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공식 명칭은 세계경제포럼(이하 WEF, World Economic Forum)으로, 매년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세계 경제에 대해 논의하는 권위 높은 국제 민간 회의죠. WEF에서는 2018년부터 전 세계 공장들을 대상으로 제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등대공장’을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는데요.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맞습니다. 포스코가 올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밝히는 ‘등대공장’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포스코 뉴스룸이 대한민국 유일 등대공장, 포스코의 스마트제철소를 소개합니다.
l 등대공장 포스코, 제조업의 길을 비춰드립니다
‘등대공장’이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활용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공장을 말합니다. 마치 등대가 어두운 밤하늘에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말이죠.
포스코는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5년간 꾸준히 스마트제철소 구축에 힘써왔습니다. 등대공장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포스코가 미래형 스마트제철소로 거듭났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죠. WEF의 등대공장 심사 절차는 신청서 제출부터 WEF 컨설턴트의 현장 실사, 서류 심사까지 길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칩니다. 포스코의 경우 대략 1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포스코는 특히 대학, 중소기업, 스타트업들과의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형성하고 철강산업 고유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실제로 WEF 컨설턴트는 현장 실사에서 복잡하고 거대한 용광로를 작업자의 노하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포스코를 포함해 전 세계에는 26곳의 등대공장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멘스, BMW, 존슨앤존슨, 하이얼 등이 있죠. 등대공장으로 선정되면 WEF에서 관리하는 ‘등대공장 협력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요. 등대공장들은 세계의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간 경험을 공유하면서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도 등대공장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앞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다른 등대공장들과 함께 발전시켜 나가고, 철강에 특화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도 앞장설 예정입니다.
l 이토록 복잡한 제철공정, 그래서 포스코는 더 똑똑해지기로 했다
중후장대, 굴뚝공장. 제철소를 연상할 때 이런 단어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쇳물을 만들어 틀에 넣고 굳혀서 굽고, 누르고 자르기만 하는 단순한 공정이 아니냐고요? 크게 보면 맞는 말이지만 제품 종류, 고객사의 요구 등 공정 하나하나마다의 복잡성은 언제나 풀기 어려운 난제였습니다. 그 복잡성을 극복하고 24시간 유연하게 제철소가 가동될 수 있는 건, 포스코의 51년 노하우 그리고 그 노하우가 몸에 밴 현장 기술자들 덕분이죠.
하지만 노하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사람이니까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다른데, 만 명이 넘는 작업자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작업자들마다의 편차도 발생하고, 만들어진 제품의 품질도 다르게 됩니다. 너무나 복잡한 제철 공정 속, 조금씩 발생하는 ‘고질적 문제들’. 포스코는 이 문제들을 잡아야 했습니다. 공정별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한 번 볼까요?
생산계획 : 포스코의 수주공정그룹은 제철소의 ‘뇌’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판매담당자들의 주문을 받아 이 제품이 언제, 어떻게 제조될 수 있는지를 계산합니다.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할지,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할지도 검토하고요. 특별 요구 사항이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도 봐야 하죠. 성분이 특이한 주문이라 다른 주문들과 함께 제조되기 어려운 건 아닌지도 따집니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수도 없이 많죠. 표준 절차만 10개 이상인데, 이 모든 단계가 통과되어야만 비로소 제철소에 ‘출강지시’를 할 수 있습니다.
제선 : 뉴스룸의 용광로 해부학을 보신 분이라면 ‘노황관리’라는 말이 기억나실 텐데요. 속을 알 수 없는 용광로 내부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거죠. 제선부는 24시간 용광로의 불을 끄지 않으면서 내부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연료와 원료를 더 정확하게 투입하고, 부생가스 발생량을 예측하는 등 미션이 많습니다.
제강, 연주 : 제강부는 용광로가 만들어낸 쇳물(용선)의 불순물을 전로로 제거하고 성분을 조정한 후 ‘강’으로 만들어, 틀에 붓고 슬라브, 빌렛, 블룸 같은 반제품을 만들죠. 용선마다 생산계획에 따른 목표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최적의 합금철을 배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약 4단계의 취련(용선에 고압의 산소를 불어 넣어 불순문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치죠. 제강 정련을 마친 쇳물(용강)을 틀에 연속적으로 붓고 냉각시킨 후 절단까지 하는데요. 때문에 정확한 온도와 성분 조절, 버려지는 것 없이 가장 경제적인 절단 계산도 중요합니다.
압연 : 이제 담금질을 해야겠죠. 왕좌의 게임 같은 TV 드라마를 보시면, 대장장이들이 철을 더 단단히 하기 위해 계속 두드리는 걸 보셨을 겁니다. 제철소에서는 ‘압연’ 공정을 통해 담금질의 효과를 만들어내는데요. 회전하는 롤(Roll) 사이로 소재를 통과시키면서 힘을 줘, 두께와 폭을 고객 요구 조건에 맞추고 강재의 성질을 조정합니다. 고객이 요구한 강도, 인성, 크기를 모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소재마다 다른 조건의 정밀 제어를 해야 하죠. 빵을 10개 구우면서, 빵마다 크기, 바삭함, 짭짤함 모두를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도금 : 자동차강판이나 가전강판들은 철판 위에 아연을 코팅해 내식성과 가공성 등을 확보합니다. 당연히 도금을 얼마나 정확히 코팅하는지가 기술의 관건이죠.
아무리 완벽을 기해도, 이토록 복잡한 제철공정 속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조건과 정보가 범람합니다. 때문에 작업자마다 편차가 발생하고,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포스코는 이 많은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서 ‘스마트팩토리’를 택했습니다. 사실 스마트팩토리를 하기 위해선 공장들의 디지털화가 먼저 진행되어야 하는데요. 포스코는 이미 2000년대에 PI 프로젝트(Process Innovation Project)를 통해서 디지털화된 공장 구축을 완료하였습니다.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추진력이 남다른 이유는 이러한 기초 체력에 있다고 할 수 있죠. 디지털팩토리를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그 중심에는 포스코의 고유의 철강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이 있습니다.
l 스마트제철소의 기반 엔진은 ‘포스프레임(PosFrame)’
포스코 스마트제철소의 기원을 찾아봤습니다. 국내외로 스마트 인더스트리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전인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포스코는 광양 후판공장에 빅데이터를 포함한 신기술을 도입해 시범적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고유의 스마트 플랫폼인 ‘포스프레임(PosFrame)’의 초석이 만들어졌죠.
포스프레임을 이용하면, 포스코의 51년 축적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통합 저장, 관리,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됩니다. 이것이 기존의 ‘디지털화’와는 어떻게 다를까요?
포스프레임은 세계 최초의 연속 제조 공정용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입니다. 포스프레임을 ‘플랫폼’이라 하는 이유는 마치 기차역에서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처럼 여러 종류의 기차들이 오고 가듯이 여러 공장에서 발생되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데이터들을 유기적으로 수집하여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연속 공정이 생명인 제철소에 특화된 플랫폼이죠. 강철을 만드는 과정을 A부터 Z라고 가정했을 때, Z에서 발생한 불량의 원인을 A까지 추적해 잡아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포스프레임은 정보를 데이터화하여 저장하는 ‘디지털화’에서 더 나아가, 이를 분석해 자동화 모델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자동화 모델, 그런 건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요? 포스프레임의 ‘워크벤치(Workbench)’라는 기능이 그런 고민을 해결해줬죠. 워크벤치는 프로그래밍을 모르는 현장 엔지니어들도 포스프레임에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구성된 워크벤치를 통해 현장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노하우와 데이터를 결합시켜, 공정 곳곳에 적용할 수 있는 자동화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포스프레임이 모으고 정형화한 데이터 덕분에, 본인 담당의 공정뿐만 아니라 전후 공정의 정보도 분석할 수 있어 기존에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에도 접근하기 쉬워졌습니다.
포스프레임의 우수한 접근성은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실현을 앞당겼습니다. 포스프레임을 통해 포스코 전 직원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전문가처럼 일할 수 있죠. 포스코는 이를 위해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직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한 단계씩 발전시켜 나가면서, 데이터 기반의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등대공장 포스코의 스마트제철소, 그 배경과 핵심 엔진을 소개해드렸는데요. 그럼, 진짜 스마트팩토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드릴 차례죠. <[등대공장 특집] ② 스마트제철소, 무엇을 바꿨나? 제대로 밝혀보자 (사례 편)>에서 스마트제철소로 탈바꿈 중인 포스코의 모습을 공정 별로 하나하나 만나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