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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의 비취색은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STEEL Talk 29

고려청자의 비취색은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2020/07/30

STEEL Talk에서는 STEEL(철강)은 물론 Science, Technology, Energy, Environment and Life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우리 친구 고려청자의 매력에 푹 빠졌네요. 예로부터 푸른빛으로 유명했던 고려청자는 세계 어디서도 흉내내기 어려운 독특한 색감으로 명성이 자자해요. 색깔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12세기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은 고려청자를 두고 ‘고려는 빛깔이 푸른 도자기를 만드는데 그 색감을 말로 형용할 수 없다’며 신비로운 색인 ‘비색(翡色)’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죠.

청자 참외 모양 병(좌) 국보 94호, 청자 음각 무늬 조롱박 모양 주전자(우)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청자 참외 모양 병(좌) 국보 94호, 청자 음각 무늬 조롱박 모양 주전자(우)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옛날엔 화려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물감도 없었을 텐데 어쩜 이렇게 은은하고 신비로운 빛깔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고려시대 도공들의 만능 물감, ‘철’에 있답니다.

l 쓱쓱, 철로 그림을 그려요

철이 어떻게 물감이 될 수 있냐고요? 제철소에서 생산된 스틸은 기본적으로 은회색이지만 그 원료인 철은 알고 보면 적색, 갈색, 심지어 흑색인 것도 있답니다.

철은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색깔로 변신해요. 산소와 만나면 붉은빛을 띠게 되고, 복잡한 화학성분을 만나면 짙은 파란색으로도 변한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산화철은 예로부터 안료로 널리 사용됐는데요. 이미 10만 년 전부터 바디 페인팅 용으로 산화철을 사용했고, 벽을 도색할 때도 산화철에서 색을 얻어 썼다고 해요.

눈치챘겠지만 고려청자의 비취색도 철의 화학 반응으로 나타나는, 우리가 몰랐던 철의 색 중 하나예요. 청자를 만들 때 바르는 흙이나 유약에 포함된 ‘산화철(FeO, Fe2O3)’이 가마 속 ‘불꽃’과 만나 화학반응을 한 결과물이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테니 잘 따라오세요!

l 고려청자 비색의 숨은 비밀, “산화철의 환원”

고려청자를 구울 땐 산소 함량이 낮은 밀폐된 가마(전문용어로는 “환원염”이라고 해요)에서 구웠다고 해요.* 가마에는 땔감을 태울 산소가 부족하다 보니 연소 시, 시커먼 연기와 그을음, 그리고 일산화탄소(CO)가 발생하는데요. 이 일산화탄소는 반응성이 무척 강해서 다른 물질에 붙어있는 산소(O)를 떼어내 안정적인 상태가 되려는 성질이 있어요. 그래서 청자 표면에 있던 산화제이철(Fe2O3)에서 산소를 빼앗아 이산화탄소(CO2)가 된 뒤 공기 중으로 사라져버리죠.

*토기를 굽는 데는 외부의 공기를 차단하여 내부의 산소를 모두 태우게 하는 불인 환원염과 외부공기가 직접 공급되어 산소와 화합된 불인 산화염을 이용하는 2가지 방식이 있다.

고려청자 표면에서 일어나는 산화 환원 반응을 그림으로 표현. 산소야, 이리 와!(일산화탄소), 산화제이철, 우훗(이산화탄소), 산소를 잃어서 색이 바뀌었어!(산화제일철)

청자 표면에 있던 산화제이철은 산소를 잃고 산화제일철(FeO)로 환원되는데요. (물질에서 산소가 분리되는 화학작용이 ‘환원’이라는 건 이미 배웠죠?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여기를 참고해 주세요!) 이 산화제일철은 산소 하나와 철 하나가 결합해 이온값이 +2인 산화철이에요. 이 +2가 철이온이 많으면 푸른색을 내기 때문에 유약과 작용하여 청자도 푸른 비취색을 띠게 되는 거랍니다. 화학식으로 정리해 볼까요?

Fe2O3+CO2FeO+CO2

“불완전연소로 생긴 일산화탄소가 청자 표면에 있는 산화철을 환원시키고, 환원된 산화철에 함유된 철 이온 때문에 청자가 비취색을 띤다!” 어렵지 않죠?

l 고려청자 만들기는? 쉽지 않아요 ㅠ_ㅠ

그럼 놀이터에 있는 흙으로 도자기를 빚어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서 구우면 비취색 청자를 만들 수 있냐고요? 아쉽지만 그럴 수 없어요.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흙은 많지만 비취색 청자를 만들 수 있는 흙은 따로 있거든요.

비취색 청자를 만들 땐 철분 함유량이 낮은 미세한 입자의 흙을 써야해요. 왜냐면 흙 속에 철이온이 적을수록 연한 녹색을 띠고, 많을 수록 진한 갈색을 띠거든요. 철 함유량이 낮아야 초벌 구이 시 표면에 낮은 산화철이 생성되고, 밀폐된 가마에서 구울 때에 낮은 농도의 철 이온을 유지해서 비취색이 발현될 수 있어요. 흙에 든 철의 양은 우리가 쉽게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아쉽게도 주변에 있는 흙으로는 비취색 청자를 만들기 어렵다고 합니다. (어느 물리학자가 고려청자의 고장인 전남 강진에서 많은 고려청자 조각을 조사하여 밝혀낸 사실이랍니다~)

고려청자는 제작 방법 자체가 비법이었기 때문에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어요. 16세기 이후에는 비법 전수도 끊기는 바람에 비취색의 수수께끼를 풀어내기 쉽지 않았죠. 처음에는 유약에 비취색의 비결이 있을 거라는 주장이 많았는데요. 거듭된 연구를 통해 마침내 흙의 성분, 유약, 굽는 방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란 사실이 밝혀졌답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당시의 색상을 구현해내는 건 어렵다고 해요.

l 철로 도자기에 무늬도 새겼어요

앞서 비취색 청자는 산소량이 적은 가마에서 굽는다고 했죠? 그럼 반대로 산소량이 풍부한 가마(전문용어로는 “산화염”이라고 해요)에서 구우면 어떻게 될까요? 불꽃 속 풍부한 산소가 도자기 흙 표면에 있는 철분과 결합해 붉은색의 산화제이철(Fe2O3)을 생성해요. 그 결과 붉은빛의 도자기가 만들어진답니다.

옛 도공들은 철을 이용해 도자기에 무늬를 넣기도 했어요. 철화(鐵畵)청자가 대표적인데요. 산화철(Fe2O3)이 포함된 흙을 물에 풀어 만든 철화 안료로 문양을 그린 뒤, 유약을 발라 불로 구워내면 풀, 꽃과 같은 멋진 문양이 만들어졌어요. 비색 청자에 밀려 대중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기름을 넣는 유병으로, 때론 얼굴을 씻는 세숫대야 등으로 사용되며 고려 시대 백성들과 삶을 함께해 왔답니다.

청자 철화 풀무늬 병(좌), 청자철화국당초문발(우)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청자철화국당초문발(좌), 청자 철화 초문 병(우)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단단한 무기를 만드는 데만 쓰인 줄 알았던 철이 예쁜 도자기를 빚는 데도 쓰였다니, 고려 시대 도공들은 모두 화학자였나봐요. 이런 사실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천 년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고 있는 고려청자, 그 배경에는 우리 조상님들의 멋과 지혜, 그리고 철이 있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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