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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조혈모세포 기증으로 한 생명을 살리다

[동행] 조혈모세포 기증으로 한 생명을 살리다

2023/12/18

우리는 함께 세상을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순간,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안고…
지난여름, 희박한 확률을 뚫고 조혈모세포를 기증해 한 생명을 살린 유선영 님의 따뜻한 감동 스토리를 만나보자.

 

매미가 허물을 벗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는 어느 더운 날,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조혈모세포은행협회입니다. 유선영 님이신가요?”

 

4~5년 전쯤 사내 헌혈버스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서를 작성했는데, 제 유전자와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나 전화가 온 것입니다. 조혈모세포는 환자와 타인의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이 2만 분의 1로 매우 희박해, 10년 동안 적합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저는 기쁜 마음에 서둘러 “네,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요.

담당 코디네이터는 “환자가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려면 기존의 세포를 없애는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때 기증을 철회하면 환자는 무면역 상태가 돼 그대로 사망할 수밖에 없다”며 신중하게 결정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왕왕 있다는 말에, 더욱 내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기증에 대한 확고한 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먼저 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했습니다. 이후 올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증 절차를 시작했죠. 먼저 정밀건강검진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후 문제가 없으면 3일 간 내원해 세포촉진주사를 맞는데요. 촉진주사를 다 맞고 나면 기증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교대근무를 하는 저는 환자의 스케줄에 맞춰 기증 일정을 잡기 어려웠던 거죠.

교대근무표를 살펴보며 일정에 맞춰 개인 휴가 계획을 세우던 중 공장장님과 면담할 기회가 생겨 이런 상황을 말씀드렸는데요. 공장장님께서는 정말 귀한 일이라며 회사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 주셨고, 건강검진 기간을 비롯해 입원 기간, 퇴원 후 회복까지 특별휴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이 선행을 베푸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에 애사심이 절로 샘솟았습니다.

회사의 배려로 기증과 회복을 무사히 잘 마쳤고, 지금은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혈모세포를 기증받는 환자에 대한 정보는 현행법상 기증자인 저도 알 수가 없지만, 분명히 잘 회복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올해는 누군가를 살리는 귀중한 경험을 해서인지 어느 때보다 보람차고 따뜻한 연말이 될 것 같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부작용이 거의 없고, 기증 방식도 헌혈과 비슷합니다. 한 팔에서 피를 뽑아 조혈모세포만을 추출한 뒤 다른 한 팔로 다시 피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쉬운 편이죠.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증 등록이 가능하고, 우리 회사에는 1년에 2번 헌혈차가 직접 방문하기에 더욱 편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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