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가다 바다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바람개비들을 만날 때가 있다. 바다에 세우는 풍력발전, 해상풍력발전 단지다. 1991년 덴마크에 세계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발전 단지가 건설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이제 해상풍력발전은 그린에너지의 큰 축이 됐다. 수면 위 높이만 50~190m에 달하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거친 바다 한가운데 단단하게 세우는 것이 이 에너지의 핵심 기술이라는데, 여기에도 역시 포스코의 스틸 솔루션이 빠지지 않는다.
l 바다 한 가운데서 얻는 자연의 에너지, 해상풍력발전
해상풍력은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부는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변환해 전기를 얻는 발전 방식이다. 초대형 풍력발전기의 경우, 블레이드(날개)가 한 바퀴 회전하는 것으로 일반 가정에서 29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해낸다. 특히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에 비해 입지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 높은 효율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 우리나라도 전남 신안 앞바다에 2028년까지 11조 원을 투입하는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 중이다.
풍력발전기는 크게 보면 지지대 역할인 ‘타워’와 바람을 맞고 회전하는 ‘블레이드’,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에너지를 생성해내는 ‘발전기’와 타워를 해저에 단단히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하부구조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타워와 하부구조물은 바다 한가운데서 바람을 맞는 가혹한 환경과 저온 충격에도 20년 이상 변형 없이 버틸 수 있는 소재로 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구조물용 ‘저온인성보증강’ 등 스틸은 풍력발전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 최근 발전기가 대형화되면서부터 타워와 하부구조물에 ‘대단중(大單重)강’*도 많이 쓰이고 있다. 해상풍력기 1기당 약 1,500톤에서 2,300톤(8~9MW급 기준)의 강재가 쓰이며, 2020년 기준 세계적으로 연간 100만 톤이 넘는 해상풍력발전용 철강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라고.
포스코는 풍력발전기에 특화된 고급 강종의 생산능력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시장 수요에 대비해왔다. 현재 육상, 해상을 통틀어 전 세계 풍력발전기 10대 중 1대는 포스코 스틸로 만들어진다.
l 포스코 스틸이 지탱하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Hornsea
이 시각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 중인 해상풍력발전 단지는 영국의 Hornsea 프로젝트다. 요크셔 해안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북해에 건설하는 Hornsea 프로젝트는 총 3차에 걸쳐 진행 중인데, 1차는 407 km2의 면적에 174개의 발전기를, 2차는 462km2의 면적에 165개의 발전기를 세운다. 1, 2차 발전단지를 모두 합치면 면적은 서울의 약 1.4배인 869km2, 발전 용량은 2.6GW다. (3차는 2.4GW 규모로 현재 개발 추진 중이다.)
풍력에너지 시장 자체가 워낙 유럽 위주이다 보니, 풍력기용 강재 역시 유럽 철강사들이 특화하여 생산,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포스코가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15년. 기술연구원과 마케팅실이 합심하여 해상풍력발전기 구조용 강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터빈의 회전운동에 의한 진동, 그리고 조류와 파도에 의한 반복적인 외부 압력을 버티는 피로강도와 좌굴강도*를 확보하면서도 원가는 낮춘 시장친화적인 모노파일(monopile) 형식**의 하부구조용 후판을 만드는 것이 미션. 특히 Hornsea 프로젝트의 발전기는 기존 5~6MW급인 터빈 능력을 8MW까지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구조물이 대형화되었고, 그러다 보니 후판 1장만으로는 직경이 큰 모노파일용 강관을 조관할 수 없어 구조물 설계부터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했다.
** 풍력발전기를 바다에 설치하는 방법은 지지대를 강관 형태로 제작하여 해저에 고정하는 ‘모노파일’ 방식, 해저면을 콘크리트로 다진 후 기둥을 꽂는 ‘중력 케이스’ 방식, 바다에 띄운 부유물에 풍력발전기를 올려놓는 ‘부유식’ 등 다양하다.
포스코 연구원들은 1년간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직접 덴마크와 독일의 풍력 구조물 설계사들을 방문했다. 근거리에 쟁쟁한 유럽 철강사들을 제치고, 운송하는 데만 두 달 넘게 걸리는 포스코의 강재가 선택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이점이 있어야 할 터. 기존 EN(유럽) 규격이 명시한 열처리를 생략하는 대신 압연 조건을 변경하여, 필요한 강재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조원가는 낮춘 새로운 강종과 그에 맞는 구조물 설계법을 고안해 제시했다. 고객이 얻을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까지 정량적으로 계산해 보여주니, 그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같은 시각, 마케팅본부에서는 당시 에너지조선마케팅실장이 풍력에너지 시장의 최대 기업인 덴마크 오스테드(Ørsted)의 경영층을 만나 포스코의 기술력과 의지를 전하고 협력 분위기를 다졌다. 동시에 본사 실무진과 유럽사무소 직원들은 유럽의 풍력 구조물 제작사들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기존에 포스코가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보여준 기술력과 솔루션 마케팅 능력을 적극 어필했다.
그 결과, 포스코는 2017년 Hornsea 1 프로젝트에 이어 2019년 Hornsea 2 프로젝트까지 수입재로는 이례적으로 전체 수요의 30%에 달하는 철강재를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약 15만 톤의 후판은 지난 1월까지 공급 완료되어 유럽 그린에너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데 쓰인다. 포스코는 Hornsea 프로젝트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영국 Hohe see, 네덜란드 Fryslan 프로젝트 등 유럽 지역의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에도 강재를 공급 중이다.
l 이제 아시아도 해상풍력의 시대, 포스코가 스틸한다
해상풍력시장의 중심축이 최근 아시아로 이동 중이다. 특히 대만의 경우 2025년까지 230억 달러를 투자해 무려 20여 개에 달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로써 예상되는 강재 수요는 최대 160만 톤. 대만 정부는 해상풍력기 구조물과 부품 등의 자국 생산 비중을 높이고 수입을 최소화하고자 했지만, 자국 업체들은 풍력 구조물을 제작한 경험이 부족해 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는 앞선 Hornsea 프로젝트 등 유럽의 해상풍력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대만 시장을 집중 공략해오고 있다.
대만의 풍력 구조물 제작사들은 대부분 기존에 조선, 건설업을 영위하다가 풍력발전까지 비즈니스를 확장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강관 형태의 구조물 제작 경험이 부족한 것이 공통된 특징인데, 이에 포스코는 2019년 초부터 대만의 주요 제작사들을 방문해 그들이 겪고 있는 기술적 문제점을 찾아냈다. 포스코의 안정적인 강재 품질과 공급 능력 외에도, 각 제작사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노하우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솔루션 마케팅을 펼친 것. 실제 조관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관시뮬레이션, 항복강도 460MPa 이상의 고강도강에 대한 용접 조건 등 고객마다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즉각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TFT를 구성해 공동으로 솔루션을 도출해냈다. 내부적으로는 생산능력을 증대시켜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의 공급 납기를 모두 완벽하게 맞추는 노력도 병행했다.
포스코는 현재까지 진행된 대만의 Formosa 2(福摩萨2), Yunlin 1&2(雲林 1&2), Greater Changhua(大彰化) 프로젝트 등에 약 16만 톤의 강재 공급 계약을 마쳤다. 강재는 작년 1월부터 순조롭게 공급 중이다. Formosa 2 프로젝트의 경우, 올해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가며 Yunlin 1&2, Greater Changhua는 내년까지 건설을 마치고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상풍력발전 단지가 모두 자리를 잡으면, 대만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18년 5%에서 2025년 20%까지 커진다고 한다.
포스코는 대만뿐 아니라 수년 내 큰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베트남 등의 시장에서도 메인 공급사 자리를 꿰차기 위해 선제적인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그린에너지 시대, 바다 한가운데 부는 바람 속에도 포스코 스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