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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보가 만들어낸 신개념 건축, 어반하이브

INNOVILT FANTASIA 5

똑똑한 보가 만들어낸 신개념 건축, 어반하이브

2020/08/14

동그란 구멍이 여러 개 뚫린 모습으로 유명한 어반하이브는 올해로 14년 차에 들어선 오피스 건물이다. 2004년부터 설계에 착수해 2008년 9월 준공된, 대지면적 약 1000m2, 건축면적 585m2의 지상 17층 빌딩이다.

홍대와 가로수길이 언제 뜨고 졌는지도 모르게 이젠 성수동과 을지로를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참으로 빠르게 변하는 버거운 속도의 도시 서울에서도 어반하이브가 자리한 장소에 대해 안 짚고 넘어갈 순 없다. 사실 9호선 신논현역이 생기기 전까지 어반하이브가 있는 논현동 블록은 그다지 눈에 띄는 곳이 아니었다. 건물이 준공된 2008년에는 강남역이라고 하면 6번, 7번(현 10번, 11번) 출구가 거의 전부였고 논현동 쪽으로 걸어간다고 해도 ‘지오다노’, ‘씨티극장’ 즈음에서 분위기가 수그러들었다. 신논현역 블록에 이르면 고급 호텔이 몇 채 있다. 식당과 술집이 들어선 저층 근생건물과 주택이 혼재된 어반하이브편 블록은 대중적인 핫플레이스라기보단 도시의 밤을 즐기기에 좋은 작은 스케일의 장소였다. 중장년층과 인근 상인들은 여기를 ‘동경카바레’ 자리로 기억한다. 꽤 오랫동안 제일생명사거리로 부르기도 했다.

건축가 김인철은 설계의 시작을 이 ‘강남이라는 도시의 흥청대는 분위기’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회의 온갖 욕망에 점령된’ 번잡함과 혼란스러움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유(浮游)는 도시의 분위기를 붙잡기 위한 몸짓’을 취하기 위해 형태를 단순한 입방체로 정했다. 의도된 간결함은 그러나 박스 형태 그대로 끝이 아니다. 안과 밖을 뒤집는 독특한 개념과 구조를 만나 빛을 발하게 됐다.

밖으로 드러난 정직한 구조

지름 1m 크기의 원형 구멍이 3,300개가량 뚫려있는 콘크리트 외벽은 건물의 구조를 담당하는 일종의 내력벽이다. 철근콘크리트 기둥이 안으로 숨고 겉을 유리와 금속으로 덮는 일반적인 고층 빌딩과 사뭇 다르다. 건축가 장윤규는 이에 대해 “도시의 중고층(10~20층) 건물이 보통 커튼월 빌딩이라는 트렌드에 충실하기 마련인데 어반하이브는 놀랍다. 건축의 외피를 구조화할 수 있고, 그것이 전체 입면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호평했다. 그러니까 어반하이브의 콘크리트 벽은 예쁘게 보이거나, 무언가를 숨기거나, 가리거나 막으려고 세운 것이 아니다.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세운,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이다.

17층 높이의 노출콘크리트 건물을 만든다는 것

이 정도 크기, 높이의 건물을 전체 콘크리트로 만든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모양과 재료에서 가벼움, 개방감을 획득하려는 현대건축의 유행에서 갑갑하고 무거운 콘크리트는 저만치 벗어나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구조적 이슈가 있다. 높이 올라가면 철근콘크리트 자체의 무게가 너무 늘어나 하중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것. 또한 어반하이브처럼 요철이나 별다른 장식도 없이 넓고 큰 면을 노출콘크리트로 매끈하게 처리하는 것은 시공상 힘들어 꺼린다. 마감이 거칠거나 정확하지 못해 눈에 거슬리는 것에 대한 우려다.

구조설계에 참여한 이창남 센엔지니어링그룹 대표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초반에 △프리캐스트(precast) 콘크리트를 공장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법, △현장콘크리트를 하되 구멍 부분을 영구거푸집으로 하는 법, △구멍 형태를 마름모꼴 등 다른 형태로 하는 법 등 수많은 토의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콘크리트의 약점인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는 “건축가가 원하는 벽 두께는 40cm로 정해져 있었다. 이보다 얇아져 구멍 깊이가 줄어들면 빈약한 느낌을 주고, 이보다 두껍거나 별도의 마감재를 씌우는 것도 반대였다”고 밝혔다.

40cm의 두께 노출콘크리트가 17층 건물의 하중을 전담하는 내력벽으로 괜찮을까. 내부 공간의 폭은 17.35m다. 중간에 기둥 하나를 추가하기 딱 좋은 수치다. 그러나 건축가도, 구조설계팀도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처음의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내부의 사용성과 개방감을 확보하기 위해 기둥 없이 내력벽으로 끝내기 위해 TSC합성보를 택한 것.

[Architect’s Pick : 이노빌트 TSC합성보]

TSC합성보는 철근콘크리트가 강재를 둘러싸는 일반적인 방식과 약간 다르게 강재가 밖에 있고 안에 콘크리트가 있는 합성보다. 강판으로 만든 거푸집 내부에 콘크리트를 채워 넣은 것으로, 이 콘크리트 내부에 철근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나 어반하이브 현장을 비롯한 많은 현장에 무근으로 시공했다. 냉간 성형한 강판으로 된 웨브와 상하부 플레이트, 그리고 안쪽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구성이다.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는 거푸집, 철근, 콘크리트로 이뤄지는데 이 중에 거푸집은 건물에 남아있질 않다. 오로지 시공을 위해 필요한 가설재임에도 불구하고 공사에서 큰 비용을 차지하고 공사 기간을 길어지게 만든다. 거푸집 조립 기능인도 점점 줄어들고 인건비가 비싸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강판과 콘크리트를 합쳐버린 TSC합성보는 거푸집과 철근에서 해방된 신개념 재료다. 철근콘크리트 보에 비해 부피가 작으면서도 휨과 처짐이 덜하다. 인장 방향으로 강판 하부플레이트가 받쳐주기 때문에 균열이 방지된다. 철골 물량은 최소화하고 장스팬 시공이 가능한 것이다. 공사 기간은 철골조와 비슷하거나 짧고 비용도 더 적게 든다. 어반하이브같은 도심 건물에 적합한 또 하나의 특징은 자재의 중량이 가볍다는 것이다. 타워크레인 용량이 작아지는 것도 덤이다.

현대건축과 건축가는 기둥 없는 실내 공간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내부 공간에 기둥이 적은 것,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한 합성보의 차별점이 무어 그리 대단한지 의아하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금과 다른 모든 것이 똑같고, 그러니까 치즈케이크처럼 구멍이 뚫린 콘크리트외벽과 층별 구성이 똑같은데 기둥이 실내의 중앙부에 하나 더 있는 건물이 있다면? 모든 건축적 개념이 힘을 잃는다. 구조를 위한 기둥이 하나 있을 때 외벽은 다시 장식이 된다. 건축가의 생각이었던 몸체이자 외피인 외벽이 아니다. 작지만 완전한 차이다.

‘땡땡이 건물’ 어반하이브는 그간 외관으로 화제가 됐지만, 오히려 건축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내부에 있다. TSC합성보를 이용해 스팬 17.35m를 기둥 없이, 보 높이는 60cm로 해결했다. 일반 철골합성보에 비해 30%가량 저렴한 공사비로 말이다. 어반하이브의 외벽과 사무실 유리벽 사이는 외기와 접하는 공간이다. 원형 구멍도 허리 밑에 대진 아크릴 판을 제외하고는 숭숭 뚫려있다. 건축가는 한국에서 흔한 복도식 아파트처럼 긴 복도를 두어, 외기가 통하는 공간을 층마다 제공하려 했다. 웅장한 로비가 없이 1, 2층 전체를 드나들기 쉬운 카페로 운영하는 데서도 대중에게 열린 제스처를 읽을 수 있는 편안하고 친절한 건물이다. 참고로 카페에서는 천장에 별도의 마감재를 덮지 않아 내화뿜칠이 된 TSC합성보를 그대로 볼 수도 있다. <글=김나래 사진=송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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