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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강창훈 작가와 함께 하는 ‘철의 역사’

강창훈 작가 2019/02/11

우리 삶 곳곳에 숨어있는 철. 오랜 시간 동안 공존해온 철과 인류는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을까? 고대 쇠도끼부터 최첨단 아이언맨까지 철과 함께 한 인류의 역사와 현재뿐만 아니라 그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다. 철의 역사, 그리고 미래가 철강 기업으로서 100년 도약을 꿈꾸는 포스코에는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철의 시대: 철과 함께한 인류의 역사>의 저자 강창훈 작가를 포스코 뉴스룸이 만나봤다.

 

▲잉카 문명 고대도시 마추 픽추(Machu Picchu), 페루 (출처: Unsplash)

덴마크의 고고학자 톰센(Christian Jürgensen Thomsen)은 인류 문명의 발달 단계를 세 시기, 그러니까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했다. 여기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기(器)’는 보통 ‘그릇’을 뜻하는데, 어의가 확장되어 ‘도구’의 뜻으로도 쓰인다. 그러니까 이 세 시기 구분법은 인류가 사용한 도구의 재료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톰센이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우리는 21세기 현재 무슨 시대에 살고 있을까? 놀랍게도 답은 철기시대다. 철기가 처음 등장한 것이 기원전 2000년경이고, 본격적으로 철기시대의 막이 열린 것이 기원전 1000년경이다. 그때로부터 무려 300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우리는 여전히 철기시대에 머물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최첨단과학 시대인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직도 철이라고?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평소에 철을 잘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의식할 때도 있긴 있다. 철사, 철판, 철근, 철골, 철도 등 ‘철’ 자 돌림 물건들을 접하거나, 포스코와 같은 철강기업 용광로에서 쇳물이 뿜어져 나오는 장면을 TV에서 볼 때는 100% 의식 가능하다.

▲포항제철소 FINEX2공장 출선장면 (출처: 포스코)

그러나 와이어로프가 있기에 건설이 가능했던 ‘현수교’, 철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자동차’, 철이 강력한 뼈대가 되어주어야만 만들 수 있는 ‘초고층 빌딩’ 등의 이름에서는 철의 존재감이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럴 정도니 주변에서 흔히 보는 나무 제품과 플라스틱 제품의 이름에서는 철의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이들도 철로 만든 기계 설비를 이용해 만든 것인데 말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만의 입구를 가로지르는 세계 대표적 현수교인 금문교 (Golden Gate Bridge) (출처: Pixabay)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도구계’의 절대강자였고, 금보다 귀한 금속이었던 철. 인류 문명을 꽃피우는 도구이자 인류 문명을 파괴하는 전쟁 무기로 세계사를 좌지우지했던 철. 그러나 지금은 너무 익숙해서 평소에 의식조차 되지 않는,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공기와 거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그러다 보니 우리는 철에 대해 그동안 너무 무신경했다. 정말 많이 알아야 하는 존재인데,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아닐까?

철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기 위해서는 이 수치 하나면 충분하다. 인간이 사용하는 수많은 종류의 금속 중 무려 90%가 철이다 . 그야말로 압도적 1위인데 ‘인간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지배적인 도구’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알루미늄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알루미늄 캔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나올 법한 질문이다. 사실, 알루미늄이 1위는 아니더라도 비중 있는 2위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너무 뜻밖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의 격차가 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구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의 양은 순서대로 산소 > 규소 > 알루미늄 > 철 > … 알루미늄이 철보다 매장량이 많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분산된 반면 철은 광맥의 형태로 한곳에 집중되어 있어서 채굴에 유리하다. 생산 비용 면에서도 철이 8배나 경제적이다.

그렇다면 철기시대는 미래에도 계속될까? 가까운 미래에 끝날까, 아니면 훨씬 더 오래 지속될까? 철은 유한하다. 지구가 더 커지거나 지각이 더 두꺼워지지 않는 한, 석탄이나 석유처럼 유한하다. 현재 지각에 매장된 철광석의 양은 1500억 톤 정도다. 엄청나게 많아 보이지만, 지금의 채굴 속도면 150년 이내에 고갈될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150년 뒤에는 철기시대가 막을 내릴까?

철을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그럴 수도 있다. ‘~시대’라는 이름을 양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지 않는다면, 철의 독주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자진해서 미래의 무대에서 내려오는 일도 없을 것이다. 왜 그럴까?

바로 철이 지닌 고유한 성질 때문이다. 철은 자연 상태에서 산소와 늘 붙어 지낸다. 그래서 ‘산화철(FeO)’이다. 산화철은 붉게 녹슬어 있다. 이 상태로는 쓸모가 없다. 그래서 인간은 불로 산소를 떼어낸 뒤에 철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철은 금과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붉게 녹이 슬어 볼품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즉 다시 산소와 만나 산화철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철 스크랩 (출처: 세계철강협회)

이 상태의 철을 ‘철 스크랩’이라고 한다. 우리 식으로 고철이다. 철 스크랩은 얻기가 무척 쉬운 편이다. 플라스틱이나 유리 역시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이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야 한다. 반면 철에는 자성이 있어서 자석을 이용하면 쉽게 분리해낼 수 있다.

철 스크랩은 90% 이상을 다시 철로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산화철→ 철→ 산화철→ 철 …’ 이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할 수 있다. 광산에서 채굴한 철광석을 제련해서 철 1톤을 생산했다고 치자. 이 1톤의 철은 ‘생산→ 소비→ 회수→ 재생산’이라는 재생 사이클을 열 번도 넘게 되풀이할 수 있기 때문에 10톤이 넘는 철과 맞먹는 셈이 된다.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철기시대에 살게 된다면, 그래서 철과 계속 공존해야 한다면, 지금부터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환경 문제, 그중에서도 특히 지구 온난화다.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 것이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다.

그 책임을 모두 철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철이 역사상 가장 많이 제련된 금속이라는 점, 지금도 인류가 사용하는 금속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과 지구 온난화의 관계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현재 철의 친환경적 생산을 위해 여러 각도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철을 에너지원으로 쓰자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까? 철은 녹는점이 1,535도, 끓는점이 2,862도나 된다. 철을 끓이려면 화석 연료가 엄청나게 많이 소모될 텐데, 그럴 바에야 굳이 철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나노 기술이 결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쇳가루를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수준인 50나노미터로 작게 만들면 250도에서도 연소시킬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아직은 연구 중이고 상용화 단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철 생산, 소비 및 재활용 (출처: 세계철강협회)

철 스크랩 재생은 경제적으로도 유용하지만 환경적으로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철 스크랩을 재활용하면 철광석에서 직접 철을 생산할 때보다 이산화탄소를 80% 이상 줄일 수 있다. 세계철강협회(worldsteel)의 최신 수치에 따르면 매년 6억 3천만 톤의 철 스크랩이 재활용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억 5천만 톤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 우리나라에서도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기업들이 철 스크랩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철은 성능 향상을 위해 니켈, 크롬, 알루미늄, 몰리브덴, 구리 등 다른 금속과 결합하여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재활용에는 불리하다는 것. 합금 원소가 첨가된 스크랩은 재활용하는 데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금하지 않고도 철의 성능을 높일 수는 없는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철은 건설과 파괴를 되풀이하며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그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일으켰지만 동시에 그것을 해결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내가 만든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 그야말로 ‘두 얼굴의 철’이다.

그러나 좀 더 진지하게 성찰해보면 그 말은 옳지 않다. 철의 얼굴은 원래 하나다. 철은 그저 철일 뿐이다. 철을 두 얼굴로 만든 것은 바로 인간의 욕망이다. 그러므로 철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의 문제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철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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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중국사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역사책 기획 편집자로 일했고, 어린이책 작가가 된 뒤 『중국사 편지』 『세 나라는 늘 싸우기만 했을까?』 『일본사 편지』 『왜 그렇게 생각해?』 등을 썼다. 『철의 시대』로 제5회 창비청소년도서상 교양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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