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자원순환 경제로의 전환이 시대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농업 분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감축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벼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줄이고자 용광로에서 쇳물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고로슬래그를 활용해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만들고 있는데요. 3년간의 현장 실증을 거쳐 농식품부 저탄소 농업기술로 승인된 규산질 슬래그 비료에 대해 알아봅니다.
여러분은 매일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쌀을 재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벼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6대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CH4)이 발생하는데요. 메탄의 대기 중 체류 기간은 10년으로 최대 200년 체류하는 이산화탄소에 비해서는 현저히 짧지만,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기여도가 21~28배 높습니다.
그래서 메탄 발생을 의욕적으로 줄일 경우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낮추자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의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158개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자는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참여해 메탄 감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메탄 배출량의 43%가 농업에서 발생하며, 그중 46%가 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할 정도로 벼농사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용광로에서 쇳물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고로슬래그로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녹이면 펄펄 끓는 쇳물과 암석 성분의 고로슬래그가 남는데 고압으로 물을 뿌려 고로슬래그를 급속 냉각시키면 모래 형태의 수재슬래그가 형성됩니다. 이를 건조한 후 2~5mm 정도의 작은 구슬 형태로 만들어 비료를 생산하고 있죠.
고로슬래그에는 칼슘(Ca)과 마그네슘(Mg)이 약 45%, 벼의 줄기를 구성하는 성분인 규산(SiO₂)이 약 30% 함유돼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1974년부터 50년 동안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토양 산성화 방지와 벼에 규산을 공급하는 토양 개량제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경상대학교와 경남농업기술원이 2020년에 실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규산질 슬래그 비료로 재배한 쌀은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밥맛이 좋아지고, 쌀 수확량도 7% 향상되는 증산 효과가 있습니다.
벼를 재배하는 논을 상상해 보면 항상 물이 채워져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논에 물을 대면 공기 중에 있는 산소가 땅속으로 쉽게 퍼져나갈 수 없습니다. 산소가 부족하면 논에 뿌린 볏짚이나 퇴비 같이 벼에 양분이 되는 성분들이 땅속에서 메탄을 만들어내는 미생물(메탄생성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메탄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뿌린 논은 고로슬래그에 함유된 1% 미만의 철 이온(Fe3+)이 땅속에서 메탄생성균의 활성을 저해해 벼 재배 과정에서 메탄이 적게 배출됩니다. 규산질 슬래그 비료는 일반적으로 논에 물을 공급하기 전에 뿌리는데요. 논에 물이 채워진 후에도 고로슬래그의 철 이온은 땅속에 남아 메탄 저감 역할을 하게 됩니다.
포스코는 철강부산물의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정량화하고 국가의 승인을 받고자 2019년 9월부터 경상대학교, 국내 규산질 슬래그 비료 생산자협의체와 공동으로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활용한 논의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방법론(Methodology)이란 일종의 탄소감축기술 설명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뿌렸을 때 감축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계산할 수 있는 계산식을 제시하려면 먼저 ‘국내 모든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규산질 슬래그 비료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계수 즉, 정량적인 수치로 개발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객관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고자 경상대학교의 도움을 받아 공신력 있는 해외 저명학술지에 게재된 5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해 규산질 슬래그 비료 투입량별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계수로 개발했습니다.
동시에 2019년부터 3년간 전국 3개 지역에서 직접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뿌리고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측정해 앞서 논문을 통해 개발한 계수가 현장 실증 결과와 일치하는지를 검증했는데요. 그리하여 마침내 2022년 1월, 포스코가 개발한 규산질 슬래그 비료의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국가 고유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로 승인됐습니다.
2022년에 승인받은 규산질 슬래그 비료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식에 대입해 규산질 슬래그 비료 투입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을 제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림축산식품부의 검증과 여러 차례 수정·보완을 거친 결과, 지난 5월 드디어 포스코가 개발한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활용한 논의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 이 농식품부가 인정하는 저탄소 농업기술로 승인됐습니다.
방법론은 적용 국가와 최종 승인기관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요. 이번에 등록된 방법론은 농식품부의 최종 승인을 받은 것으로, 감축 실적을 국내 배출권거래 시장에서 거래할 수는 없으나 정부에서 인증한 감축 효과인 만큼 철강슬래그의 규산질 비료 활용에 따른 포스코의 사회적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 근거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포스코는 규산질 슬래그 비료 외에도 철강 부산물 활용으로 온실가스 저감 솔루션을 제공해 전 세계 철강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리딩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철강 부산물을 활용한 기술로 지역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