.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냐 묻는다면, 지난해 우리 포스코 광양제철소 임직원들이 직접 그 논에 비료를 뿌려 땅심을 한껏 북돋아 놓았고 이 막걸리가 바로 그 땅에서 열린 쌀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또 하나의 물음표가 생길 것이다. 포스코 직원이 왜 비료를 뿌렸을까. 그냥 비료가 아니라, 규산질 비료라는 점을 짚어야겠다. 규산질 비료는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고 분리한 부산물(슬래그)을 급냉, 입상화하여 만든 것이다. 벼의 광합성 작용을 촉진시키고 줄기를 튼튼하게 하며 토양 개량을 도와 밥맛과 쌀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협화, 제철세라믹, 효석 등 8개사가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슬래그를 공급받아 규산질 비료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생산량의 80% 이상은 농협을 통해 농민들한테 무상 공급된다. 산업의 쌀을 만드는 용광로와 우리 식탁 위의 쌀을 키우는 농민들 사이에 연대가 생긴다.

용광로가 낳은 이 비료가 주는 의미가 하나 더 있다. 규산질 비료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그린 카본(Green Carbon) 비료로도 역할을 하고  있단다. 논에서는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에 따라 1헥타르 당 하루에 메탄(CH4) 2.32kg이 방출되는데, 규산질 비료를 뿌려놓은 논에서는 슬래그에 미량 함유된 철이온 등이 전자수용체로 작용해 메탄 생성균의 활성을 저하시킨다. 결과적으로 일반 비료를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메탄 발생량을 15~20% 감소시킨다고 한다. 규산이 풍부한 이 착한 비료는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니, 작은 일이지만 의미가 있다.

정리해 보자면, 산업의 쌀을 만드는 용광로에서 나온 부산물이 규산질 비료의 재료가 되고, 그 비료는 토지의 힘을 키워 벼의 생육과 쌀의 품질을 돕고, 그렇게 수확한 쌀은 맛 좋은 밥이 되거나 시원하게 목을 적셔주는 막걸리가 되고, 그리고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과정에서 생태계는 친환경적으로 순환한다! 막걸리 한 병 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이야. 감히 ‘용광로의 마법’이라 부르고 싶다.

요즘 유행이 ‘부캐’라고 하던데, 오늘은 ‘산업의 쌀’을 만드는 본업 외에 ‘진짜 쌀’을 더 맛나게 하고 생태계의 친환경적 순환을 만드는 용광로의 부캐를 발견했다. 끝으로 서사가 가득한 막걸리를 마실 수 있게 해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주1) 위에서 언급한 광양 生막걸리는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기획 상품이다. 포스코는 올 12월, 광양 진월면에서 재배한 쌀을 수매해 지역 양조 전문업체 광양주조공사와 함께 막걸리 1만 3,000병을 빚었고, 관련 농가와 지역민, 지역기관과 함께 나눴다.
주2)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를 통해 올해 기준 약 28만 톤의 용광로 슬래그를 규산질 비료 재료로 제공했다.
주3) 규산질 비료를 활용해 재배한 쌀에 관하여 전문기관의 분석결과가 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규산질 비료로 재배한 쌀, ‘맛·품질’ 모두 잡았다

l 경상대학교 김필주 교수팀과 경남농업기술원 공동 분석
l 규산질 비료 미시비(未施肥) 쌀 대비 밥맛 10.8% 좋았고 수확량 7.4% 늘어

포스코 철강 부산물로 만든 규산질 비료로 재배한 쌀이 수확량은 물론 맛도 품질도 우수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김필주 교수팀과 경남농업기술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뿌려 재배한 벼가 그렇지 않은 벼 대비 생산성과 밥맛, 쌀 품질 특성 등 쌀에 대한 모든 평가 지표에서 월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분석시험은 사천, 순천, 대전 3개 재배지역에서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한 상황에서 규산질비료 처리와 미처리로 구분해 진행했다.

‘규산질 슬래그 비료’는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고 분리한 슬래그를 급냉, 분쇄 후 입상화하여 만든 것으로 벼의 광합성을 촉진시키고 줄기를 튼튼하게 하는 가용성규산 약 25~30%, 토양개량을 돕는 알칼리분 약 40~48%로 구성되어 토양의 지력 증진으로 밥맛과 쌀 품질을 향상시킨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시비(施肥)한 지역의 쌀은 미시비 지역 대비 밥맛이 10.8%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밥맛을 떨어뜨리는 단백질과 아밀로스의 함량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단백질과 아밀로스 함유율이 낮을수록 쌀밥은 부드럽고 끈기가 강하고 맛 평가가 높아진다. 또한 벼의 생산성 지표인 이삭수와 등숙률(벼 이삭이 잘 익은 정도)이 모두 우수해 쌀 수확량도 7.4% 개선됐는데, 이는 논 1마지기(200평) 당 24kg 증산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양곡관리법에서 정한 우수등급의 쌀 조건은 낟알이 투명하고 윤기가 있으며 완전립의 비율이 높아야 하는데, 피해립(싸라기와 분상질 등)의 비율은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완전립의 비율이 높아져 상품 가치도 한층 높아졌다.

▲ 규산질비료 재배 쌀의 품질 및 효과 분석결과 (출처: 경상대, 경남농업기술원(’20.12))

이에 더해 규산질 비료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그린 카본(Green Carbon) 비료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논에서는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에 따라 1헥타르 당 하루에 메탄(CH4) 2.32kg(기본배출계수)이 방출되는데, 규산질 비료를 시비한 논에서는 슬래그에 미량 함유된 철이온 등이 전자수용체로 작용해 메탄생성균의 활성을 저하시켜 메탄 발생이 15~20%가량 감소하기 때문이다. 메탄(CH4)의 지구온난화지수는 이산화탄소(CO2)의 21배에 달한다. 규산질 비료는 우리나라 농축산 분야에서 축산 장내발효, 분뇨처리보다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벼 재배 논의 메탄을 저감시켜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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